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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y Apr 30. 2022

어린이의 힘

귀여워서 좋겠다.


1.

지난주에는 외근을 갔다가 서울숲에 들러 벤치에 앉아 잠시 쉬고 있었다. 커피를 한 입 먹고 하늘도 한 번 보고 오후의 여유를 만끽하고 있는데, 저 멀리 50대 아주머니들이 나를 보고 활짝 웃어주셨다. 비록 마스크를 꼈지만 멀리서도 알아챌 만큼 내 인상은 싹싹해 보였던 걸까? 갑작스러운 관심에 쑥스러워져 헤드폰 볼륨을 높이려는데, 내 뒤통수 뒤로 꺄르르 거리는 어린아이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2.

재택근무를 하다 보면 종종 이른 오후를 즐길  있는 시간이 있다. 우리  앞엔 작은 초등학교가 있는데, 가끔 아이들의 4교시 하굣길에 맞춰 그곳을 지나가면 괜히 기분이 좋다. 교문에서 기다리고 있는 부모님을 향해 뛰어오는 아이,   보다  가방을 메고 내리막길을 내달리는 아이,  친구와 가위바위보를 하며 엎치락뒤치락 장난치는 아이. 내가  걸음 걸을  다섯 걸음을 걷는 어린이들의 힘은 어디서 나올까. 나는  힘이 궁금하고 좋아서, 귀여운 도토리 마냥 와르르 쏟아져나오는 아이들을 한참 바라봤다.


3.

(당연한 이야기지만) 귀엽게 생긴 사람은 귀엽다. 그런데 나이가 어린 사람도 귀엽다. 너무 부럽다. 그런데 그런 그들(나이가 어린 사람)을 귀여워하는 건 비단 나뿐 만이 아니다. 나보다 한창 인생 선배이신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그들 앞에서 다른 모습이 되는 현장을 나는 종종 목격한다. 마트나 백화점에서 부모님의 손을 잡은 그들의 차분한 미소와는 달리 할머니, 할아버지와 손을 잡은 그들에게는 어딘지 모를 확신의 미소가 있다. 오랜 위시리스트를 오늘에서야 이루리라는 다부진 미소엔, 귀여움이 중무장되어 있어 그 누구도 쉽게 건들 수 없다. 그리고 그들의 힘이 가장 강력해진다는 결전의 날이 4일 앞으로 다가왔다.



귀여움이 온몸을 감싸던 어린 날의 순(왼쪽)과 털들이 온몸을 뒤덮은 오늘날의 순(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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