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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y Aug 14. 2022

일상주의. 일상주의.

평범할수록 더욱 주의 깊게 볼 것.


어느 날 운동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데, 늘 자주 가던 편의점 옆의 한 가게에 불이 켜져 있었다.

그곳을 지나가는 경우는 아침 출근길이 전부인데 가끔 바깥에서 러닝을 하고 귀가하다 보면 불이 켜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커다란 간판도, 이렇다할 상호도 없는 것 같아 진입장벽이 높았던 곳이다.


그런데 그 날따라 '좋은 와인바'의 분위기가 강하게 느껴졌다.

나는 직감했다! 비록 운동복에 볼품없는 차림새였지만 저 와인바에 가봐야겠다고.

용기를 내어 문을 열고 들어갔다. 아니나 다를까 그곳은 아주 작은 와인바였다. 네 다섯명만 앉으면 가게가 꽉 찰 정도로 아기자기한 공간이었는데, 사장님은 조용하면서도 밝은 목소리로 우리를 반겨줬다. 수줍게 자리에 앉은 우리는 가볍게 먹을 글라스 와인을 골랐다. 안주로는 멜론과 하몽을 시켰고 이내 멋진 잔에 와인을 따라주셨다.



블루스풍의 재즈 음악이 흘러나오던 와인바엔 눈에 띄는 인테리어는 없었다. 모던한 디자인의  테이블과 의자가 전부인데, 이게 어떤 느낌인가 한참 고민하는데.. 누군가 이런 후기를 남겨뒀었다.
"영화 <심야식당> west 버전딱 맞는 표현이다!


집으로 돌아왔는데, 엄마에게 '오운완(오늘 운동 완료)'을 알리는 사진이 도착해있었다. 평소 운동과는 거리가 먼 엄마는 최근 헬스를 시작하셨다. 그 소식을 들은 나는 매우(많이) 놀랐는데, 며칠 뒤 아빠가 필라테스에 등록하셨단 소리를 듣고는 놀라움을 넘어 내 귀를 의심하게 되었다. 평소 같았으면 그냥 그러려니 지나갔을 '헬스'와 '필라테스'인데 엄마의 헬스, 아빠의 필라테스라니. 이처럼 흥미진진한 일상 소재가 또 어디 있을까. 

좀 더 열심히 살라고 하늘에서 재미있는 일을 뚝딱 던져주신 걸까. 나는 그들(엄마, 아빠)에 달라붙어 새로운 재미를 발굴해낼 생각에 신이 난다. 


평범해서 더 탐나는 것들이 존재한다. 매일매일에 아름다운 낭만, 보석 같은 영감들이 숨어있다. 그들은 쉽게 얼굴을 내어주지 않아서 제 발로 찾아가서 획득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또 그들은 한정판 물품처럼 소비되는 기한이 있어서 발 빠르게 낚아서 충분히 봐줘야 한다. 일상을 좀 더 의식적으로, 성의를 다해서 보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의 안내문이 생각나는 건 어쩌면 같은 마음 때문 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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