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과 식물에 대한 인터뷰
1.
식물을 기르는 과정에서 어떤 기쁨을 느끼나요?
서울에 살면 자연과 가까이 있다는 느낌이 전혀 안 들 때가 있어요. 예를 들어 어렸을 때는 벼가 익어가거나 산의 모습이 달라지는 것을 보고 가을을 느꼈는데, 도시에서는 가을옷이 출시되는 것을 보고 가을을 실감하게 돼요. 하지만 집에 식물을 들이면 성장이 빨라지거나 꽃이 피거나 단풍이 지는 모습을 통해 계절을 느낄 수 있어요. 정지된 것처럼 느껴지는 집이라는 공간 속에서 계절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 정말 좋아요. (큐이디)
2.
집이 작아서 좋았다는 말이 인상적이에요. 대부분 넓은 집에 살고 싶어 하잖아요.
집은 경제적 수단이 아니라 삶의 편리함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편리함은 집 내부뿐만 아니라 동네 위치, 분위기, 교통 시설 등을 모두 포함하죠. 사람마다 기준은 다르겠지만 공간이 어느 규모를 넘으면 불편함으로 바뀌어요. 사는 사람의 신체 비율에 따라 적당한 내부 크기, 높이, 구조일 때 편리함을 느끼죠. 1인 또는 2인 가구의 경우 최대한 실용적이고 효율적인 집 형태는 약 20평(66.12㎡)짜리 소형 아파트라고 봅니다. 이런 한계치 공식은 아파트 단지와 동네 크기에도 적용돼요. 아파트 단지가 너무 크고 복잡할수록 공동체 의식이 없어요. 이런 이유로 1~2인 가구가 선호하는 건물이나 동네가 생겨나고요. 전 어릴 때부터 아파트에 살았어요. 독립한 이후에도 카페, 레스토랑이 즐비한 거리에 있는, 적당한 평수의 아파트를 선택했죠. 전 아담한 공간이 편해요. 쓸데없는 물건으로 공간을 낭비하지 않고 직접 손보고 오래도록 매만지고 아끼면서 애착을 쌓을 수 있는 공간. 집다운 모습을 갖추는 데 평수는 중요하지 않아요. 건축가 르코르뷔지에가 살았던 프랑스 카바농 집도 4평(13.22㎡)밖에 안 돼요. 르코르뷔지에는 이 작은 면적을 ‘인생의 본질을 만날 수 있는 충분한 크기’라 했죠. (주얼리 디자이너 엘레오노라 피오리)
셀프 인테리어에 처음 도전하는 사람에게 조언을 한다면요?
페인트를 직접 칠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전문가에게 맡겨도 좋지만 컬러만큼은 반드시 자신이 고르세요. 자신이 직접 컬러를 제조할 수도 있고요. 컬러가 필요한 곳은 벽뿐이 아니에요. 바닥에도 컬러 러그를 깔아 분위기를 변화시켜보세요. 집 전체를 꾸미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자신만의 ‘마이크로 방’을 만들어보라고 권하고 싶어요. 침대 옆, 욕실 한쪽 등 자투리 공간에 자신만의 세상을 만드는 것이죠. 편리와 실용을 앞세우는 아파트 공간이라 할지라도 내 몸에, 감정에, 주파수에 맞춘 공간이 하나쯤은 필요합니다. (주얼리 디자이너 엘레오노라 피오리)
3.
클러터코어 라이프를 즐기는 이들의 다수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많은 것을 소유하고 그것으로부터 에너지를 얻는다. 클러터코어는 평범한 사람을 큐레이터로 만든다. 어떤 제품을 어느 곳에 비치해야 하는지, 사진과 사진, 액자와 액자가 서로 충돌하지 않으면서 공존하는 방식을 고민하는 동안 진정한 창의성이 발현된다.” 오래도록 사랑받는 옷에 관한 에세이 저자 오르솔라 드 카스트로Orsola de Castro 또한 BBC와의 인터뷰에서 사물로 가득 채운 삶에 대해 이렇게 정의했다. “나를 둘러싼 수많은 물건에는 이야기가 담겨 있고, 그것들은 내 삶의 일부다.” 미니멀리즘이냐 또는 맥시멀리즘이냐는 어쩌면 논점 밖의 주제인지도 모른다. 클러터코어 현상이 가리키는 본질은 타인의 공간을 흉내 내며 불온전하게 살 것이 아니라, 인테리어 강박을 떨치고 온전한 나의 이야기를 담은 사물들과 함께하는 솔직한 공간에 대한 이야기일 것이다. (빌리브)
4.
현재 가족과 함께 살고 있지만 독립해서 본인만의 집을 디자인한다면 어떤 모습일까요? 어떤 동네에 살고 싶어요?
아마 지금 작업실 분위기와 비슷할 것 같아요. 저는 편리한 것보다 편안한 것이 좋아요. 교통이 좀 불편해도 걸으면서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그런 위치가 좋겠죠. 땅도 산도 가까운, 마치 아름드리나무 같은 집. 그린 컬러 하나 정도 첨가한다면 충분할 것 같아요. (김참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