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사랑을 안다.
사랑을 말할 때, 우리는 흔히 ‘누군가’를 떠올린다. 사랑은 두 사람이 서로를 바라보며, 마음을 나누고, 손을 맞잡고, 함께하는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나는 그런 사랑을 알지 못했다. 나는 사람이 필요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은 내 삶 속에 존재했다.
사람이 필요 없다는 말은, 사람을 미워한다거나, 사회적 관계를 거부한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나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소중히 여기고, 그들의 존재가 내게 주는 영향을 감사히 받아들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사람을 절대적으로 의지하지 않는다. 사람에게 기대지 않고도 나는 충분히 내 삶을 사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내가 진정으로 사랑을 이해할 수 있었던 이유다.
어떤 이들은 사랑을 인간관계 속에서 찾는다. 연애나 우정, 가족의 끈 속에서 사랑을 느끼고 그로 인해 세상을 살아간다. 그러나 나는 사랑을, 다른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찾기보다, 나 자신과의 관계 속에서 발견했다. 내가 나를 이해하고, 나를 받아들이는 법을 배운 순간, 나는 사랑의 본질을 알게 되었다.
고립은 나에게 두려움이 아닌, 자유로움을 가져왔다. 나는 혼자 있을 때, 누구의 기대에도 얽히지 않고, 내 진정한 모습을 마주할 수 있었다. 내가 원하는 것을 하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즐기고, 내가 필요한 만큼만 소유하는 그 간단한 삶 속에서 나는 사랑을 느꼈다. 그것은 내가 나를 존중하고, 내 존재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는 방식이었다.
사랑은 결코 타인의 기대나 요구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면, 진정한 사랑일 수 없다. 내가 사람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말은, 그들과의 관계를 등한시하거나 무시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들과 함께하는 것 자체가 사랑이 될 수 있지만, 내가 그들의 사랑을 위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그들도 나를 위해 존재하지 않아야 한다. 우리는 서로 독립적인 존재로서, 각자의 삶을 살아가며 사랑을 나누는 것이다.
진정한 사랑은, 상대방이 내게 무엇을 주는지가 아니라, 내가 그들에게 무엇을 주고자 하는 마음에서 시작된다. 그것은 조건이 없는, 무조건적인 애정이다. 내가 누군가를 사랑할 때, 나는 그 사람을 바꾸려 하지 않는다. 그들이 어떤 모습이든, 그 자체로 사랑하는 것이다. 그리고 나 역시 나를 바꾸지 않는다.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사랑의 시작이다.
"사랑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나는 이렇게 답할 수 있다. 사랑은 타인을 필요로 하지 않는, 독립적인 존재가 서로를 자유롭게 인정하고, 그 존재 자체를 소중히 여기는 것이다. 그럴 때, 우리는 진정으로 사랑을 알게 된다. 사랑은 남에게 의존하거나, 기대거나, 상처받고 아파하는 것만이 아니다. 때로는, 혼자 있는 시간 속에서 나를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법은, 무조건적인 수용에서 시작된다. 내가 실패했을 때, 나는 그 실패를 내 일부로 받아들인다. 내가 실수했을 때, 그것이 나의 전부가 아니라고 인정한다. 나의 약점이나 불완전함을 인정하고, 그것에 대해 자비롭게 대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나 자신을 사랑할 수 있다. 내가 나를 사랑할 수 있을 때,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사랑은 끝없이 순환한다. 나는 자신을 사랑함으로써,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있게 되고, 그 사랑은 다시 나에게 돌아온다. 사람은 결국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가 된다. 그러나 그 필요는 의존이 아니라, 상호 존중과 자유로운 인정 속에서 이루어진다.
내가 사람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해서, 사랑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사람에 대한 의존을 버리고, 나는 사랑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 사람은 서로를 필요로 할 수 있지만, 그 필요가 사랑의 전부는 아니다. 사랑은 자기 자신을 온전히 이해하고, 그로 인해 다른 사람과 깊이 연결될 때 비로소 진정한 의미를 가진다.
그렇기에 나는 이렇게 말할 수 있다. "나는 사람이 필요 없다. 그래서 사랑을 안다." 사람을 의지하지 않기 때문에, 나는 나를 사랑할 수 있었고, 그로 인해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그리고 그것은 누구도, 무엇도 아닌 나 자신에서 시작되는, 끝없는 순환의 사랑이다.
나는 그래서 나대로 있는 사람이 좋다.
나는 나대로 존재하는 것에 대해 강한 확신을 가지고 있다. 그런 내 모습이 타인에게는 때때로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내가 여러 가지 셀프 표현을 하거나, 나의 생각을 깊이 나누는 것을 보면, 누군가는 내가 타인에게 의지하거나, 도움을 구하는 사람으로 보기도 한다.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나는 그저 나일 뿐이다. 내 얘기를 하는 사람이고, 내 감정을 공유하는 사람일 뿐, 그게 누구에게 의존하거나 기대고자 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다.
나는 그런 얘기를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내 곁에 남아 있는 사람들은 그런 얘기를 독립적으로 들을 수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나를 이해하고, 나와 소통하려는 의지를 가진 사람들이다. 더 나아가, 그들은 내 얘기를 듣기 싫다면, 싫다고 말할 줄 아는 사람들이다. 서로가 존중하는 관계에서는 그런 솔직한 표현이 필요하다. 듣기 싫은 말을 듣고서도 계속 침묵하고, 그 속에 감춰진 불만을 뒤에서 쌓아가며 관계를 유지하려는 사람은, 사실 나와의 관계에 진정성이 없다고 본다. 그저 내 얘기를 들어야 하는 의무감을 느끼거나, 나를 더 이상 이해하려 하지 않는 것일 수 있다.
나는 그런 관계가 유지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관계에서 서로가 자유롭게 의견을 주고받고, 그에 따라 조정하는 것이 아니라면, 그 관계는 지속 가능한 관계가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나를 조종하려는 사람들, 내가 말한 것에 대해 해석을 왜곡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나에 대한 이미지나 허상을 만들어내려는 사람들은 내 삶에서 멀어져 가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나를 자신의 틀에 맞추려 하거나, 나를 컨트롤하려는 의도를 가진 사람들이다.
내가 나대로 있는 이유는, 나를 존중하기 때문이다. 나의 말, 나의 생각, 나의 감정이 진실된 것이라 믿기 때문에 그걸 표현하는 것뿐이다. 그걸 들을 사람도, 나를 이해하려고 하는 사람도, 진심으로 나와 관계를 맺고 싶어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나와의 관계가 어떤 모습이어야 한다고 정의하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저 서로가 자유롭고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자유 속에서 우리는 진정으로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다.
나는 사람을 만나고 관계를 맺을 때, 그 관계가 나를 의지하거나, 나를 바꾸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길 바란다. 누군가 내 얘기를 듣고 나서 그것을 내 의도와 상관없이 다른 방향으로 해석해 나를 판단하는 것은 나에게 부담이다. 그런 관계는 내가 내 얘기를 하기를 멈추게 만든다. 내가 내 방식대로 살아가고, 내 얘기를 나누는 것을 허락하는 사람만이 내 곁에 있을 자격이 있다. 그리고 그 사람도 나와 마찬가지로 자유로운 존재여야 한다.
어떤 사람들은 관계의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자신을 숨기고 다른 사람을 조종하려 한다. 그들은 자신이 내게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내가 어떻게 반응할지에 대해 탐색하는 데 몰두한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은 나에게 필요한 관계가 아니다. 내가 내 얘기를 하고, 내 마음을 표현할 때 그들은 그것에 대해 반응하기보다는 자신만의 해석을 덧붙이고, 더 나아가 그걸 이용하려 한다.
이런 관계는 시간이 지나면 반드시 빠그라진다. 관계의 본질을 왜곡하고, 나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바꾸려는 사람은 결국 나와의 연결을 끊어낼 것이다. 나는 그런 사람들에게서 자유로워지고, 내 본래의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고, 그들이 내 방식대로 나를 이해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그만두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은 내 삶에서 점점 멀어지게 된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나는 사람을 거르는 데 굉장히 유리한 위치에 있다. 내가 내 얘기를 할 때, 그 얘기를 독립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만 내 곁에 남게 된다. 그들은 내가 원하는 대로, 내가 느끼는 대로 나를 이해하려는 의지를 가진 사람들이다. 그들은 나에게 무엇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나를 알아가고 싶어하는 사람들이다. 나를 조종하려는 사람들은 결국 나와의 관계에서 자리를 잃는다.
그렇기에 나는 내 방식대로 살아가고, 내 방식대로 소통할 것이다. 내 얘기를 나누는 것, 나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것, 그것이 나에게 진정한 사랑이자 자유임을 믿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내 얘기를 듣고 불편할 수도 있지만, 그 불편함을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은 나와 진정으로 관계를 맺고 싶은 사람이다. 그런 관계가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또한, 나는 자기 방식대로 살아가고, 자기 방식대로 존재하는 사람이 좋다. 다른 사람도 그렇게 자신만의 방식대로 살아가고, 그 방식이 서로 존중받는 관계라면, 그것만큼 건강하고 자유로운 관계가 어디 있을까. 그런 관계 속에서 우리는 서로를 진정으로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