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되지 못한 마음조각

말보다 먼저 남은 감정과 마음 조각들

by 졔하


가끔 누군가 “기분이 어때?”라고 묻는다.


그럴 때마다 나는 잠깐 멈칫하게 된다.


기쁘다고 하기엔 어딘가 허전하고,

슬프다고 하기엔 또 그 말이 너무 크다.


‘괜찮아’라고 말하는 게 가장 편하지만,

사실 그 말도 내 마음을

제대로 담아주지 못할 때가 있다.




감정이라는 단어는

우리가 느끼는 것보다

훨씬 적은 표현만을 허락한다.


그래서 마음은 종종 말이 되지 못한 채,

그대로 남는다.


어떤 날은 웃고 있었지만

마음은 조용히 머물고 있었고,

또 어떤 날은 말 한마디 하지 않았지만

속으로는 아주 큰 파도가 지나갔다.


그걸 ‘답답함’, ‘찝찝함’, ‘복잡함’

같은 단어로 묶을 수도 있겠지만,

실은 그 감정 어디에도 정확히 들어맞지 않는다.




나는 스스로를 명확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생각을 정리하고, 말로 풀어내고,

구조를 세우는 일에 익숙하다.


어떤 마음인지, 왜 그런 마음이 드는지

이해하려는 태도 역시 내게는 자연스럽다.


하지만 감정만큼은 굳이 그렇게 하지 않으려 한다.


때로는 어떤 마음은 정리되지 않은 채로도

괜찮다고 믿기 때문이다.


감정은 그저 스쳐가게 두는 것,

이름 붙이지 않고도 머물 수 있도록 하는 것,

그게 더 진실한 방식일 수도 있다는 걸

배워가는 중이다.


사람의 마음은 단정한 말로 쉽게 옮겨지지 않는다.


그건 꼭 빛이 반사되어 보이는 물의 표면 같아서,

겉은 평온해 보여도 그 아래엔 계속 움직임이 있다.




감정을 설명하려 하기보다,

그저 지나가도록 두는 편을 택한다.


이름을 붙이지 않아도 괜찮다고,

그 마음은 그 마음대로 충분하다고 생각하려 한다.


우리는 모두

감정이라는 말보다 더 많은 것을 느끼고,

말로 표현된 것보다 더 조용하게 아파하고,

이해받지 않아도 여전히 살아낸다.


어떤 감정은 말로 설명되는 순간

오히려 멀어지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가끔은 설명하지 않고 그냥 기억해두려 한다.


그 순간 마음속에서 스친 어떤 감정의 결을,

말없이도 이해될 수 있기를 바라면서.


그리고 언젠가,

이름 붙이지 못한 그 감정이,

나를 더 깊은 사람으로 만들어줄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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