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의 삶
맥락 없는 날씨였다. 엊그제만 하더라도 반바지 입고 버스 좌석에라도 앉으면 가죽 커버와 허벅지 살 사이에 땀이 차올랐기 때문이다. 머리 위에 달린 두 개의 동그란 에어컨을 최대로 여는 것도 필수였다. 하지만 오늘 낮은, 반팔 셔츠 때문에 드러난 양 팔뚝을 서로 다른 쪽 손으로 감싼 채로 가디건을 찾기 바빴다. 창문에선 선선한 바람이 들어오는 바람에 33도였던 실내 온도는 어느새 26도까지 내려갔다. 비로소 계절이 자기 자리를 찾고 있다.
제자리를 찾아가는 건 비단 계절만이 아니다. 주변 모든 존재들이, 조금씩, 서서히 자기가 있어야 할 곳으로 움직이고 있다. 그 속에서 나는 그저 청청한 눈빛으로 그들을 쳐다본다. 갈 곳이 없는건지, 돌아갈 곳을 잃어버린건지 그 구분조차 하지 못한 채로 가을만 정면으로 맞았다.
아직 단기 알바로 전전하는 삶을 즐기고 있다. 잠깐 머물다 가는 것. 마치 여행과도 같다. 그 속에서 만난 다양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한번도 만나보지 못한 우주들을 저장하고 있다. 그 우주는 소설만큼이나 흥미로워서 가끔 온 몸에 털이 솟기도 한다. 그리고 그들 역시 제자리를 찾았거나 찾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