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목욕탕
아줌마들이 왜 목욕탕 가는 걸 좋아하는 지 알 것 같다. 요즘 종종 퇴근 후 혼자 목욕탕에 들러 목욕을 하는데 그게 그렇게 행복하다. 태곳적 자연이 이런 모습일까 하는 생각과, 그 자연에서의 무관심함이, 나를 편안하게 한다. 일상을 사느냐 가라앉을 수 밖에 없던 생각들을 마구 늘어뜨려도 문제없다는 점도 마음에 든다. 엉켜있던 실이 한 줄 한 줄 풀리는 듯하다. 그런데 벌써 졸립다. 뜨거운 열기로 가득 찬 이 공간에 대해 더 쓰고 싶은데 이미 졸립다. <보이후드> <테스>에 이어 올해 세 번째로 본 영화는 <어떤 만남>인데 그 영화에 대해서도 줄줄이 생각을 나열해놓고 싶지만 눈 속 셔터스피드가 점점 느려지고 있다. 매일 잠에 빠지는데도 오늘따라 더 푹 잠에 빠지고 싶다. 잘 때 항상 머리끝까지 이불을 끌어올리고 자야 편안한데, 그것은 물속으로 들어갈 때와 비슷한 느낌이다. 그러나 물 대신 잠에 잠긴다. 그러고 보니 매일 나는 이렇게 잠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