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쳐가는 밤

20.09.05.

by 준혁H



야간 근무를 마치고
생활관으로 터벅터벅 내려오다가
제법 선선해진 밤내음, 유독 환하던 달의 빛에
지난 밤들의 형상이 눈 앞을 스쳐지나갔다


팀 작업을 마무리하고 돌아온 자정 직전의 틈 사이에
맥주 한 캔 골라다가 앞 공원길에서 홀짝이던 밤

늦게 끝난 콘서트에 얼마 안남은 배터리를 부여잡고 간신히 막차에 내려 숨가쁘게 방으로 걸어가던 밤

울고 있는 그와 분노하던 그녀를 공기 너머로 달래며
나도 너와 마찬가지라고 터놓고 이야기하던 밤

막막함은 잊어버려서 자유를 만끽한 채 시간을 보내다
두 손 가득 뿌듯함을 들어올리면서 웃음이 나던 밤

잠깐의 이별을 장식할 술자리를 위해 여러 사람들과
편의점 앞 횡단보도를 같이 재빠르게 건너가던 밤

살며시 나온 산책 속 흐르는 강가를 향해 몸을 기울여
졸졸졸 물 소리로써 청승맞게 회상을 더하던 밤


어두운 하늘 밑에 맺히던
선선하고도 촉촉한 기억들이 좋았다
낮보다 더 눈에 띄고 몸에 배인 그때의 밤
오늘은 왠지 달이 가깝고 향이 푸릇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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