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군대 안에서 내 성격은 어느정도 달라진 면이 있었다. 관계를 어려워하게 되었고 이야기를 쉽게 꺼내지 않게 되었다. 철두철미한 플랜 같은건 커녕 하루하루 급급히 살아내는 경향이 강해졌다. 굳이 MBTI로 치자면 INFP와 비슷해졌다. 그런데 이번 휴가 때 친구들을 만나며 다시 바깥에서의 내 성격으로 되돌아옴을 느꼈다. 시간을 세세히 쪼개 하루에도 두개의 약속은 거뜬히 잡으며 여러 사람을 만났고, 그들과의 이야기에 아주 힘을 얻어 들뜨곤 했다. 작년 성격 검사에서는 ENFJ가 나왔는데, 이번 휴가에서 다시금 그 모습이 나름 회복된 셈이다. 물론 한 인간의 캐릭터를 이루는데에는 수많은 요소가 섞여들기에 함부로 판정하긴 힘들것이다. 마음여린 소심함도, 호기심많은 외향성도 모두 내 자아의 일부이다. 그러나 확실히 느끼는 점은, 지쳤던 시간 속에 희미하게 잊고 있던 '나의 모습'을 조금이나마 되찾았다는 것이다. 표현하길 좋아하고 정이 상당하며 머릿속이 복잡한, 그런 사람이 나였었고 나여왔다. 사람은 환경에 따라 변화한다는 말은 정말 사실인 듯 하다.
2. 입대한지 다섯달만에 바깥을 나가다보니 후회없이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그런데 휴가 자체를 너무나 급작스러운 상황에서 나가게 되다보니, 여유롭게 일정을 준비할 수가 없었다. 보고 싶은 친구들이 참 많았지만, 정해진 시간과 기간의 한계로 약속을 잡자는 연락도 먼저 못 건넨 이들도 생겨버렸다. 허둥지둥 어렵사리 각자의 빈 타임을 맞춰도 스케줄 때문에 길게 만나지 못하는 경우 역시 일어났다. 그리웠던 친구들과 오랜만에 나누는 시간들은 아주 달콤했고 소중했지만, 위와 같은 상황들로 인해 아쉬움이 가득히 응어리친다. 나의 벅찬 약속들이 그들에게도 마냥 만족스럽고 온전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고마움과 동시에 미안한 마음이 생기기도 한다. 다음번 휴가때는 결코 이번과 같이 긴박하고 정신 없고 빈틈없는 일정으로 인해 너무 짧은 마주침이 생기지는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시간의 길이가 곧 진심의 깊이는 아니겠지만, 적어도 무례하게 보여지거나 휘발되며 자리하지는 않아야 될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