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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혁H Aug 08. 2021

창가

20.10.27.


창가 자리를 여전히 좋아한다
살며시 엿보는 바깥의 풍경이 좋았다
밀봉되고 압도되던 공간을 살짝 갈라
숨을 불어넣었던 생명력이었다

홀로 겉도는 날이면
속이 떠도는 날이면
살며시 주변가에 앉아 멍을 때린대도
선선하지만서도 싸늘하지 않게 해주는
청승맞은 감상의 도형이었다

얼굴 뺨이 바람을 맞이해도
아니 빤히 바라만 본다 해도
버티게 도와줬던 최소한의 만족 여건
흔들리는 초록 잎새처럼 아련하게도
그저께를 일깨워준 깃대였다

그 자리를 여전히 좋아한다
쓰러짐과 쓰라림을 쓱싹 씻어내어서
광장이었고 거리였으며
자연이었고 마을이었던
담대한 프레임 그리고 렌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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