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과 절망이 유독 끊이지 않았던 한 해였었다.
코로나19와 군대라는 두 가지 크나큰 장벽속에서 정말로 '살아남으려고' 노력했던 날들의 연속이었다. 여전히 바깥의 모진 상황은 어느 부분 하나 녹록치 않고 여기에서 지내는 생활 역시 남은 날까진 막막하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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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장면들로써 이 징글징글했던 한 해를 기릴수 있을까, 생각해보다가 오랜만에 내 모습이 담긴 사진들을 하나씩 스크롤 해보았다. 그래. 내게도 저러던 날이 있었지. 내게도 저런 모습이 있곤 했었지.
사실 그동안 인스타 피드에 내가 나온 사진을 남들만큼 자주 드러내는 편은 아니었다. 남에게 보여주는 모습이 괜히 부끄럽고 이따금 정말 볼품없어 밉기도 했기 때문이다.
나를 향한 콤플렉스와 스트레스는 입대 이후 더 심각해졌고 우울함과 갑갑함에 그 어느때보다 시름시름 앓기도 했다. 그저 '폐급'으로 불려지지 않기만을 진심으로 원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러모로 의도치않은 거리두기가 이어지는 현실 속에 철저히 남몰래 속으로 고민하고 고찰하는 일들이 많아지면서, 어쩌면 난 깨달은 것일지도 모른다. 본연의 자신을 잃지 않는게 가장 우선이라고. 단체라는 견고한 룰 안에서 원래의 무늬가 잊혀지는 가운데 당차게 안팎의 위기를 무찌르며 이겨내기에도 무척 힘겨운데, 마냥 스스로를 증오하거나 탓하며 좌절해서는 안된다고...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비록 완벽하지 못하지만
그대로 엉켜있지만은 않은 내 모습들을 올렸다.
군대 전의 사진들. 입대 당일날 사진들. 첫 휴가 때 사진들. 때로는 못나고 때로는 쓰라리고 때로는 얼룩져도 결국 다 나의 일부임을 인정하며 이 시간을 버텨야겠다. 집단에 잘 적응하는 것 만큼 나를 잘 아낄 수 있어야겠다. 까마득하더라도, 과거의 나를 잊지말고 미래의 나를 응원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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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히도 전염병이 사라지고 또 전역을 하게 되어, 다시금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고대하면서.
새해에는 그 모든 짐과 흠을 현명하게 견뎌내고
더 괜찮은 사람이 될 준비를 조금씩 해내야겠다.
비참하고 비루한 형편에서만 가만히 머물지말고
몸과 마음을 더욱 더 건강하게 다져 주위에게
충분한 품과 힘을 건넬 수 있는 어른이 되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