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내가 짠 여행이 가장 기억에 남더라고요
막막했던 준비 과정조차 설렘으로 기억되는 요즘, 사람들은 왜 점점 여정을 직접 그려나가는 방식을 선택하고 있을까요?
얼마 전, 오랜만에 만난 지인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처음엔 어색하고 두려웠지만, 항공권부터 숙소까지 하나씩 찾아보고 정리하면서 여행이란 감정이 준비 과정 속에서도 시작될 수 있다는 걸 처음 알게 됐다고요.
“출발 전부터 이미 여행이 반쯤은 시작된 기분이었어요.”라는 말에,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문득 생각했습니다. 사람들은 왜 점점 여행사를 찾지 않고, 누군가가 설계해준 루트가 아닌 자신의 감정과 방식에 따라 길을 만드는 여정을 택하고 있는 걸까요? 그 변화는 단지 ‘가격 때문’만은 아닌 듯합니다.
과거에는 항공권, 호텔, 투어 일정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여행사가 가장 손쉬운 선택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많은 이들이 그런 경로 대신, 직접 구성하는 여행 설계 방식에 익숙해지고 있습니다. 어디에 묵고, 무엇을 보고, 어떤 루트를 거칠지를 자기 기준에 따라 결정하는 경험은 이제 낯설지 않죠.
OTA(온라인 여행 플랫폼)의 성장은 이 흐름을 더욱 빠르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이 변화의 본질은 단순한 디지털화나 가격 비교 기능에 있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더 이상 ‘상품’을 사는 여행이 아닌, 자기감정과 리듬에 맞는 여정을 기획하고 싶어합니다. ‘떠나는 행위’가 아닌, ‘만들어가는 과정’ 자체가 여행이 되는 시대.
“누가 짰느냐보다, 어떻게 기억될 것인가를 묻는 시대입니다.”
누군가의 추천보다, 내 마음이 끌리는 방향으로 가고 싶어졌기 때문입니다.
수많은 후기, 별점, 큐레이션 서비스들이 존재하는 시대지만, 우리는 여전히 ‘나만의 기준’으로 고른 것에 더 오래 애정을 갖게 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선택한 맛집보다, 우연히 들른 작은 식당에서의 조용한 식사가 더 진하게 남는 이유죠.
특히 MZ세대는 정보를 수집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정보들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엮어내는 데 능숙합니다. 리스트를 완성하는 것이 아니라, 나만의 이야기를 엮어가는 방식 이제 여행은 계획표가 아니라 자기표현의 도구, 떠나는 순간보다 준비하는 시간부터 의미가 시작되는 경험이 되었습니다.
“알고리즘은 편하지만, 애착은 손끝의 선택에서 생겨납니다.”
물론, 내가 모든 걸 선택하는 여정에는 수고로움이 따릅니다. 정보가 많다는 건, 오히려 불안의 시작이 될 수도 있죠. 하지만 요즘의 여행자들은 그 불편함조차도 감수하려 합니다. 실수도, 변수도, 다 나만의 이야기에 포함되는 요소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여정은 단지 ‘다녀온 곳’이 아니라, 당시의 감정, 동행인, 계절, 날씨, 나의 상태까지 복합적으로 각인된 기억으로 남습니다. 장소 그 자체보다, 나를 둘러싼 모든 맥락이 어우러졌을 때 비로소 한 장면이 온전히 마음에 남는다는 뜻입니다.
“좋은 여행은 장소보다, 감정이 먼저 움직이는 여정입니다.”
이제 우리는 목적지보다 목적의 감정을 먼저 고민합니다. 기성 패키지가 채워주지 못하는 감정, 정해진 리뷰에는 담기지 않는 우연, 그리고 내가 짠 루트에만 존재하는 밀도 높은 기억들 편리함의 시대 속에서도 사람들은 점점 더 ‘불완전하지만 내 손으로 만든 여행’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그 여정에는 스스로 선택한 만큼의 확신과, 누군가가 대신 짜주지 못할 의미가 담기기 때문입니다.
“누군가의 설계가 아닌, 나의 방식으로 살아내는 여행.”
그렇다면, 여러분의 다음 여정에는 어떤 감정이 먼저 설렘으로 떠오르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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