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 공부 1탄=병풍 만들기
병풍을 알아본다. 앞을 막아주고 몸을 가리거나 방에 좌라락 장식으로 펼친다. 나를 보호하고 감싸주는 맛에 어른, 아이할 것없이 빠져든다. 그것이 방패가 되어 폭 들어가 숨기에 안성맞춤이다. 몸을 감추고 있으면 무언가를 혼자 반성하게 하며 다시 일어서게 한다. 그 속에 들어가면 쌔근쌔근 잠이 온다. 엄마처럼 포근한 병풍에 들어가 앉으면 세월 가는 줄 모르고 시간이 흐른다. 그 속으로 가방을 둘러메고 아이와 함께 긴 여행(4m 그림책)을 떠나보는 거다.
1. 이야기 만들기
그 안에 들어가 같은 그림의 주인공을 찾으며 이야기를 만들고 아이와 긴 대화를 할 수 있다. 책 속에 글자가 없고 아름다운 그림이 가득하니 나만의 이야기가 만들어진다. 그 이야기는 사실인지 거짓일지 누구도 알지 못하며 알고자 하지 않는다. 무엇을 가르치며 따지고 덤비는 이가 없어서 편하다. 오로지 혼자만의 생각으로 꾸미니 잘나지도 못나지도 어렵지도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지도 않다. 그림 속에 빨려 들어가 상상력과 창의력을 발휘하여 좋아하는 양념을 콕콕 집어넣어 요리하듯이 꾸미면 된다. 엄마는 아이의 말이 멈추기를 기다리고 숨죽이고 아이의 이야기가 잠깐 목이 매인다면 그림 속 등장인물 중에 한 명을 지목하여 한 장 한 장 넘어가며 다양한 이야기로 아이의 언어 감각을 일깨워 준다. 집, 농장, 기차역, 문화센터, 백화점, 공원 등 시시각각 다른 장소로 이동하니 눈이 바쁘고 귀가 활짝 열리는 것은 당연하다. 글자가 없어서 공부라고 생각하지 않으니 그림책의 진정한 묘미를 알고 신나서 오래도록 질리지 않고 함께 한다.
2. 바닥에 깔고 걷기
4m 되는 책을 바닥에 펼친다. 그리고 그 위를 걸어다닌다. 아이의 작은 발로 그 위를 살포기 걷기만 했는데 시골길을 지나 자동차, 킥보드, 트럭, 자전거, 버스를 타고 여행하는 기분이 든다. 날씨가 화창하니 기분이 좋으며 산꼭대기의 애드벌룬을 타고 붕 떠다니며 마을을 바라다 보기도 한다.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면 나무가 흔들리고 벚꽃에서 꽃잎이 한 올 한 올 떨어지기도 하며 산꼭대기에서 신나게 달리기하며 내려오는 상상을 할 수도 있다. 우두커니 서 있는 얼룩말을 잡아타고 평야를 달리는 꿈도 가능하다. 아이랑 손잡고 걷기만 했는데 여러 가지 사건들이 한꺼번에 생긴다. 책의 깊은 맛을 적당히 즐겼다면 본격적으로 병풍 여행을 떠나보자.
3. 병풍으로 세우기
병풍으로 세우니 별 모양이 되기도 한다. 언제든지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들어가 나오지 않는 아이의 마음을 알 수 없지만 책이 병풍이 되어 편히 숨 쉬게 한다. 아이의 마음을 꿰뚫고 놓아주지 않으니 큰일이다. 엄마보다 더욱 병풍책으로 사랑에 빠지는게 아닌지 즐거운 걱정을 해본다. 자, 그러면 우선 지그재그로 책을 세워 놓고 같이 드러눕는다. 누워서 옆을 보면 친구가 있다. 햐얀 염소에게 먹이를 주는 아이와 비슷한 또래를 만날 수 있다. 서로 인사를 나누는 것도 좋아 보인다. 날이 더우니 수박을 먹으며 봄, 여름, 가을, 겨울, 밤 등 이야기 속으로 빨려 들어가 본다. 봄이 기다리니 활짝 재끼고 들어가는 거다. 그 문을 열고 같이 봄내음을 맡으러 아이와 손잡고 같이 가보자.
4. 수잔네의 봄
주인공인 수잔네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수잔네는 킥보드를 타고 씽씽 달린다. 바람처럼 달리는데 모자가 휘리릭 날아간다. 모자가 날아간 것도 모르고 계속 가는 수잔네를 어쩌면 좋은가? 킥보드를 세우고 머리를 만지며 확인해 보지만 보이지 않는 노란색 모자를 어쩌면 좋을지 모르겠다. 수잔네는 모자를 잃어버려서 모자를 새로 사려고 가게에 들어간다. 빨간색 꽃이 달린 모자를 써 보니 마음에 쏙 든다. 그 예쁜 모자로 쉽게 결정한다. 그런데 그 노란색 모자는 어디로 갔을까? 어머나, 까치가 모자를 물어다가 나무 위에 올려 놓는다. 노란 모자가 마음에 들어 둥지를 틀고 알을 낳으려고 하나 보다. 어미 새의 기발한 아이디어로 노란 모자 속에서 짹짹거리는 아기새소리가 들린다? 새소리와 꽃향기로 봄을 느끼며 아이와의 추억을 만들어 보는 것은 좋은 방법이다. 그림책 속의 나만의 이야기가 100가지도 될 수 있다. 아이의 관찰력과 언어실력은 덤으로 찾아온다.
5. 수잔네의 여름
오늘은 수잔네의 생일잔치가 있는 날이다. 멋진 생일 선물을 준비해서 공원으로 가 본다. 예쁘게 포장된 선물은 아무도 알아채지 못한다. 누가 어떤 선물을 준비했는지 궁금하다면 지금 운동화를 신고 공원으로 나가보는 것은 어떤가? 공원으로 나가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 있다. 마을 사람들이 넓은 식탁 위에서 선물을 공개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수잔네는 생일날 쓴 모자가 또 다르게 생겼다. 모자를 무척 사랑하는 수잔네를 알 수 있다. 생일잔치의 분위기가 궁금하다면 병풍 속으로 들어가면 알 수 있다. 날이 더우니 호수를 바라다보고 저 멀리 무지개의 수를 세어보며 휴식을 취하는 것은 어떤가?
6. 수잔네의 가을
낙엽이 우수수 떨어진 가을이다. 낙엽을 치우려고 애쓰는 아저씨가 안쓰러운 이 마음을 어쩌면 좋을지 모르겠다. 할 일이 너무나 많은 환경미화원 아저씨를 보기만 해도 가을을 느낄 수 있다.
오늘은 왕호박 선발대회가 있는 날이다. 서둘러서 가야한다. 커다란 주황색, 빨간색, 노란색 호박을 싣고 대회에 바삐 가야 한다. 혼자서는 무거워서 힘드니 왕호박이 으스러지지 않도록 여러명이서 보호해야 한다. 커다란 왕호박 선발대회의 상금이 무언지 모르지만 신나는 가을 축제를 경험하고 싶으면 주변에 굴러다니는 호박이 없는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울퉁불퉁 오늘의 주인공이 될 호박을 찾아보아야 한다.
7. 수잔네의 겨울
하늘에서 포슬포슬 눈이 내린다. 날이 추운 것을 아는지 두꺼운 옷으로 몸을 따뜻하게 감싸는 것을 잊지 않아야 한다. 토마스 아저씨는 딸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치과에 간다. 그런데 갑자기 일이 생긴다. 마을버스 위에 앉은 앵무새를 잡아야 한다. 집에 얌전히 있으라고 일러두었는데 답답해서인지 활짝 열린 우리에서 나와서 자유를 꿈꾸며 날아다닌다. 그렇게 나는 앵무새를 잡을 길이 없다. 이번에는 뚝딱뚝딱 카센터 위에 않아 있어서 잡기를 포기하기에 이른다. 과연 둥지에서 빠져나온 앵무새를 무사히 잡을 수 있을지 무척 궁금하다. 참, 치과는 오늘 안에 갈 수 있는 건가? 호호, 손에 입김 부는 겨울이니 어서 빨리 집으로 들어가는 것이 더 현명하리라 믿어본다.
8. 수잔네의 밤
마지막 밤을 멋지게 장식하고 싶다. 정원에서 은은한 달빛과 선선한 바람이 부니 텐트를 활짝 펴고 안으로 쏙 들어간다. 밤 하늘에 별빛을 이용해서 제일 좋아하는 책을 펼치고 후레쉬로 보는 건 어떤가? 낭만적이지 않나? 혼자 낭만에 취해서 아빠의 잔소리가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귀가 조금 따가워도 신경 끄고 지금 이 순간을 즐긴다. 유일하게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까만 밤에 포근한 침낭 속에 들어가 얼마나 더 재미있는 일들이 생길지 상상하며 내일 이야기에 기대를 걸어본다.
상상한 그림은 곧 현실이 된다.
동굴 속에 갖힌 거인을 끄집어 올릴 수 있는 기회는 지금이다.
금요일 밤이면 맥주 한잔하면 딱 좋겠는데 오늘은 목요일이니 하루만 꼭 참아보며 시원한 한여름 밤을 아이와 함께 아름다운 이야기로 꾸며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