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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코 Oct 21. 2024

[100-83]아이와 함께하는 체험 18탄_서커스 보기

회사에서 바삐 일하는데 남편이 전화가 와요. 일 끝나면 잠실 운동장으로 바로 오라고 난리네요. 무언지 모른 체 서둘러 일을 마무리하고 지하철 타고 잠실 운동장 역에 내려요. 환하게 불빛이 보이고 입구에 [KOOZA]라고 쓰여있어요. 그것이 태양의 서커스 공연이라고 해요. 남편은 무언가 하고 싶은 게 있으면 가족과 함께 해야 해요. 티켓이 비싸다며 혀를 내두르는 저를 제지하며 설명 들어가요. 세계적으로 유명하고 볼거리가 많은 공연이 우리나라에서 시작하니 이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노래를 부르네요. 남편 손에 이끌려 천막 속으로 들어가요. 같이 구경 가실까요?

태양의 서커스[쿠자]_2018년 12월
쿠자가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갔는데 상자, 보물을 뜻하는 고대 인도어인 코자(KOZA)에서 유래한 단어라고 해요. 문을 활짝 열고 들어 가요.
남편이 미리 예약해서 들어가자마자 종이 티켓을 받아 좌석에 앉아요.
1인 B석 7만 원(4인×7=21만 원)
VIP석은 엄두를 못 내고 제일 저렴한 곳으로 조용히 들어가 앉아요. 혹시 130분이라서 아이들이 하품이나 하지 않을까 걱정을 했는데 눈이 즐거워 그럴 일이 절대 없어요. 곡예와 광대들의 묘기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하늘에서 떨어지고 매달리면서 가슴 졸이고 가끔씩 심장이 쿵 울리기도 해요. 끈에 매달려 화려한 옷과 어울리게 움직이는 몸짓이 너무 매력 넘쳐요. 인간이 저렇게 아름다운 몸이 되기도 하는구나 싶어서 감탄사와 박수가 절로 나와요. 입이 떡 벌어져서 다물어지지 않아요. 몸이 뻣뻣한 저에게는 있을 수 없는 일들이 순식간에 벌어져요. 아이가 놀다가 하는 풍차와 앞구르기는 비교가 안돼네요. 외줄타기 하는 모습을 볼 적에 간이 콩알만 해져서 깜짝 놀라요. 자전거에 탄 사람이 균형을 맞추어 외줄 위에서 앞으로 뒤로 움직여요. 인간의 한계가 어느 만큼인지 가늠하기 쉽지 않아요. 그냥 보고만 있어도 어질어질해요. 어른의 눈에 이런 모습들이 보이는데 해맑은 아이들의 눈에 어떻게 보일지도 궁금하네요. 서커스의 정점을 찍으며 마무리 지어요. 많은 이들의 박수를 받는 이유를 알 수 있어요. 예술 하는 이들이 잘 되어야 더 나은 삶을 살거라 믿어요. 혼자 보기 너무 아까워서 한 번쯤 아이들에게 꼭 보여주고 싶은 날이에요. 삶의 여유와 리듬을 가지며 앞으로 조금씩 나아가 보아요. 예술로 붉게 물들이고 콧바람에 시원한 바람 넣으며 힘차게 살아가요. 그 끝이 어디인지 모르지만 아이와 함께라면 늘 즐거워요.


으라차차, 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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