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채코 Oct 21. 2024

[100-81]아이와 함께하는 체험 16탄_꽃송이날리기

처녀 적에는 밤샘하느라 여유를 즐기며 사는 날이 없어요. 늘 새벽까지 일하고 집, 회사를 반복하며 다니지요. 아무 생각 없이 맹추처럼 살아요. 결혼하고 남편을 만나서 그가 가지고 있는 철학이 제 몸에 파고 들어요. 남편은 4계절 가야 하는 곳이 있어요. 여유를 가지고 생각을 사유하고 몸이 움직이는 곳으로 편하게 살아가요. 그가 좋아하는 말이 있어요.


명랑이 나를 자유롭게 하리다.(=남편말)


그와 같이 사는 동안 정말 즐거웠어요. 당연히 아이들도 행복한 웃음을 고스란히 물려받았지요. 꽃 피는 봄이 오면 반드시 가야 하는 곳이 있어요. 그러면 저만 믿고 따라오세요. 그 길로 안내해 드릴게요.

꽃송이 날리기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면 배낭에 물을 넣고 아이들과 손잡고 '남산'에 올라요. 절대 차를 가지고 이동하지 않아요. 아이들도 걷고 흙을 만지며 살아야 해요. 집에서 출발하여 3호선 동대입구역에서 내려요. 3호선 동대입구역에서 버스를 타면 15분이면 남산타워를 만날 수 있어요. 하지만 그렇게 빨리 오르면 버스 안에서 꽃을 볼 수 있지만 꽃잎을 만질 수 없어요. 바람이 한들한들 불면서 꽃잎이 바닥에 떨어져요. 떨어지는 꽃잎은 사진 속에 담아지지 않아요. 떨어진 꽃잎을 손바닥 위에 가득 담아요. 그 꽃 송이를 머리 위로 날려요. 아이의 머리 위에 흩뿌려 줘요. 하늘거리며 떨어지는 꽃잎이 너무 예뻐요. 아이들도 신이 나서 열심히 나서요. 무어라 잔소리하지 않으니 적극적으로 임해요. 딸 둘이서 신이 나서 꽃잎 많이 모으기 경쟁을 해요. 손바닥에 가득 담긴 꽃잎이 금방 으스러질 것 같아요. 그러기 전에 하늘 위로 높이 뿌려요. 얼마나  예쁜지 몰라요. 돌이나 흙이 조금 섞이면 어떤가요? 즐기면서 하다 보면 그런 건 눈에 보이지 않아요. 지금을 살며 느끼고 아이들이 행복하다면 그만 이예요. 너무 많은 걱정으로 마음을 병들게 하지 않아요. 꽃송이 날리기가 시들해지면 떨어진 가지를 주워요. 떨어진 가지 위에 살포시 앉은 꽃을 머리에 꽂아 보기도 해요. 꽃이 어여뿌니 아이에게 잘 어울려요. 사진으로 남기며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깔깔깔 웃어 보아요. 다른 건 필요 없어요. 그저 웃는 아이의 얼굴만 고이 담아오면 돼요. 그 웃음이 사라지지 않도록 사진 속에 꼭꼭 담아두세요. 더운 여름이지만 꽃잎이 떨어지는 봄을 상상하며 멋들어지게 아이와 손잡고 오늘을 살아가요.


자연은 늘 그 자리에 있어요. 내가 그를 찾아 행복을 누리면 돼요.

이전 15화 [100-80]아이와 함께하는 체험 15탄_한복 체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