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인천에서 차를 타고 집으로 오는 길에 시어머님에게 이런 말을 해 보아요. 높은 건물이 많고 복잡한 서울에서 20년을 견디고 살았으니 저희 부부가 참 대견하네요. 뒷좌석에 앉아 계신 시어머님의 얼굴을 볼 수 없지만 조용히 듣기만 하시네요. 저희 부부가 열심히 살았다는 증거 이지요. 문학과 예술을 접하고 이해하려면 조금 쑥스러운 이야기이지만 우선 먹고사는데 문제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물론 나는야 무조건 피아노만 끼고 살면 먹지 않아도 괜찮아하는 훌륭한 예술가가 있을 거라 믿어요. 하지만 아름다운 감각과 다채로운 아이디어를 품으려면 주변의 상황이 도와주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무것도 없으면 예술에 근접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거라고 믿어요. 문학, 철학, 미술, 음악, 체육, 무용 등 옛날 선인들이 말하는 예술의 높은 경지에 이르는 길이 고단하고 외로운 일이니까요. 먹고 살만하니 예술이 보이고 느끼고 경험하고 싶어진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어릴 적부터 가까이 접하고 쉽게 받아들이며 다양한 경험을 한 사람이 더욱 다채로운 아이디어를 생산하여 현대의 복잡한 삶에 도움이 되는 사람으로 성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아요. 아이와 손잡고 하는 예술 여행은 그래서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더 넓은 세상에 발을 들이도록 도움이 되고 싶은 것이 부모의 마음이에요. 그래서 뮤지컬 한편 보고 가려고요. 저만 따라오세요.
뮤지컬 영웅 비가 사납게 추적추적 내리는 날이네요. 버스를 타고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으로 향해요. 8세 이상 관람 가능이므로 초등학교 아이와 함께 가면 정말 좋아요. 1인 S석 10만 원 친구가 티켓이 생겼다며 얼떨결에 따라왔는데 요렇게 비싼데 뮤지컬을 보려고 하는 사람이 많이 있구나 싶어서 놀랐어요. 물론 워낙 유명하고 15년 동안 공연을 했으니 얼마나 재미있으면 그럴까 싶어요. 끝도 없는 행렬과 사진을 찍으려고 줄 선 이들만 보아도 인기를 알 수 있어요. 총 165분(20분 휴식)을 아이가 견딜 수 있을지 고민이 되기는 해요. 저쪽에서 친구가 티켓을 흔들며 저를 반기네요. 사진 찍는 포토존에서 다 같이 사진 찍으며 추억을 남겨요. 또한 포토부스도 마련되어 있어서 아이와 둘이 오붓하게 흑백 사진도 찍어 보아요. 공연 시작하기전에 캐스트 보드를 보며 무대에 오르는 배우들의 얼굴도 살펴보아요. 미리미리 어떤 배우들이 나오는지 스캔하며 아이와 대화를 충분히 하고 뮤지컬을 보러 들어가요. 일전에 영화로 내용을 충분히 보아서 아이도 이해하고 기억하기 쉬울 거라 생각해요. 또한 학교에서 선생님들이 역사를 가르칠 때 뮤지컬의 음악을 화면으로 들려주어 순간순간의 장면과 내용을 잘 기억하고 있더라고요. 반복학습으로 뮤지컬을 본다고 생각하고 들어가요. 민우혁 배우님의 연기력과 노래 실력이 정말 대단해요. 무대에 오르는 모든 배우들의 발성과 연기력을 잊을 수 없어요. 엄마역으로 나오는 박정자 배우님의 아들 사랑에 대한 절절한 노래가 나올적에 가슴이 미어지는 느낌이 나요. 또한 단지 동맹, 당신을 기억합니다 황후 마마여, 누가 죄인인가 OST가 계속 저를 따라다녀요. 또한 무대 연출과 상황 표현들이 꽉 채우고 있어서 어디 하나 구멍이 없어요. 스펙타클한 배우들의 몸동작과 화려한 조명이 불안한 마음을 가중하고 광광 울리는 음악 소리가 마음을 더욱 쫀득쪽득하게 만들어요. 초등학교 아이와 함께 온다면 역사적, 교육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유익한 뮤지컬이라고 벌떡 일어나 손들고 외치고 싶어요. 뮤지컬을 모두 보고 나오면서 애국심이 가득하고 마음속 여운이 떠나지가 않아요. 뮤지컬을 보고 나오며 아이와 손잡고 광화문 광장을 걸으며 질문해 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