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채코 Oct 25. 2024

[100-97]집에서 즐기는 직업체험 12탄_여행가이드

혹시 여행 좋아하시나요? 아이가 태어나 3개월이 지나서 밖에 나가고 싶어요. 3월 말에 태어난 아이는 너무나 보드랍고 예뻐서 괜히 밖에 데려가서 병균이 묻을까 두려워요. 그런데 집안에만 있기에는 너무 답답해요. 그래서 아이를 등산 캐리어에 앉히고 아차산 꼭대기에 올랐어요. 아이를 위해서가 아니가 제가 콧구멍에 콧바람을 맞으려고 애를 쓰고 올라가요. 산 꼭대기에 오르니 탁 뜨인 맑은 하늘이 너무도 좋아요. 저는 집에 가만히 있을 수 없어요. 어디든 가야 해요. 어디든 나가서 활동해야 해요. 집에만 있으면 너무나 갑갑해요. 그런 저를 닮았는지 아이도 여행을 좋아하네요. 그 여행의 길목에 당신을 초대할게요.


여행 가이드

어릴 적부터 주말이면 가족 모두 여행을 가요. 아이가 어려서 기억 못 하는데 왜 데려가냐고요? 제가 보고 느끼고 즐기려고 가는 거예요. 아이를 위해서가 아니라 제가 숨 쉬며 활력을 느끼려고 곳곳을 누비고 다녀요. 다행히 지리를 잘 아는 남편을 만나서 고민하고 시간 낭비하는 일이 없어요. 그 지역에 가서 미술관, 박물관, 나뭇잎이 우거진 절, 풀 내가 나는 산 등 여행을 다니며 재충전을 해요. 아이는 많이 보고 듣고 먹고 체험하며 새로운 환경에 금방 적응해서 다행이에요. 여행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몸과 마음이 한 뼘씩 자라 있어요. 그렇게 국내여행으로 아이와 숨 쉬며 즐겁게 살아가요. 그러다 저의 직장 동료가 필리핀 비행기 티켓을 구매하라고 종용해요. 얼떨결에 가족들이 남의 나라로 자유여행을 가요. 필리핀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택시를 탔는데 총은 들지 않았지만 강도가 다름없어요. 필리핀 물가의 10배가 되는 돈을 달라네요. 뒤에 앉은 아이는 겁에 질렸는지 울면서 달라는 돈을 다 주라고 하네요. 우여곡절 끝에 저희는 택시비를 지불하고 미리 예약한 숙소에 도착해요. 국내 여행에서 느끼지 못하는 생동감 넘치는 사건사고는 우리 가족을 더욱 똘똘 뭉치게 해요. 그런 어려움이 있으면 그만해도 되는 것을 그 다음 해에 더욱 과감하게 다녀요. 두려움을 모르고 갈 수 있는 곳은 어디든 가겠다는 마음을 먹게 돼요. 2023년 남편은 사진 속에 아름다운 풍경을 보게 돼요. 그 사진에 매료되어 '크라비'라는 곳을 가고 싶어 해요. 그해 여름에 저희 가족은 남들이 잘 가지 않는 곳으로 여행 가요. 비행기를 두 번 갈아타야 하는 번거로움으로 누구도 쉽게 접근하지 않는 아름다운 바닷가로 손잡고 가요. 여행으로 성장한 아이는 진정으로 여행의 맛을 알게 돼요. 숙소, 맛집, 투어에 관해 미리 철저히 조사해요. 가고자 하는 장소는 남편이 정했지만 여행의 모든 일정은 딸이 정해요. 그동안 제가 모든 일정을 정했다면 이제는 모든 것을 딸에게 맡겨요. 그녀는 유튜브를 보며 좋은 장소를 철저히 선별해요. 가족이 모두 편하게 쉴 수 있는 좋은 곳으로 선정하니 그렇게 편하고 좋을 수 없네요. 아이의 현명한 선택으로 즐거운 여행을 할 수 있어요. 영어를 저보다 잘하니 현지에서 투어를 신청하려고 주인과 실랑이를 하며 거래해요. 세 곳이나 둘러보고 가격을 비교해서 가장 저렴하고 합리적인 가격을 흥정하여 4박 5일 동안 어려움 없이 다니게 돼요. 아이의 이 정도 실력이면 여행 가이드를 해도 손색이 없을 거라 생각해요. 자 그럼 저희 아이가 선택한 진로의 세계가 적합한 것인지 관심 있는 분들은 조언 부탁드려요. 조금씩 성장하는 아이가 삶의 주인이 되었으면 해요. 다른 이들에게 삶의 기쁨과 의미를 부여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상상해 보아요.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자 하는가? [역사학자 전우용]


아이의 진로는 아직도 목적지가 없는 흔들리는 배를 타고 바다 속으로 항해하고 있어요. 

아직 목적지에 도착하지 못해도 슬퍼하지 않아요. 그저 살면서 당당하기만 하면 돼요.
이전 11화 [100-96]집에서 즐기는 직업 체험 11탄_배드민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