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로 인해 반강제적으로 집안에서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남편 아침을 준비하고, 아이들 깨워 함께 밥을 먹고, 설거지와 청소를 하고나면 몇 시간이 몇 초와 같이 빠르게 지나간다. 무언가를 집중해서 해보려 해도 방해하는 것들이 많다. 식사시간은 왜이리 빨리 오는지, 간식은 왜그리 찾는지, 정리하고 챙겨줘야 할 것들은 어찌나 많은지…. 정신줄을 붙잡지 않으면 나의 하루는 이대로 잘 시간을 마주하고 만다.
창문 밖 풍경은 마음의 여유가 있을 때 보인다. 하루 중 따뜻한 커피 한 잔 마시는 시간이 그러하다. 호로록거리며 창밖을 보면, 집안의 풍경과는 다른 세상을 마주한다. 어느새 앙상했던 나뭇가지에 초록 잎이 돋고 꽃이 피어있다. 새들이 지어 놓은 둥지도 보이고, 바쁘게 거니는 사람들도 보인다. 주말동안 잔소리 가득했던 내 모습도 보이고. 이런저런 불쾌한 일들로 속상해하던 시간, 오랜만에 연락 한 번 해볼까 했던 걸 잊은 것도 생각이 난다.
'여유'라는 녀석은 삶 곳곳에 꼭꼭 숨어있다. 숨바꼭질을 하듯. 술래인 나는 조용히 숨죽이고 숨어있는 녀석을 이리저리 살피며 찾아내야 한다. 숨어있는 자가 스스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듯, '여유'도 찾는 자에게만 모습을 드러낸다. 의식하지 않으면 결코 만날 수 없는 시간이란 걸 깨닫고 나서는, 매일 술래의 역할을 성실히 해내고 있다. 커피 마시며 잠시, 그림 그리며 잠시, 화분에 물 주며 잠시, 저녁노을을 보며 잠시, 산책하며 잠시, 낮잠자며 잠시. 곳곳에 숨은 녀석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창밖에서 전해져오는 햇살의 기운을 가득 품어본다. 한껏 얻은 에너지를 품고, 안 좋은 기억들을 훌훌 털어낸다. 잊었던 일들은 하나씩 해나갈 채비를 한다. 내 삶에 조금씩 여유라는 것이 들어오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