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해 Mar 11. 2021

웃음이 멀리 멀리

아이를 낳고 난 후, 괜찮은 엄마의 모습은 없었다. 정신은 온데간데 없고 피로에 절어 축 처져있는 나를 발견한다. 이것이 아침인가 새벽인가 정신이 없던 찰나, 아이가 자면서 웃는 모습을 보고 세상 다 얻은 듯 행복했다. 쌓였던 피로가 싹 가시는 듯했다. 배냇짓을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조금 더 크니 요녀석이 정말로 웃는다. 나를 보며 웃는다. '까꿍' 한마디에, 윙크 한 번에 아이는 무한한 웃음을 보낸다. 아이가 웃으니, 나도 입꼬리가 올라간다.     


급한 일이 있어 바쁘게 운전을 하며 가던 길이었다. 비보호 사거리, 먼저 갈 틈을 주지 않던 다른 차들로 인해 씩씩거리고 있던 찰나, ‘이번엔 어떤 일이 있어도 내가 먼저 액셀(accelator)을 밟으리.’ 입을 앙다물고 있던 찰나. 건너편 트럭운전사님이 ‘빵~빵~!!’. 올라오는 화를 누르고 쳐다보니, 아저씨께서 미소를 지으며 먼저 가라고 손짓을 했다. 어우러지지 않을 것 같은 민망함과 감사함을 품고가는 내내 아저씨의 미소가 생각났다.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씨익. 누군가 내 차 앞을 추월해 지나가도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그래, 급한 일이 있겠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따라부르며 좋아진 기분은 내려올 줄 몰랐다.     


한 사람이 행복하면 3단계 떨어진 사람에게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고 한다. 내가 행복하면 나를 거쳐 친구 후배의 여자친구까지 행복이 전해진다는 것이다. 나의 작은 행동이 멀리멀리 퍼져나간다고 생각하면 소중하지 않은 삶은 없다. 소중하지 않은 순간은 없다.

나는 어떤 마음을 전하는 사람일까?     


웃음의 효과는 ‘기분좋음’으로만 그치지 않는다. 소리 내어 웃는 것만으로도 근육, 심장, 뇌 등의 내장을 마사지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스트레스 호르몬이 감소 되고, 엔돌핀을 분비시켜 신체적 고통을 덜어준다. 이렇듯 웃음은 건강한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친구이기도 하다.     


기쁘거나 즐거워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으면 기쁘고 즐거운 일이 생긴다. 누군가의 웃음을 보면 저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언제나 먼저 사랑고백을 해주는 아이들의 미소를 떠올리며, 오늘의 힘듦을 잠시 내려놓는다. 배려 넘치는 미소와 양보로 나의 하루를 기분좋게 만들어 준 트럭운전사님을 떠올리며, 도로 위에서는 언제나 침착하려고 노력한다. 깜빡이를 켜며 차선변경을 하려는 이들에게 웃으며 손짓하게 된다.


나의 웃음은 늘 받은만큼이었다. 어른이 되어서도 여유로운 웃음이 아닌, 누군가에게 받은만큼만 내보이는 사람이었다.


오늘은 내가 먼저 기분 좋은 웃음을 전해보자 마음먹는다.

그 웃음이 멀리멀리 퍼져나간다면 좋겠다.






물음표 or 마침표          


우리의 뇌는 억지웃음과 진짜 웃음을

구분하지 못한다고 해요.

억지로 웃어도 진짜 웃음이 주는 선물을

고스란히 받을 수 있다는 것이죠.

건강을 위해서라도 웃고 또 웃어보아요.





매거진의 이전글 있잖아 말이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