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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해 Mar 23. 2021

인연이라는 것


그림책 *<열일곱 살 자동차>는 자동차와 한 가족이 함께한 시간을 담았다. 자동차는 아이와의 첫 만남부터 마지막을 고하는 순간까지의 과정을 이야기해 나간다.

아이를 만나러 가던 날의 설렘을, 운전대를 잡은 아빠의 손에 배인 땀을, 캠핑 가서 아이가 밤에 자기 뒤에 몰래 쉬한 사실을, 엄마가 아이 학교 앞에서 기다리며 설렜던 것을, 자동차는 이 수많은 추억과 기억을 모두 간직하겠다 말한다.

   

비록 사람 대 사람이 아닐지라도 함께 한 모든 것에는 마음이 깃든다.     

젊은 날엔 알고 지낸 시간이 관계의 깊이와 비례한다고 생각했다. 마흔이 되기까지 많은 사람들을 알아가고, 마음을 열고 닫고, 때로는 이도 저도 아닌 관계를 유지하며 드는 생각은, 지금을 함께 하는 인연이 좋은 인연이라는 것이다. 과거의 '지금'을 함께 해준 모든 이가 좋은 인연이었다는 것. 고로 내 주변엔 좋은 사람들이 많다는 말이기도 하다. 행복하지 않은가?     


요즘은 그 연결의 끈이 온라인으로 옮겨왔다. 누군가와의 관계 안에서 쉽게 마음을 열지 못했던 나는

쉽게 연결되는 랜선 세상 속에서 준비도 없이 훅~ 관계 맺음을 하고 있다. 때로는 새로운 가면을 쓰고,

때로는 가면을 모두 벗어던지며 랜선 속의 나를 만들어간다. 새로운 사람들의 마음을 들여다볼 틈 없이 새로이 연결되고 또 연결되며 관계의 폭이 넓혀져 간다. 그 혼란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내 인연의 흐름을 자연스레 받아들이는 것이다. 누군가와의 새로운 만남에 너무 큰 마음을 두지 않고, 이별에 미련을 두지 않는 것. 나와 오래 함께할 이들은 어떻게든 인연의 끈을 이어가게 되어 있다. 나는 넓은 인간관계보다 좁더라도 깊은 관계가 좋다. 내가 품을 수 있을 만큼만. 먼 길을 걷고 걸어 나에게 온 물건, 사람, 나와 맺어진 모든 인연은 소중하다. 그리고 감사하다.


나의 곁엔 지금 어떤 인연이 함께 할까?          





물음표 or 마침표


나에게 다가온 인연,

내 곁을 지켜주는 이들을

소홀히 하고 있지는 않은가요?     

오늘은 나의 소중한 인연들에게

손으로 쓴 편지 어떨까요?


누가 가장 먼저 생각나나요.

어떤 편지지를 고를까요.

직접 만든 카드는 어떨까요.

무슨 말을 써야 할까요.

내 편지를 받고 상대방은 어떤 기분이 들까요.

답장이 올까요.     





*<열일곱 살 자동차> | 글 김혜형 | 그림 김효은 | 낮은산 | 2017.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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