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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해 Mar 19. 2021

나의 감정과 마주하는 용기


나에게 찾아오는 우울감이나 상실감은 왠지 나의 행복을 빼앗아버릴 것만 같다. 그래서 자꾸 밀어내게 된다. ‘오지 마, 저리 가’, ‘난 지금 괜찮아.’, ‘네가 없어야 행복해.’ 부정적인 감정들은 언제나 찬밥신세다. 우리는 대개 이런 감정들을 제대로 발산할 기회를 얻지 못한 채 자라왔다.  

   

모른 체하면 그만일 것 같은데, 감정이라는 녀석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아침부터 되는 일도 없고, 기분이 영 좋지 않다. 이 좋지 않은 기분을 떨쳐내려 신나는 음악을 듣고, 배꼽 빠지게 웃긴 영화 속에도 빠져본다. 더 바삐 움직이고, 더 크게 웃어본다. 잠시일 뿐, 이 찝찝하고도 좋지 않은 기분은 찰싹 붙어 떨어지질 않는다. 가만히 앉아 생각해본다. 나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내 기분이 왜 이런지…


며칠 전, 누군가 건넨 한마디가 마음속에 남아있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과거로 현재로 나를 마구 뒤흔든다. 내 안의 어딘가에 가지고 있던 작은 자존심을 톡! 하고 건드리던 한마디. 그거였다. 종일 무언가에 빠져보려 해도 헤어나올 수 없었던 이유가. 그 사람이 얄밉기 그지없다가, 별 생각없이 건넸을 말에 나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문제 거리'를 좌우상하로 살피다보니 지끈거리던 머리가 가라앉는다. ‘왜?’라는 물음표 하나로, 해결점은 없지만 상한 마음은 조금씩 연고를 바른 듯 나아진다.     


나에게 찾아온 부정적 감정은 덮는다고 덮이지 않는다. 잊는다고 떠나지 않는다. 인사를 나누고 안부를 어야, 사정을 한없이 들어주고 나야 웃는 얼굴로 자리를 뜬다. 마주하기 싫어도 안부를 물어보자. 그래야 답을 찾을 수가 있다.   

*<나의 눈물과 마주하는 용기>라는 책의 한 구절이다.

힘들어지는 삶의 느낌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힘든 느낌 속에 머무르고 그 느낌 속에서 이유를 발견해야 한다. 그러면 그 속에서 해답을 얻게 될 것이다.’


오늘 나에게 다가온 감정들에게 용기내어 말을 걸어보자.     







물음표 or 마침표 


나의 머릿속을 채우는
부정적인 감정들이 있다면
꺼내어 글로 옮겨보세요.
 
연필로 끄적여도 좋고,
자판을 두드려도 좋아요.
감정이 글로 내려앉는 순간,
나의 감정을
거리를 두고 볼 수 있게 됩니다.     

객관적으로 바라보며
아, 내가 그래서 서운했구나.
그래서 화가 난 거구나.
 

감정을 안아줄 수 있는
여유가 생깁니다.






*나의 눈물과 마주하는 용기 | 강지윤 | 대림북스 | 2017.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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