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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찹쌀떡 Aug 25. 2020

비록 코로나가 나를 슬프게 할지라도

코로나가 다시 심각해지고 있다. 어린이집은 긴급 보육 공지가 나왔고, 회사에서는 출근과 재택을 격일로 하라고 지침이 떨어졌다. 연기되었던 출장은 아예 취소했다.

코로나가 장기전으로 갈 거라는 건 예상하고 있던 바였다. 그런데 이렇게 확산이 심해지고 강화된 조치가 나오는 시기면 다시 마음이 무거워진다. 조금이라도 머리가 띵하고 몸이 으슬거리는 날이면 불안감이 한껏 엄습한다. 아이들과 남편, 나의 체온을 자꾸 재본다. 언제까지 불안해하며 살아야 할까.


너무 우울하고 불안함이 고조될 때면 일부러 몸을 움직인다. 집안 청소를 하고 몸을 쭉쭉 늘려 스트레칭도 해본다. 홈트 영상을 한 두 개 골라 따라 해보기도 한다. 땀도 나고 뭔가 개운해지는 느낌이다. 간혹 몸을 움직이기 조차 싫을 때면 나의 감정과 생각을 두서없이 적어 내려 간다. 다 일시적인 해결책일 뿐이지만 안 하는 것보단 훨씬 낫다.



항상 미래의 계획을 세우곤 했었는데 워낙 변수가 많으니 나중을 떠올리기가 참 어렵다. 기왕이면 밝은 미래를 꿈꾸고 싶은데. 현실을 반영하여 미래를 그리다 보니 머릿속의 미래는 그렇게 희망적이지만은 않다. 언젠가 재택과 온라인 교육, 디지털 사회가 이루어질 것이라고들 했지만 단계적으로, 차근차근 준비하지 못하고 어쩔 수 없이 급하게 도입한 상황이라 그런지 여기저기 삐그덕거린다.


누군가와 연락을 하고 마주쳐도 즐거운 이야기를 하기가 쉽지 않다. 대부분 안부전화는 '별일 없고? 거긴 코로나 어때?', '그래, 코로나 괜찮아지면 조만간 만나'와 같이 코로나로 시작해서 코로나로 끝난다.


'코로나가 조만간 종식되면...'으로 시작됐던 의견들은 점점 쏙 들어가고 코로나는 종식되지 않는다, 코로나 이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다는 견해들이 나오고 있다. 씁쓸하지만 이젠 정말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싶다. 우리 가족과, 주변인들과 많은 사람들에게 별 일 없기를. 코로나로 더욱 강한 방역체계를 갖추고 다가올 미래를 미리 준비하는 계기가 되기를. 새로운 희망과 발전을 위한 터닝포인트가 되기를.


더불어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에 나오는 말처럼 - '오늘날의 그 어떤 질병과도 닮지 않은 질병들이 수두룩하게 나오지만 이런 질병들은 한때 무섭게 유행하다가도 이내 나타날 때처럼 신비롭게 사라졌다' - 정말 언제 유행했냐는 듯 신비롭게, 감쪽같이 사라지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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