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이 시작되었다. 새 학기, 가을, 추석맞이 등으로 들썩들썩해야 하는데 도통 몇 월인지 알 수 없는 분위기다. 작년 9월에는 어땠더라? 나의 경우엔 대학원 입학과 운전 등으로 항상 설렘과 불안이 공존했던 것 같다.
그러고 보니 1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큰 변화가 없어 보인다. 1년이 지나면 전공분야의 지식도, 운전도 쑥쑥 늘 줄 알았는데. 한 층 더 높아진 게 아니라, 겨우 한 계단 정도 올라온 것 같다. 남들과 비교하면 안 되겠지만 사실 남들이라면 1년이 아니라 한 달 정도면 할 수준인 것 같아서 슬프다.
브런치에도 공부하는 엄마라는 카테고리로 글을 쓰기 시작했지만, 공부를 잘하는 엄마가 아니라 공부를 하려고 하는 엄마에 가깝다. 이따금씩 '학생 때 공부를 좀 더 열심히 할 걸' 하는 생각이 들지만, 지금의 모습을 보면 돌아가도 그대로 일 것 같다. 그나마 그때는 머리가 데굴데굴 돌아가는 소리는 좀 들렸던 것 같은데. 공부뿐 아니라 일도 육아도 제자리걸음이다.
종종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를 하는 기분이 든다. 나의 항아리에 뭔가를 담긴 하는데 자꾸 빠져나간다. 시간과 노력과 돈을 들여 담는데, 쌓이는 것은 없으니 허무하다. 이럴 땐 빠져나가는 속도보다 채워 넣는 양과 속도를 더 많게, 더 빠르게 하면 된다고들 하던데. 사실 내가 넣는 양이 많지는 않다. 내가 좋아하는 일이라기보단 내가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돼서 더 그런 것 같기도 하고...
그 와중에도 다른 분야에도 눈길이 간다. '이것도 하고 싶은데, 저것도 해야 하는데.' 항상 어떤 분야의 전문성이 있는 사람을 부러워하는데, 나의 모습은 '어중이떠중이'에 가깝다. 그렇다고 쥐고 있는 것들을 다 놓아버리고 한 가지에만 집중하긴 쉽지 않다. 그 한 가지가 무엇인지도 잘 모르겠고, 다른 것들을 아예 무시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아니 그럼 어쩌라는 건지?!)
일단 새로운 달을 맞이해서 작은 변화를 줘 볼 생각이다. 물론 이 방식도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다. 내 방식들이 잘못된 걸 수도 있고, 나 자신이 '밑 빠진 독'일 수도 있겠지만 어쩔 수 없다. 이런 시행착오를 겪어가면서 그나마 맞는 방법을 찾고, 뚫린 부분을 조금씩 메꿀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