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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피오 Feb 01. 2017

14th_한겨울 해질녘 크렘린 투어의 2가지 선물

일몰 & 강추위

구세주 그리스도 성당에서 보면, 저 멀리 크렘린 궁전이 보인다. 그래서 걸었다. 근데 은근히 멀다. 

저 십자가 드신분도 분명 유명한 분일 것이다.

전철로 1 정거장이라서 걷긴 했는데 600원 아끼지 말고 전철 탈걸 그랬나 보다. 사진상 하늘은 분명 맑지만 이날은 아이폰 시리도 인정한 덜덜덜 추운 날씨였다.

체감 온도는 영하 20도 이하였다.
국립 도서관

한참을 추위와 싸운 끝에 국립 도서관 역에 도착했다. 이제 지하도만 건너면 크렘린 입구이다.

지하도를 건너 잘 나오면 매표소 바로 앞으로 나온다. 잘 못 나오더라도 크렘린 궁의 위엄을 느끼며 아래쪽 통유리 건물로 오면 입장 티켓을 구매할 수 있다.


현재 시각 12월 중순의 어느 날, 오후 3시.

티켓 구매 후 위 사진 속 보안검색을 통과해야한다.

크렘린 궁 투어를 이 시간에 하는 이유는, 아무래도 낮의 모습도 괜찮지만 밤에 불이 들어온 다음에 야경으로 보면 더 멋졌다. 그래서 궁 안쪽도 야경으로 보면 더 멋질 것 같아서 오후 3시 지나서 해 떨어지기 시작하면 들어가기로 마음먹었다.


입장료는 1인당 500 루블. 결코 싼 가격은 아니다. 티켓을 사면 궁 내 관광지도를 한 장 준다. 혹시라도 겨울에 간다면 나처럼 지도 처음 받아보고 어디에 뭐 있는지 찾아보지 말고 미리 공부해서 갈 곳을 알아두면 좋다. 너무 추웠다 진짜. 미리 공부를 안 하면 어느 건물이 실내 입장이 가능한지 눈치로 찾아야 한다. 그 시간이 너무 가혹하다.

성으로 들어가는 다리에서 본 구세주 그리스도 대성당의 일몰

두근두근.

드디어 러시아의 심장으로 들어간다.

입구로 딱 들어가면 뭔가 휑하다.
눈은 깔끔하게 다 치워져 있고, 날은 춥고, 사람은 없다.
그래도 보안요원 같은 사람들이 곳곳에 있는데 횡단보도가 없는 곳의 인도에서 도로로 내려오면 혼난다. 횡단보도로만 건넙시다. 인도도 관광객이 갈 수 없는 길이 존재한다. 지나가는데 누군가 소리 지르면 그 길이 내부 직원용 길일수 있으니 주의하자.

이리저리 헤매다 제일 높은 종루를 찾았다. 그 유명하다는 이반 대제의 종루. 그 좌우에는 유럽에서 직경이 제일 크다는 왕대포와 깨진 종이 있다. 


잘 알겠지만, 왕대포는 실제로 발사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고 한다. 보통 전차를 보더라도 직경이 저거보다 작고 총 길이가 저것보다 길 텐데 저건 너무 짧고 굵다. 어쩌면 발사 자체가 안 되는 모형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유명한 깨진 종.

옮기다가 깨졌다는 설과 불이 났는데 물을 부어서 깨졌다는 설들 다양하다. 에밀레종이 더 큰 것 같다 개인적으론.


사실 내 감성이 이 정도는 아닌데 이 망할 날씨가 감성까지 같이 얼린 것 같았다. 이 추운 날 실내에라도 들어갔으면 괜찮았을 텐데 무슨 연유에서인지 이반 대제의 종루는 분명 입장 가능한 건물인데 못 들어가게 막는다. 나는 실내가 보고 싶은 게 아니고 단지 추위를 피하고 싶었던 건데...

나를 구원해준 수태고지 성당 (정면)

진짜 너무나 추워서 들어갈 수 있는 곳을 찾아 헤매다가 드디어 찾았다. 이름도 모르고 관광객 몇 명이 들락날락하길래 일단 들어갔다. 궁 밖으로 나갈 수 없는 왕족들의 전용 성당이라고 본 기억이 있는 걸로 봐서는 수태고지 성당이 맞는 것 같다. 안에 역시 이콘들이 가득한데 거친 벽면에 그대로 그린 듯했다. 그림을 걸어놓거나 부드러워 보였던 다른 성당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우스펜스키 대성당

크렘린 궁 안에서 가장 오래되었다는 우스펜스키 대성당을 문을 열어주지 않아서 들어가 볼 수 없었다. 분명 가이드 지도에서는 입장 가능한 건물이었던 것 같은데 시간이 늦어서 그런가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사실 추워서... 너무 추워서... 추위를 피한 장소로만 생각했었는데 뒤늦게 찾아보니 대단한 건물이었다.


- 우스펜스키 대성당 (카잔 성당처럼 여기저기 많이 있다)

- 1479년 건축

- 벽과 지붕에 성화를 그리기 위해 동원된 화가만 1천 명 이상

12세기의 성 게오르기 상과 13~14세기의 삼위일체 상이 유명하며, 나폴레옹 군대가 퇴각할 때 훔친 300kg의 금과 5톤의 은을 되찾아 만들었다는 샹들리에가 있다. 러시아에서는 국교 대성당이라고도 부르며 이곳에서 황제의 대관식과 모스크바 총주교의 장례식을 치르기도 했다.  

[네이버 지식백과] 우스펜스키 대성당 (러시아에서 보물찾기, 2006., 아이세움)

성당에서 겨우 몸을 녹이고 나왔는데 이제부터 일몰 타임이다. 나는 또 정신 못 차리고 일몰 타임랩스 촬영을 시작했다. 이르쿠츠크에는 그래도 1시간을 버텼는데 여기는 와 40분이 한계다. 해가 떨어지고 하늘이 어둑해지는 모습까지 담아야 영상으로 만들었을 때 근사하게 나오는데 더 이상은 못 버티겠다. 철수.

들어온 곳과는 반대쪽으로 나왔다. 나오는 길에 뒤돌아 봤더니 이반 대제의 종루가 멋들어지게 서있었다.

정면에 보이는 문으로 나가면 붉은 광장이다. 문 틈으로 보이는 것이 굼 백화점이다.

정말이지 모스크바의 제설은 끝내준다. 붉은 광장을 처음 봤을 때도 심하다 싶을 정도로 염화칼슘을 뿌려서 눈을 치워놨었는데 크렘린 궁 안에는 실제 대통령 직무실도 있어서 그런지 바닥이 얼 틈도 주지 않는다. 그래도 차도랑 인도만 치워서 눈이 남아 있는 모습.


사진 찍을 때는 몰랐는데 사진 속에 크렘린 궁 안에서 유명한 건물들은 다 들어있다.

크렘린 궁에서 나오니 성 바실리 대 성당이 또 나를 반겨준다.

볼 때마다 다른 모습이다. 미묘하지만 보는 각도에 따라 배경이 살짝 달라지면서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느낌도 있다.


아무튼 1일 1 바실리 합시다.


야경을 보겠다며 오후 3시 넘어서 시작한 한겨울의 크렘린 궁 투어는 얼음 궁전 투어였다.

일몰과 추위를 남겨준 크렘린 궁 투어.

사전에 조금만 공부했더라면 더 자세히 봤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후회하면 뭐하리.

나중에 또 가서 잘 보면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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