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ck 18. god(지오디) [길]

18. 네가 갈림길에서 스스로 지도를 만들어야 할 때

by 밍구


나는 잘 정돈된 이름 있는 관광지보다 지도에 이름조차 표시되지 않는 가꾸지 않은 숲을 더 좋아한다. 주인을 잘못 만난 탓에 고생을 쥑사리하는 것은 다름 아닌 유모차다. 커다란 바퀴가 아니면 굴러갈 수조차 없는 길 아닌 길에 바퀴를 굴리는 일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지만, 결코 포기할 수 없는 나의 일과였고 지금의 일상이다.

“엄마, 나 잘 따라와.”

먼저 앞장서서 걷는 딸이 힐끔힐끔 나를 뒤돌아보며 걸음을 늦추지 않는다. 이제는 아이보다는 짐가방을 싣는 짐수레 용도로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 나는 덜컹거리는 유모차를 미느라 도무지 속도가 나질 않는다. 저만치 앞서 가던 딸아이는 갈림길에서 멈춰서 내게 어느 길로 가야 하는지 묻는다.

“아무 곳으로 가도 길은 다 이어져 있어, 나경아. 네가 내키는 길로 가, 엄마가 뒤에서 따라갈게.”

나는 가까스로 따라잡은 아이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말했다.


중학교 교복과 함께 교사의 꿈을 입고 공부했다. 어른이 되어도 방학이 있는 직업이란 게 가장 큰 매력이었고, 두 번째는 분필로 칠판에 판서할 때의 서걱거림에 설렜고, 세 번째는 졸업 후에도 계속 연을 이어나가는 좋은 인생 스승이 되는 삶을 살고 싶었다. 그 꿈을 단 한 번도 잃지 않고 육 년을 마음에 품고 살았다. 좋은 국어 선생님과 문학 선생님을 만나며 나는 교사에서 국어교사, 문학교사로 구체적인 꿈을 키워나갔다. 교사에게 가장 중요한 품성이자 자질은 공정함이라 스스로 정의 내렸던 나는 반장을 도맡을 적에는 좋은 기회로 여겨 실습 나온 교생처럼 행동하기도 했다. 그렇게 소중히 품어온 꿈이 흔들리고 조금 다른 방향을 바라보게 된 것은 수능을 한 학기 남겨둔 열아홉 초여름이었다.

“민아야, 너 학교 대표로 백일장에 한 번 나가볼래?”

국어 선생님은 배꽃 안에 그려진 학교로 나를 보냈다. 교복을 입고 고등학교가 아니라 신촌으로 향하던 그날 아침 풍경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대학 정문에는 가기 다른 교복을 말끔히 차려입은 여고생들이 여대생과 섞여 들뜬 발걸음으로 화살표를 따라 걸었다. 모두가 자신의 학교 대표였기에 같은 교복은 없었겠지만, 비슷비슷한 교복에 똑같은 마음을 품은 여고생 중 내가 있었다. 오늘 나의 글이 반짝반짝 빛났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

처음 경험한 백일장의 추억은 영롱하다. 정해진 시간 안에 주어진 단어를 주제로 알맞은 길이에 마음을 담는 시험. 커다란 원고지에 글을 쓰고 심사가 이루어지는 동안 우리는 그 학교에 재학 중인 여대생의 안내에 따라 캠퍼스 투어를 했다. 그중 역시나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시인 겸 건축가였던 이상이 설계한 건물을 둘러보았던 것이다. 교과서 속 문학가의 숨결이 맞닿았던 공간이 주는 감동은 여타 작가의 생가나 문학관을 둘러볼 때와는 또 다른 감동이었다. 그해 백일장 시어는 ‘벽돌’과 ‘주머니’였고, 나는 후자를 골라 글을 썼다. 그 글은 생각지도 못한 좋은 결과까지 얻어 나를 강단에 올려 주었다. 배꽃이 새겨진 학교 심벌과 함께 내 이름 석 자가 새겨진 상패를 받고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몇 번이고 상패의 글귀를 읽고 또 읽었다. 다음 해 수상작 모음집이 집으로 배송되었고, 수필 부문 심사위원으로 위촉되었던 김훈 작가의 내 글에 대한 한 줄 평에 나는 노란 형관펜으로 밑줄을 그었다. 이를 계기로 나는 김훈 작가의 책을 서점에서 볼 때면 지나치지 못하고 내 방 책꽂이에 차곡차곡 꽂았다.

“선생님, 저는 어느 학과에 지원해야 할까요? 국어교육과만 생각했었는데 국문과도 재미있을 것 같고, 실력만 되면 문예창작과도 가고 싶고요. 문학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하고 싶어 졌어요.”

내게 백일장을 추천해준 선생님께 가을이 오기 전 진로 상담을 요청했다.

“네가 어떤 과에 진학하든 후회가 남을 거야. 그래도 국문과에 가서 공부를 잘하면 교직 이수를 할 수 있으니 국어교육과와 문예창작과 사이의 모든 가능성 있는 길이 인문학부가 어떻겠니? 그러나 이건 어디까지나 선생님의 생각이고, 결정은 네 몫이야.”

나는 교무실을 걸어 나와 세 가지 갈림길에서 나의 길을 택하여 걸어 나가기로 다짐했다.


***

나경아, 지금도 문학 교과서에 이 시가 실려있을지 모르겠다만, 예문으로 한 토막 나왔던 이 시의 전문을 찾아 공책에 몇 번이고 필사했던 내 지난날이 떠오르는구나. 그리고 마치 이 시와 이 노래, 심지어 이 음반이 실린 흑백사진 앨범 표지까지 삼박자가 대단한 조화를 이루며 한 작품처럼 열여덟의 내게 들어왔지. 오늘은 네게 엄마의 엽서 대신 이 시를 써줄게. 네가 갈림길에 놓여 스스로 지도를 만들어야 할 때 이 작품을 감상하렴.


가지 않은 길

로버트 프로스트


단풍 든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습니다

몸이 하나니 두 길을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하며, 한참을 서서

낮은 수풀로 꺾여 내려가는 한쪽 길을

멀리 끝까지 바라다보았습니다


그리고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똑같이 아름답고,

아마 더 걸어야 될 길이라 생각했지요

풀이 무성하고 발길을 부르는 듯했으니까요

그 길도 걷다 보면 지나간 자취가

두 길을 거의 같도록 하겠지만요


그날 아침 두 길은 똑같이 놓여 있었고

낙엽 위로는 아무런 발자국도 없었습니다

아, 나는 한쪽 길은 훗날을 위해 남겨 놓았습니다!

길이란 이어져 있어 계속 가야만 한다는 걸 알기에

다시 돌아올 수 없을 거라 여기면서요


오랜 세월이 지난 후 어디에선가

나는 한숨지으며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고, 나는-

사람들이 적게 간 길을 택했다고

그리고 그것이 내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고


Track 18.

god(지오디) [길] 작사·작곡 박진영


내가 가는 이 길이 어디로 가는지 어디로 날

데려가는지 그 곳은 어딘지 알 수 없지만

알 수 없지만 알 수 없지만 오늘도 난 걸어가고 있네


사람들은 길이 다 정해져 있는지 아니면 자기가

자신의 길을 만들어 가는지 알 수 없지만

알 수 없지만 알 수 없지만 이렇게 또 걸어가고 있네


나는 왜 이 길에 서있나, 이게 정말 나의 길인가

이 길의 끝에서 내 꿈은 이뤄질까


무엇이 내게 정말 기쁨을 주는지 돈인지 명옌지

아니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인지 알고 싶지만

알고 싶지만 알고 싶지만 아직도 답을 내릴 수 없네


자신있게 나의 길이라고 말하고 싶고 그렇게 믿고

돌아보지 않고 후회도 하지 않고 걷고

싶지만 걷고 싶지만 걷고 싶지만 아직도 나는 자신이 없네


나는 왜 이 길에 서있나

이게 정말 나의 길인가

이 길의 끝에서 내 꿈은 이뤄질까


나는 무엇을 꿈꾸는가 그건 누굴 위한 꿈일까

그 꿈을 이루면 난 웃을 수 있을까

hoo~ 지금 내가 어디로 어디로 가는 걸까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야 살아야만 하는가


나는 왜 이 길에 서있나(왜 이길을)

이게 정말 나의 길일까(이게 정말 나의 길일까)

이 길의 끝에서 내 꿈은 이뤄질까(내 꿈은 이뤄질까)

나는 무엇을 꿈꾸는가(난 무엇을)

그건 누굴 위한 꿈일까(꾼 꿈인가 hoo~)

그 꿈을 이루면 난 웃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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