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ck 04. 에스이에스(SES) [I'm your

누군가 네게 특별한 별명을 지어줄 때

by 밍구


“혹시 집에서 어머님께서 아기를 부르는 애칭이 따로 있을까요?”

구월의 가을 햇빛 아래 커다란 DSLR 카메라를 든 여자 사진작가는 내게 물었다.

“애칭이요? 오나똥이요. 오, 나, 똥”

나는 분홍빛 치맛자락을 움켜쥐고 몸을 앞으로 살짝 기울이며 겸연쩍게 대답했다.

“오나똥이요? 참 귀여운 별명이네요. 오나똥, 나똥아, 나똥이 여기 보세요.”

베테랑 사진작가가 너무나도 정직한 뉘앙스로 ‘나똥아’를 외치자 나는 웃음이 터졌다. 자꾸만 다른 곳을 쳐다보는 돌잡이 꼬마 아가씨의 시선을 사로잡기 위해 부른 애칭은 목석처럼 굳어 있는 돌끝맘의 표정을 자연스럽게 풀어 주는 주문 같았다.


터질 것 같은 근육질 몸매에 초록 피부를 가진 사내였다. 배에 빨래판 같은 복근이 있고, 각진 턱은 돌도 씹어 먹을 것처럼 단단해 보였다. 그에 비해 움푹 들어간 눈과 뭉툭한 코는 상대적으로 더 작고 못 생겨 보였다. 옷이라고는 터질 듯한 허벅지 때문에 진짜 찢어져 너덜너덜한 보라색 바지 나부랭이만 걸친 게 다였다. 초자연적인 힘을 소유한 통제 불능의 거대한 괴물, 헐크가 바로 내 인생 첫 별명이었다.

나를 헐크라고 처음 부른 아이는 같은 반 남자아이 D였다. 까무잡잡한 피부에 목소리가 꺼칠한 D는 웃을 때 볼이 움푹 패는 인디언 보조개를 가진 아이였다. 나는 D를 만나기 전까지 내성적인 아이였다. 4학년 때까지 구구단을 잘 외우지 못해 몇 번이고 수학 익힘책의 구구단 문제 오답을 지우느라 종이에 구멍이 났다. 실험 관찰 책에 비커의 눈금이나 리트머스 종이 색도, 거름종이의 알갱이도 늘 잘못 그려 과학 점수도 형편없었다. 아마 그 당시 한 학급에 오십여 명 되는 아이들을 지도하는 교사의 눈에 나는 반에서 키가 가장 크고, 머리가 제일 긴, 공부에 관심 없는 조용한 아이 정도로 비치지 않았을까 싶다. 그러했던 나의 성적표가 반란을 일으키고, 학급 임원을 도맡아 하며, 극기 훈련 때 당시 유행하던 걸그룹의 춤을 추게 된 것은 헐크의 초자연적인 힘 덕분이었을까.

“야, 헐크, 헐크!”

열두 살이었다. ‘헐크’라는 도발과 나의 강력한 펀치 중 어떤 게 먼저였는지 모르겠다. D가 나를 헐크라고 부르면 나는 여지없이 주먹을 꼭 쥐고 그 아이의 볼을 때렸다. 물론 정말 헐크처럼 온몸의 혈관이 터질 것처럼 주먹을 불끈 쥐고 있는 힘껏 때린 것은 아니고, 가볍게 그러나 네 손가락의 세 번째 마디가 모두 그의 볼에 닿게끔 나는 헐크라는 별명에 반응했다. 나와 달리 공부를 잘하고 활달한 D는 조용한 나에게서 헐크를 불러일으켜 반 아이들에게 강한 존재로 각인시켰고, 임원 선거날에도 그 아이는 여지없이 헐크를 후보로 추천했다. 나와 D는 함께 남녀 부회장이 되었다. 쉬는 시간이면 추격전을 벌였고, 학생회의 시간에는 임원의 본분을 다하는 모습으로 나란히 칠판 앞에 섰다. 매일 나머지 공부를 하고 하교하던 나는 남에게 지기 싫어하는 악바리 근성이 헐크와 함께 깨어났고, 점점 수학과 과학 시간이 즐거워졌다. 매일 학교에서 돌아오면 나는 부모님에게 D의 얘기를 했던 것 같다.

“아빠 보기에는 D가 우리 똥민아를 많이 좋아하는 것 같은데?”

아빠의 말에 나는 얼굴이 빨개져 그럴 리 없다며 손사래를 쳤다. 나를 좋아한다면 결코 내게 헐크라는 그런 무식한 별명을 붙여줄 리 없다는 게 나의 반박이었다. 그러나 솔직한 심정을 아빠에게 내 마음을 들킨 것 같아 부끄러웠다. D의 마음은 모르겠지만, 나는 D를 좋아하였기 때문이다.

하교 후에는 반 친구들이 우르르 함께 페트병에 물을 담아 물싸움을 했고, 물싸움의 끝은 늘 놀이터 정자에 빙 둘러앉아 진실 게임으로 막을 내렸다. 외국여행도 한 번 가본 적 없는 우리는 매일 무인도로 떠나는 상상을 했고, 무인도에 함께 할 이성 친구를 수줍게 골랐다. 나는 이미 그때 마음속으로 늘 D와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공부보다 게임을 잘했던 내게는 진실 게임에서 대답할 기회가 좀처럼 주어지지 않았다. 그래도 매일 놀이터에서 친구들의 속마음을 빨간 셀로판 종이에 불빛을 비춘 것처럼 들여다보는 시간이 즐겁고 설렜다. 친구의 입에서 생각지 않은 이성 친구의 이름이 나올 때면 <사랑의 스튜디오>에서 프로그램 끝에 출연자들의 사랑의 작대기가 엇갈리는 것을 보는 것처럼 신나고 흥미진진한 일이었다.


내가 가장 사랑한 만화영화는 <빨강머리 앤>이다. 나는 빨강머리 앤을 동경했고, 그와 길버트의 사랑을 내 것처럼 여겼다. 그래서 나는 특히 그 대목에 주목했다.

“야, 홍당무! 홍당무!”

길버트가 앤의 빨강머리 한쪽을 잡아당기며 제일 듣기 싫어하는 별명을 개구진 표정으로 불렀고, 화가 머리끝까지 난 앤은 길버트의 머리에 노트 크기의 칠판을 부서지도록 내리쳤다. 오랜 시간 앤과 길버트는 오해를 풀지 못한 채 서로를 없는 존재처럼 취급하고, 나중에서야 오해가 풀리고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연인으로 발전했다. 나는 홍당무라고 앤을 놀리는 길버트에게서 헐크라고 나를 부르는 D를 보았다. 앤과 길버트가 상급학교에 진학하기 전 서로의 마음을 확인했던 것처럼 나도 D의 마음을 알고 싶었다. 나는 곧 6학년이 되어 D와 반이 갈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피어올랐다. 그전에 나는 그 아이에게 헐크가 아닌 다정한 여자 친구가 되고 싶었다.

“나, 너 좋아해. 너 나 좋아해?”

나는 우리 아파트 옆 하늘색 공중전화 박스에 40원을 넣고 D의 집에 전화를 걸어 고백했다. D는 내 고백에, 아니 물음에 마구 웃었던 것만 같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나도 너 좋아해’라는 대답은 듣지 못한 채 통화가 끊겼다. 그리고 나는 며칠 후 장염으로 학교를 조퇴했다. 다음 날 등교한 내게 D는 노란색 편지봉투를 건넸다. 편지에는 분홍색 볼펜으로 나의 건강을 염려하는 그 아이의 마음과 자신도 나를 좋아한다는 글씨가, 지금까지도 만난 본 적 없는 아주 정갈한 글씨체로 적혀 있었다. 우리는 그 주말에 로데오 거리에 있는 대형 팬시점 CNA에 가서 하트가 반으로 쪼개져 한쪽에는 자물쇠가, 다른 한쪽에는 열쇠가 그려진 열쇠고리를 나누어 가졌다.

6학년은 불국사로 수학여행을, 5학년은 경기도 외곽의 야영장으로 극기훈련을 떠났다. 각 반에서는 짝을 지어 장기자랑을 준비했다. 나도 여자 친구들과 팀을 이뤄 춤을 추었다. 불행하게도 춤은 연습한다고 잘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었다. 함께 연습하던 친구들은 키라도 크니 그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롱다리 가수 김현정 노래에 맞춰 팔다리를 흐느적거리는 게 낫지 않겠느냐고 놀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진심을 다해 춤췄다. 비록 바다와 슈, 유진의 포지션은 꿈도 못 꿀 뒷줄 가장 구석 자리에서 췄지만, 나는 이제 더 이상 헐크가 아닌 ‘너의 소녀’였다.


***

나경아, 너의 첫 번째 별명은 ‘딱풀이’야. 이 세상에 나오기 전 엄마 배속에 있을 때 지어준 태명이 네 별명 역사의 기원이 아닐까 싶어. 너를 가졌을 때는 이 세상에서 만나는 순간 전에 혹여나 너를 잃을까 겁이 많이 났어. 그래서 떨어지지 말고 엄마 배에 야물딱지게 딱 붙어 있으라는 간절한 마음을 담아 딱풀이라고 지었지. 그리고 세상에 갓 태어나 하루에 18시간 넘게 잠만 자던 네게 ‘오나똥’이라 부르기 시작한 건 바로 너희 외할아버지가 지어준 별명이야. 엄마가 어느 책에서 읽은 적이 있는데 사람들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똥이나 방구를 붙이는 경향이 있대. 진짜인지 외할아버지는 아직도 엄마를 똥민아, 키다리 할머니를 나팔똥, 시우를 똥시우라고 불러. 아, 그리고 외할아버지가 지난봄 훌쩍 자란 너와 자가격리 기간을 보낸 후 새 별명을 지어주셨어. 그건 바로 ‘변화무쌍’이야. 함께 잘 놀다가도 한 순간 울고 불며 물건을 집어던지고, 또 얼러주면 언제 그랬냐는 듯 배시시 웃는 네가 말 그대로 변화무쌍이라나? 그리고 그건 어릴 적 나를 똑 닮았다 하더구나.

앞으로 네가 유치원에 입학하여 친구를 사귀고, 학교에 들어가서 좋아하는 친구가 생기면 그들은 어떤 별명을 지어줄까. 얼마 전 엄마도 스스로 별명을 짓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어 엄마의 학창 시절 별명을 떠올려 봤어. 헐크도, 왕언니랑 깡민 오빠도, 밍구도 풋사과도, 그리고 미래의 강작가도 모두 나를 사랑하는 이들이 지어준 것이었어. 아마 너의 별명도 모두 너를 사랑하는 이들이 하나 둘 만들어주는 너의 또 다른 이름이 될 거야. 엄마는 네게 붙여질 별명이 벌써 기대된다. 특히나 별명을 지어주는 이성에게는 조금 더 집중해야 할 필요가 있어. 모르긴 몰라도 별명을 짓는다는 건 그만큼 네게 관심이 있단 뜻이니까.

어느 남자아이가 네게 새로운 별명을 붙였다고 내게 귀띔해주는 날, 이 노래를 들려줄게. 초록빛 헐크가 사랑에 빠진 열두 살 소녀로 변신하여 신발장에 붙은 전신 거울을 보며 남몰래 연습하게 만든 그 노래, 가능하다면 네게 춤 동작도 살짝 얹어서 들려줄게. 그렇지만 비웃으면 절대 안 돼. 엄마가 헐크로 변해버릴지도 모르거든.


***

Track 04.

에스이에스(SES) [I'm your girl] 작사·작곡 유영진


Yeah, what's up what's up S.E.S! We open up

the new chapter - of funky New Jill Swing!

Here we come! Here we come! uh-come on!

I like S.E.S ya'll! (Yes S.E.S ya'll)

We like S.E.S ya'll! (Yes S.E.S ya'll !)

You never don't stop. You never don't quit!

Kick out some sounds of the Hip-Hop Beer!

Now clap your hands everybody-

Now Move your feet everybody-

to the left (to the left)

to the right (to the right)

now bring it back. fat rhythm of the free style!

왜 내게 말을 못해

이미 지나간 일들 진부한 옛 사랑얘기 (I love you, tell me baby)

솔직히 말을 해줘

그렇지만 너에겐 오직 나뿐인 거야 oh yeah

두려워하지마 내 곁에 있는걸

그대와 내 인생 저 끝까지

나를 믿어 주길 바래 함께 있어

Cause I'm your girl. Hold me baby (tonight)

너를 닮아 가는 내 모습 지켜 봐줘

Stay with me last forever yeah

넌 왠지 달랐었지

느낌이 예전부터 알고 지낸 친구처럼 (Shake it Shake it baby)

그렇게 너는 내게 해맑은 웃음만을

주는 또 하나의 나 oh yeah

두려워하지마 네 옆에 있는걸

난 오직 너를 위해 살고싶어

나를 향한 네 모든 걸 간직할게

Cause I'm your girl. Hold me baby (tonight)

너를 닮아 가는 내 모습 지켜 봐줘

Stay with me last forever yeah

몰랐어 난 난 너에게 있어

그 어느 하나 자신 있게 얘기 할 수 없었던 것

모두 부질없는 내 걱정이었다니

이제 널 나의 품에 꼭 안아줄게

난 참 널 몰랐던 거야

오직 너 하나 하나를 위해 내가 살아가야 한다는 것

말고 내게 중요한 게 어딨 겠어

이젠 네가 알아주길 바라겠어

너에겐 그 어떤 말보다

넌 내 꺼 라는 말이 듣고 싶어

사랑해 언제까지

baby you always in my heart

나를 믿어 주길 바래 함께 있어

Cause I'm your girl. Hold me baby (tonight)

너를 닮아 가는 내 모습 지켜 봐줘

Stay with me last forever

나를 향한 네 모든 걸 간직할게

Cause I'm your girl. Hold me baby (tonight)

너를 닮아 가는 내 모습 지켜 봐줘

Stay with me last forever yea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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