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의 서울

by 소디짱

촌년의 목표는 언제나 서울이다. 그 시작은 대학이다. 고1 자습실엔 "서울대 06학번 박소디" 포스트잇이 붙었고 고2 자습실엔 "서강대 06학번 박소디" 포스트잇이 붙었다. 고3 자습실에선 포스트잇을 뗐다. 대신 공부시간을 15분 단위로 색칠하는 수첩을 펼쳤다. 아무도 볼 수 없는 안쪽에 적었다. 인서울만 하자. 가능한 커트라인은 숙대. 그 밑으로는 집에서 서울 안 보내준다. 아자아자 박소디! 수능 후 3개월, 나는 집에서 지하철을 타고 신입생 OT에 갔다.


촌년은 또 한 번 사대문 입성의 꿈을 꾼다. 직장을 구하자. 사원증을 메고 광화문을 거닌다. 점심은 마마스에서 버섯 파니니를 먹어야지. (라떼 시절 광화문 맛집 ㅋㅋ)식후엔 동료들과 청계천 한 바퀴 돌고. 이름만으로도 대한민국 발전을 견인시킬듯한 큰 회사들이 나보고 시험 치러 오라네. 얼쑤. 나도 미래의 산업역군이다. KTX 선로에 피 같은 내 용돈을 뿌린다. 시험 친다고 욕본김에 홍대 가로수길 인사동도 들러야지. 엄마돈 아빠돈도 뿌린다. 졸업 후 3개월, 나는 같은 사투리를 쓰는 도시에 취직했다.


촌년은 포기하지 않는다. 남편의 발령지가 서울이다. 주말 부산에 내려오겠다는 남편을 부득불 말린다. 내가 비행기를 타고 퇴근한다. 김해공항서 김포공항으로. 왜 다 서울로 가는 건데. 나도 좀 알자. 주말 한정 서울내기가 시작된다. 마 이게 스울이다, 시전 해볼까. 그런데 어머나. 코로나네. 역병 걸리면 동선 깐다네. 세상에나. 임신이네. 나 고위험군 분류되네. 차를 타고 탁 트인 한강만 주구장창 간다. 억울하다. 서울서 산다고 좋아했는데. 분통 터진다. 일신의 범위가 너무 좁다. 그로부터 9개월, 태어난 아이의 호적에 굳이 서울특별시 영등포구를 박는다. 아기야. 너, 호적은 서울이야. 턱별시민이라구.


대학을 서울로, 직장을 서울로, 정착을 서울로 한 이들은 말한다. 살기는 부산이 좋지. 2600만 명이 빡빡하게 사는 수도권이 뭐가 좋냐. 서울 사는 드라마 속 박보영처럼 말한다. 서울은 팍팍해. 정이 없어. 난 고향 사는 드라마 속 박보영에 가깝다. 아직까지도 서울역 앞 대우빌딩을 보면 가슴이 설레고, 더현대의 현란한 팝업스토어에 눈이 뒤집히고, 서늘할 정도로 각 잡힌 스시야에 입맛을 다시는 나는 '미지의 서울'이 궁금하다.


정말 오랜만에 밤을 새워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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