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를 찾아라

by 소디짱

<혼모노>를 읽었다. 유행하는 책이라 외면했었다. 젊은데 잘 나가기까지 하는 작가에 대한 뿔뚝심이랄까. 트렌드에 편승하고 싶지 않은 홍대 인디병이랄까. 그런데 식탁 위에 놓인 책을 보자 드릉드릉해졌다. 책 읽을 시간이 있다면 운동하는게 나을까. 그냥 책을 고르고 싶은 밤이었다. 책은 남편이 샀다. 그는 유행하는 책만 산다. 내가 다 읽었던 한강 작가의 책을 무더기로 쟁인 그다. 읽지 않는 건 별도의 문제다.


제일 뒷장을 펼치니 몇 쇄를 찍었는지가 안 나온다. 오호라. 앞에 있구나. 아무렴. 내세울만하지. 출시 4개월 만에 15쇄다. 서른 초반에 예스24 '종합'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면 어떤 기분일까. 넷플릭스 왜 보냐, 성해나 책 보면 되지. 배우 박정민의 강렬한 한줄평이 <혼모노> 판매에 모터를 달았다. 창비는 함박웃음일 테지.


어라, 단편 모음집이네. 처음으로 읽은 건 표제작 혼모노. 신빨 떨어진 무당이 신령을 찾는다. 그 신령은 앞집으로 이사 온 애기무당에게 간 듯하다. 무운을 바라는 정치인이 나온다. 진짜 무당도 이마이는 못 쓴다. 절정에서 끝이 난다. 결론 없이 끝나버린다. 그래서 더 강렬한가. 두 번째는 남영동 대공분실에 대한 이야기를 읽는다. 고문실을 설계한 김수근이 구보승으로 분한다. 진짜 김수근도 이마이는 못 쓴다. 희망이 인간을 잠식시키는 가장 강력한 고문이라고. 단편 두 개 읽었을 뿐인데 장편소설 두 권은 읽은듯하다. 진이 빠진다 (긍정적으로).


밤 11시 식탁에서 시작된 책은 소파로 이어진다. 특별히 기억에 남았던 건 본인의 딸을 끔찍이 여기며 원정출산 보내려는 엄마의 이야기다. 갈등은 시부도 본인의 손녀를 끔찍이 여기는 데에 있다. 둘은 깔치 뜯고 싸우며 딸이 진짜 뭘 말하려고 하는지는 듣지 않는다. 이 외에도 태극기부대에 휩싸인 검머외, 영화감독의 팬클럽, 록밴드를 결성한 소년들의 이야기가 있다. 뭐가 진짜이고 뭐가 가짜인지 알 수 없는 세상이 <혼모노>에 담겼다. 뭘 이렇게까지 잘 써. 참. 다 재밌어서 작가에게 질투가 난다.


다 읽고 나니 새벽 한 시. 관성적으로 폰을 집어든다. 뉴스란이 떠들썩하다. 진짜 목걸이를 차고 나와 가짜 목걸이라 항변하고 다시 진짜 목걸이를 들이미니 목에 칼이 채워져 버렸다. 지금의 진짜 이름은 원래 이름에서 개명한 것이고 세상이 부르는 진짜인지 가짜일지 모를 이름도 따로 있다. 그녀를 지키는 법사는 <혼모노> 속 무당처럼 신빨이 떨어졌을까. 카메라 앞 고개 숙인 모습이 진짜인지, 출두 전 다리 꼰 모습이 진짜인지 아무도 모르겠지만 이렇게 이야기하고 싶다. <혼모노> 왜 보냐, 뉴스 보면 되지. 역시 지어낸 가짜 이야기보다 진짜 이야기가 더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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