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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디짱 Nov 15. 2020

절필의 나날들

6만원을 내고 하루에 500자씩 쓰는 글쓰기에 참여했다. 주말을 제외하고 총 20일을 적는 사이클이었다. 시작할때만해도 호기롭게 다 참여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아슬아슬하게 딱 11번을 채웠다. 사실 재미도 없었다. 500자를 적는 답변에 비해 질문이 장황했다. 내 생각으로는 500자로 모자란 질문들이었다. 개인적인 내 의견이다. 참여한 다른 분들은 극찬 후기를 남겼다. 난 별로였다. 조금씩 자주 적는것보다 한 편의 짧은 글을 완성도 있게 적는게 내 스타일임을 깨달았다. 원래 모든 일은 돈을 들여야 안다. 


여하튼 그런 스낵문장들을 제외하고는 여러달 글을 쓰지 않는 나날들이었다. 마치 내가 김영하나 이슬아나 장기하라도 되는 냥 절필을 선언했다. 사실 글을 쓸 수 없는 나날들이었다. 글을 쓸 수 없는 기분이었다. 쓰게 되면 읽는 모두가 마음 아플 그럴 나날들이 이어졌다. 글로 남기기조차 싫었다. 그러는 사이에 계절이 지나갔다. 교대 스타벅스 2층에서 크리스마스 음료를 마시며 창밖의 단풍을 찍었다. 올 가을 처음이자 마지막인 단풍놀이였다. 


재밌는 글을 쓰고 싶었다. 예전 사진들을 보며 웃음짓는 한 때 처럼, 시트콤같은 내 일상을 글로 기록하고 다시 펼쳐보았을때 웃을 수 있는 글을 쓰고 싶었다. 그런데 요즘의 나는 재밌는 일이 정말 1도 없다. 주말도 즐겁지 않고 주중은 최악이다. 이번주 금요일엔 정말 집밖에서 한 발자국도 나가지않고 침대에 누워만 있었다. 온갖 유튜브 클립을 섭렵하고 각종 커뮤니티 인기글을 보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하면서도 뭔가를 읽고싶고 보고싶은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아닌게 되버릴까봐 그랬나.


절필의 나날들을 거둔다. 티끌만한 즐거움이라도 방구석에서 찾아 끌어올려 한편의 글을 적겠다. 나는 원래 긍정적이고 발랄한 사람이다. 심연의 우울을 저 멀리 던져버리겠다. 그리고 글을 쓰겠다. 유나언니가 그랬다. 소디 너의 인생길 중간중간에 힘들고 조금 괴로운 갈래가 있더라도 메인 스트리트 자체는 언제나 바르고 곧게 향해있으니 흔들리지 말고 쭉 걸어 나가라고. 언니가 고맙네. 언니 맞네. 오늘은 언니에게 문자를 해봐야겠다. 좋은 언니였다. 


교대 앞 스타벅스 2층 단풍놀이 명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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