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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디짱 Dec 23. 2021

엄마 없는 둘리 때매 울어버린 날

아기는 도통 자지 않는다. 나는 꾸벅꾸벅 조는데 애는 커다란 눈이 반짝인다. 새벽 세시 소디쑈가 펼쳐진다. 어르고 달래고 흔들고 까꿍 한다. 그러다 내가 먼저 지치면 소디 리사이틀로 넘어간다. 조용한 새벽을 가르는 동요 독창회. 그러다 살짝 목이 멘다. 1억 년 전 옛날이 너무 그리운 둘리는 엄마가 없다. 63빌딩을 등지고 달리는 하니는 엄마가 보고 싶어 두 손 꼭 쥔다. 섬집 아가는 첫 소절부터 눈물 버튼. 엄마는 없는 살림에 뭐라도 보태려고 갓난애기를 혼자 둔 채 굴 따러 가고 아기는 집을 지킨다. 바다가 들려주는 자장노래에 지혼자 팔 베고 스르르르 잠든다. 감성 폭발하는 나와 달리 아기는 아직도 눈이 똘망똘망하다.


하루 종일 아기만 보는 생활이  달이다. 옆에 누워 아기의 눈을 바라보면  맑은 눈동자에 내가 비친다.  작은 생명체가 어디서 왔을까. 이렇게 예쁜 아기가 어떻게 나에게로 왔을까.  목숨을 내주어도 아깝지 않다는 말이, 눈에 넣어도  아프다는  진부한 말이 온전히 이해가 된다. 내가 어떻게 엄마가 됐을까. 나만을 믿고 의지하는,  없이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아기를 어떡하지. 둘리와 하니와 섬집 아가는 엄마가 없어서 떡하지. 이런 생각까지 뻗쳐 주책스럽게 눈물이 나는 것이다.


아기는 아직도 눈이 똘망해 결국 나는 기계적으로 아기를 두드리기 시작한다. 바라만 봐도 아까운 아기를 두고 한 손에 폰을 든다. 세상이 어찌 돌아가고 있나, 랭킹뉴스를 본다. 한파주의보가 들이닥친 날 의류수거함에서 이불에 감싼 신생아가 죽은 채 발견됐단다. 하루에 분유를 세 번만 주고 기저귀를 말려 쓰는 10대 부모를 둔 70일 아기가 죽었다는 뉴스도 있다. 구급차에서 출산한 코로나 확진 임산부 뉴스에서는 몸무게도 혈액형도 모른 채 덩그러니 엄마 옆에 누워있는 아기를 보며 엄마가 괴로움에 미치고 있다는 아빠의 인터뷰를 본다.


사회 초년병 시절, 새벽마다 경찰서를 돌며 간밤에 변사 없나요 특이점 없나요 물어보고 다닐 때 기억나는 당직 경찰의 말이 있다. 신생아가 집에서 죽었는데, 아빠 팔뚝에 깔려서 죽었어. 24살이었던 나는 그게 얼마나 끔찍한 일인지 가늠할 길이 없었다. 아기가 없던 34살까지도. 음식물 쓰레기통에 갓 태어난 아기를 버렸다던지, 입양아를 때려죽이는 양부모라던지. 그저 사회면의 한 뉴스로 취급하며 ㅉㅉ 거렸다. 지금은 그랬던 내가 경멸스러울만치 부끄러울 뿐이다. 아기를 바라보며 스스로 되뇐다. 무슨 일이 있어도 너를 꼭 지킬게. 너를 무한히 사랑할게. 너와 너의 친구들, 세상의 모든 아기들이 행복할 수 있도록 노력해볼게.


둘리랑 둘리엄마 잠깐 만났을때 장면인데 리얼 맴찢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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