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디짱 Apr 18. 2022

마늘 까는 삶

드라마 옥탑방고양이에서 정다빈은 맨날 마늘을 까고 있었다. 전문대를 졸업해 취준생이었던 그녀의 알바거리였다. 마늘 한다라이를 쌓아놓고 김래원과 매번 티격태격하는  보며 고딩이었던 나도 엄마와 티격태격했다. 엄마  마늘이나 까면서 살래. 취직은  하고? 전업주부 하면 마늘 까면서   있는  아녀? 전업주부 할래. 언젠  특파원한다매.  그냥 전업주부가 짱인거같어. 엄마처럼 살래. 현모양처   있을  같아. 그건 쉽냐. 그냥 교사나 공무원 해라. 전업주부는 무슨.


그랬던 나는 내가 바랬던 것처럼 특파원도 아니 되고 엄마가 바랬던 것처럼 교사나 공무원도 아니 됐다.  시에 출근해서 일곱  반에 퇴근하는 그저 그런 회사원이다. 그리고 지금은 6개월째 휴직 중이다. 육아휴직이다. 합법적으로 1 3개월을   있다. 쉬는 줄로만 알았다. 그리고 전업주부 간접체험 중이기도 하다. 나는 매일 되뇐다. 현모양처 개나 줘버려.


이미 양처는  건너갔는데 현모도 이렇게 어려울지 몰랐다. 오늘 나는 아기의 손톱을 깎아주다  연하디 연한 살을 찝었다. 아기는 으엥 울었다. 피도 났다. 우는 아기를 달래주기 위해 그림책을 들었다. 소울을 담아   마리를 부르는 중이었다. 그림책에 붙어있는 튤립 모양의 동요 기계가 아기의 얼굴에  떨어졌다. 아기는 으에에에에에에에엥 울었다. 나는  번이나  얼굴에 시뮬레이션을 했다. 많이 아프네. 미안하다 이런 애미라. 그러다 재채기가 나왔다. 찰나에 참지 못했다. 참고로 아기가 가장 싫어하는  재채기 소리다. 으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엥. 아기는  엄마의 품에 안겨 나를 계속 야렸다. 마음이 쓰렸다.


오늘의 쓰리콤보는 전업주부로서   일을 제대로 못한 거나 진배없다. 현재 내가 가장  해내야  일이 바로 아기 키우기니까. 회사에서는 실수를 하면 시말서를 쓴다.     써봤다. 심각한 오타였다. 월급이 깎이거나 하진 않았지만 일하는 마음에 스크라치가 났다. 오늘도 그랬다. 앓았다. 아기야 미안해. 이럴  시말서를 누구에게 써야 하나. 육아도 노동이다. 아기의 꺄르르 웃음을 월급으로 받는 노동. 그렇게 일하는 마음과 앓는 마음을 겪으며 신간 '일하는 마음과 앓는 마음' 펼쳤다.


6명의 작가가 각각 일에 대한 이야기를  내려갔다.  때문에 좋은 날도 있고 한없이 좌절하는 날도 있는 모두를 위한 이야기였다. 사실 일은  때문에 한다. 하지만  만으로 일을   없다. 나는솔로 7 송강호 닮은 아재도 연봉 2억따리 일을 때려치고 사회복지사를 한다하지 않느냐. 일이란 그런 것이다. 마음이, 품이 드는 것이다. 특히  쓰는 용접공 천현우 작가의 부분이 좋았다. 그가 생각하는 일의 본질은 돈이 아니라 잘하고자 하는 마음이라고. 나도  마음이 무언지 안다. 200 원도  되는 월급에도    잘하지 못해 안달난 수습사원의 모습이 10 전의 나다. 돈은커녕 허리가 끊어질  같은 육체적 노동의 육아를 울지 않고 하는 나다.


종종 질문받는다. 복직할거야? 복직하게 되면 일도 해야 하고 육아도 해야 한다. 그것도 주말부부로 해야 한다. 나에겐 든든한  여사가 있지만 그래도 단단히 각오해야 할걸. 워킹맘으로 고군분투하는 친구들을 보면서 내가 저이처럼 잘할  있을까 걱정도 된다. 일이 가져오는 시시각각의 마음들에 육아까지 얹어 해낼  있을까. 언젠가는 정말로 마늘 까며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일단은 굳혔다.  일하는 녀자야!!  버는 녀자야!!! 앓게 되더라도 일하는  마음 다시 느껴 볼테다. 복직, 커커커 커몬!!!!!!!!!!


정다빈 레알 마늘까기 달인






매거진의 이전글 빼앗긴 산책로에도 봄은 오는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