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출근은 10년이 넘어도 익숙해지지가 않는다. 일요일이라는 나태함과 풀어짐에 걸맞게 출근룩도 후줄근해진다. 평일이라고 정장 셋업을 입는 건 아니지만 일요일엔 뭘 입어도 허용되는 분위기가 있다. 정장만 입는 사람들은 청바지를 입는 정도랄까. 후드티는 안되어도 맨투맨은 괜찮은 뉘앙스랄까. 아이스커피 빨대를 죽죽 빨며 회사 로비에 들어서면 내 눈에 보이는 명단이 있다. 바로 ‘오늘의 결혼식’ 안내판이다.
회사 건물에 웨딩홀이 하나 있다. 원래는 회사 건너편에도 비슷한 웨딩홀이 하나 있었는데 폐업했다. 부산의 예식장들이 5년 새에 반토막 났다는 기사는 사실이었다. 당장 내 나와바리의 2곳 중 1곳이 문을 닫았으니 말이다. 그래서인지 이곳 웨딩홀은 성업이다. 오늘만 해도 5쌍의 예비부부가 연을 맺는다. 시간 장소 혼주 예신 예랑의 이름이 빼곡한 안내판을 지나며 나는 생각한다. 신랑 신부 입장. 달달한 유부초밥 헬게이트 입장.
잔뜩 꾸미고 온 사람들과 엘리베이터를 같이 탄다. 누가 봐도 내 복장은 결혼식 참석 복장이 아니다. 드레스 입은 신부와 탄 적도 있다. 오해할까 봐 말해주고 싶었는데. 저 이 복장으로 회사 가는 거예요. 아아 원래 이렇게 입고 다니는 회사는 아닌데요, 아무튼 결혼식 하객 아니에요. 엘리베이터에선 궁금하지 않은 사연들이 내 귀를 뚫고 들어온다. 신부가 나이가 많단다. 신랑 엄마가 선을 많이 보게 했다. 결혼식장 화장실에서만 입조심해야 할 일이 아니다. 어디서든 누군가는 듣는다.
조용한 사무실 창밖으로 저 멀리 노랫소리가 들린다. 잔잔한 축가들만 봐왔는데, 신나는 축가를 하는 이들도 왕왕 있다. 내 결혼식을 떠올려본다. 눈치 없이 길었던 축가에 나왔던 야유, 친구들에게 떠밀려 어설픈 막춤을 추던 진서방, 민망해 한 나의 모습이 띄엄띄엄. 내 로망은 품격과 우아의 경건한 결혼식이었는데 내 마음만으로는 안 되는 게 내 결혼식이었다. 한 번 더 하면 스몰웨딩 해야지. 바다가 보이는 스시야를 대관해야지. 셰프, 가격은 상관없어요. 다 내와!!! ㅋㅋㅋ 한 번 더 하면 안 돼. 아암.
어떻게 결혼을 결심했어? 종종 묻는 사람들이 있다. 글쎄. 웃고 말았었는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모르겠다. 그저 눈떠보니 신부입장 하고 있었다는 말이 진짜다. 오늘 결혼한 5쌍은 어떻게 결혼하게 됐을까. 아니 이 세상의 유부초밥들은 다들 어떻게 결혼하게 됐을까. 결혼은 미친 짓이라지만, 산전수전 공중전을 겪어도 다시 결혼하겠다고 나는 솔로 나온 영숙이를 보면 그것도 아닌가 보니, 알 수 없는 린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