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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디짱 Apr 03. 2024

섬집아기 듣고 오열한 아기

아기는 내가 그렇게 좋은가. 나와 함께하는 휴일이면 낮잠을 안 잔다. 아니, 잠이 오는데 꾸역꾸역 참는다. 눈이 반쯤 감겨 나와 놀아달라 성화다. 혹시나 낮잠시간과 차를 타고 가는 이동시간이 겹치면 쪽잠을 자고 말아 버린다. 그렇다고 ‘육아 퇴근’이 빨라지는 건 아니다. 혹시나 혹시나 저녁 먹기 전 잠에 겨워 침대에 뻗어버리면 모를까. 그날처럼 말이다.


함께 책을 읽던 아이가 오후 5시에 뻗었다. 아싸. 육퇴다. 그러면서 불안한 마음은 감출 수 없다. 내일 아침까지 쭉 자겠지? 혹시나 일어나면 어쩌지? 그렇게 재밌다는 ‘눈물의여왕’을 좀 볼까. 침대에 누워서 생각만 하다가 저녁도 거른 채 밤 11시가 됐다. 한 게 없다. 뇌세포 죽이는 숏츠와 릴스만 반복했다. 하. 그냥 마음 놓고 자야지. 설마 일어나겠나. 하는 순간 아기가 일어났다.


밤 11시 에너지 만땅의 29개월은 마치 지금이 오전 11시인 양 논다. 엄마, 밖이 깜깜해. 그래. 그럼 자야 해. 엄마 나 잤어. 알아. 근데 지금 밤이야. 엄마 놀아. 아냐, 자. 엄마 놀자구. 엄만 자야 해. 엄마 일어나. 의 무한반복에 결국 털고 일어나 놀아준 게 2시간. 너는 충전, 나는 방전. 늙은 애미를 좀 봐주겠니. 침대에 잠시 누워보겠니. 함께 노래를 부르며 놀아볼까. 그런데 불은 끄는 거야.


새벽 1시의 갑작스러운 노래방 오픈에 뭘 불러야 할지 모르는 나를 두고 아기가 신청곡을 말한다. 으랏차차 중장비. 로보카 폴리. 용감한 구조대. 부르다 부르다 부를 노래가 없어지자 나는 이제 새 노래를 가르쳐주리라 결심한다. 엄마 따라 해봐. 동글동글 아줌마. 투덜투덜 아저씨. 아줌마가 펼치는 꿈속 같은 이야기. 동화친구 숲 속친구 모두모두 즐거워. 이건 엄마 어릴 적에 불렀던 노래야. 엄마도 아기일 때가 있었지. 엄마는 어른이야. 응 그런데 엄마도 옛날에는 아기였어. 자, 이 노래는 주고받는 게 별미니까 같이 잘해보자. 엄마 별미가 뭐야. 응 하이라이트 같은 거야. 하이라이트는 뭐야. 핵심이라는 거지.


반응이 괜찮다. 내가 동글동글 선창 하면 아기가 아줌마! 내가 투덜투덜하면 아기가 아저씨! 아주 그냥 쿵짝이 잘 맞는 환장의 복식조랄까. 이건 어떨까. 유행가로 가보자. 떠나는 길에 니가 내게 말했지, 너는 너무도 바라는 게 많아. 아냐 내가 바라는 건 하나야. 한 개뿐이야. 달디단 밤양갱! 밤양갱을 방양깽 이라 한다. 이상화랑 결혼한 일본인 강남이 밤양갱 부르는 거보다 더 웃긴데. 밤양갱을 어려워하면서도 너무나 재밌어하는 아기. 침대에 동동 구르며 꺄르르 꺄르르 넘어가네.


자 이제 발라드로 넘어가자고. 섬마을에 아기가 있어. 근데 아기 엄마는 아기 두고 일하러 가. 그래서 바닷가가 자장가를 불러줘. 잘 들어봐. 아기는 갑자기 누워있는 내 배위로 올라와 밀착한다. 등을 두드리며 불러준다. 엄마가 섬그늘에, 굴 따러 가면. 아기가 혼자남아 집을 보다가. 바다가 들려주는 자장노래에 팔 베고 스르르르 잠이 듭니다. 응? 자나? 내 가슴팍에 얼굴을 파묻은 아기가  미동이 없다. 옳다쿠나. 이 노래구나. 역시 진리의 클래식 자장가로구나.


아기야. 이번엔 개사를 해볼게. 엄마도 우리 윤이 두고 매일 아침 회사가지? 엄마가 회사에~ 일 하러 가면, 윤이가 혼자남아~ 어린이집 가다가. 그런데 아기가 들썩인다. 왜 그래. 아기가 숨죽여 운다. 이 전개는 뭐지? 나에게 우는 걸 들킨 후엔 펑펑 오열을 한다. 말 그대로 목 메어 운다. 달래줘도 진정이 안된다. 그걸 본 나도 이 밤에 운다. 우리 윤이가 엄마 회사 가서 슬펐구나. 많이 슬펐구나. 이제 어린이집 적응 잘 한 줄 알았는데. 엄마가 늦어도 씩씩하게 잘 노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구나. 한참을 운 아기가 눈물콧물 바람으로 말한다. 엄마 보고 싶어. 이제 내가 오열한다. 미안해 윤아. 미안해. 뭐가 맞는지 아무래도 모르겠다. 그렇게 모른 채 난 또 회사로, 아기는 어린이집에 간 아침이다.


이제 호호아줌마처럼 밝은 노래만 가르쳐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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