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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밝을 여름 Dec 07. 2020

나부터 먼저 실천.

환경이야기


남편: (휴대폰으로 무언가를 폭풍 검색하며) 우리 바닥에 까는 거, 러그 하나 살까?

나: 왜? 갑자기?

남편: 아니, 바닥이 차갑잖아.

나: 소파 있잖아.

남편: 그래도 바닥에 앉았을 때 차가우니까 그렇지.

나: 그럼 세탁은 되고?

남편: 그건 안되지.

나: 세탁 안되면 좀 그렇지.

남편: 근데 지금 내가 보는 게 엄청 세일해서 싸다니까. 5만 원 정도밖에 안 해.

나: 살 때 5만 원, 버릴 때 1만 원.

남편: 뭘 또 그렇게 부정적으로 생각하냐?

나:???


대화 끝.




부정적이라니? 맞는 말 아닌가?

우리 집 살림은 내가 도맡아서 하기 때문에 청소와 관련된 부분을 절대로 무시할 수 없기도 하지만, 그것보다도 물건을 사게 되면 이제는 버릴 때도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오래 쓸 거 아니면 잘 안 사게 된다. 더군다나 재활용이 안 되는 건 누가 공짜로 가져가라고 해도 안 받는다.


얼마 전, 마트에서 장을 보다가 아이들이 좋아하는 유산균 요구르트가 세일도 하고 한 줄 더 붙어있길래 냉큼 골랐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마실 때는 단 몇 초밖에 안 걸리는데, 분리수거하려면 몸통에 있는 비닐도 뜯어야지, 뚜껑에 붙어있는 것도 떼야지, 또 씻어야지, 말려야지,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었다.

이런 사정을 알 리 없는 남편은 대수롭지 않게 사자 지만, 결국 다시 제자리에 갖다 놓았다.

왜냐? 살림 내가 니까. 또 일주일 동안 쌓이는 어마어마한 플라스틱 쓰레기 양이 지긋지긋하기도 하고...




며칠 전, 수도권 매립지 관련 뉴스를 보게 되었다.

이런저런 갈등에 대한 내용이었는데, 뉴스를 보고 나니 마음이  그랬다. 사실 그동안은 쓰레기에 대해 그다지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았었다. 그저 길거리에 쓰레기 버리지 않고, 분리수거 잘하고, 음식물 쓰레기 양 줄이고, 이 정도로만 해도 스스로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뉴스를 보고 나서 우리가 쓰레기봉투에 꾹꾹 눌러 담은 쓰레기들이 어디론가 옮겨져 땅에 묻힌다고 생각하니, 문득 '자연'에게, '지구'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마저도 더 묻힐 곳이 없어 쓰레기를 묻을 다른 장소찾아봐야 된다고 하니...

사람 사는 곳에서 쓰레기가 안 나올 수는 없겠지만, 한 사람 한 사람 쓰레기들이 모이고 모여 쓰레기산이 되고 쓰레기를 더 이상 묻을 곳이 없어 또 다른 장소를 찾아봐야 되는, 또 그 속에서의 여러 갈등들, 악순환이 계속된다는 사실이 참 안타깝고 씁쓸했다.




솔직히 말하면,

나도 예~~ 전에는 '나 하나쯤이야'라는 생각으로 분리수거를 제대로 안 하고 버린 적도 있었다.


싸다고 저렴하다고, 다이소 꺼는 막 사고 또 함부로 쉽게 버 .

비닐에 붙어있는 스티커, 반쯤 뜯다가 포기하고 비닐 재활용에 버린 .

박카스 마시고 유리병이랑 병뚜껑 분리 안 하고 같이 버.

일부러는 아니지만 어쩌다 떨어뜨린 휴지조각, 알면서도 다시 줍지 않고 지나 .


이 모든 지난날철없던 내 행동들후회하고 반성한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살림을 다 보니, 아이들에게는 내가 모범이 되어야 나 먼저 바른 사람이 되어야 했다. 나는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아이들에게는 쓰레기 함부로 버리지 말라고 하는 건 모순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살림을 도맡아서 하다 보니 끊임없이 나오는 쓰레기들, 쌓이고 쌓이는 쓰레기들을 직접 눈으로 보고 겪었기 때문에 이번 쓰레기 매립지 관련 뉴스도 더 크게 와 닿았을지 모르겠다.


이제는 한 살 한 살 먹을수록 철이 들어서 그런가, 환경을 중요하게 생각하게 된다. 양심에 찔리는 일은 웬만해서는 안 하게 된다. 

뉴스를 보고 나니, 앞으로는 재활용이 안 되는 물건은 사지도, 쳐다보지도 않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평소 미니멀 라이프에 관심이 많았는데, 내가 가지고 있는 걸 비우고 버리는 미니멀 라이프가 아니라, 가진 건 오래오래 사용하되 불필요한 것들, 없어도 되는 것들을 더 이상 사지 않는, 짐을 늘리지 않는 미니멀 라이프를 추구해야겠다고 다짐해본다.


고로 나는 러그 사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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