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도 그 구하기 힘들다는 희귀한 포켓몬빵을 드디어 구입하게 되었다. 오늘! 그것도 지금 막!
요즘 아들 또래 남자아이들은 거의 다 비슷하겠지만, 우리 집 아들도 포켓몬이라고 하면 반전문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포켓몬에 대해선 진심이다.
유일하게 반복해서 보는 만화도 포켓몬 만화이고, 그 수많은 포켓몬 캐릭터도 술술 외울 정도이며, 제일 쓸데없다고 생각했던 포켓몬 카드도 뭐 살일 있음 무조건 사고 본다.
그래서 이번에 포켓몬빵이 재출시된다는 기사를 봤을 때 아들은 엄청 기대를 했었다.
그랬었는데...
마트나 편의점 빵 진열 코너에서 포켓몬빵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혹시나 해서 물어보면 재고 없다는 말과 함께 이제는 더 이상 포켓몬빵의 '포'자도 꺼내지 말라는 듯 지긋지긋하다는 점원의 표정뿐이었다.
아들은 하루 종일 포켓몬빵 타령이고, 나는 구할 수 없고.
아들이 그저 유행 때문에 포켓몬빵을 찾는 게 아니라는 걸 잘 알아서 어떻게든 포켓몬빵을 구해서 아들에게 기쁨을 주고 싶었지만 나의 능력 밖이었다.
그런데 어제 집 근처 롯데슈퍼에 들러서 식빵 하나를 고르다가 비어있는 포켓몬빵 진열 코너를 발견했다.
'어? 그러면 여기도 포켓몬빵이 들어온다는 거네? 여기는 늦게 여니까 잘하면 포켓몬빵 살 수도 있겠다.'
난 속으로 생각하며 집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하교한 아들에게 이 사실을 얘기하니 금방 들떠서는 내일 앞에서 기다렸다가 꼭 사 오라고 했다. 그것도 할 수 있음 많이 사 오라고 하면서.
오늘 아침, 아이 둘을 유치원과 학교에 데려다 주니 시간이 애매하게 30분이 남았다. 10시가 되려면 좀 기다려야 했지만, 유치원에서 집으로 오는 길에 롯데슈퍼가 있어 집으로 가지 않고 마트 근처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포켓몬빵을 사면 좋지만, 못 사도 어쩔 수 없다 생각하고 느긋하게 오디오북을 들으며 기다리고 있는데, 에잉? 9시 50분쯤 되자 내 옆에 어떤 아주머니가 떡하니 자리를 잡았다. 누가 봐도 포켓몬빵을 사려고 시간 맞춰 온 게 분명했다. 줄을 서진 않았지만 한 명의 라이벌(?)이 생기니 머릿속이 조금 복잡해졌다. 그런데 그 순간 차 한 대가 쌩하니 들어오더니 마트 입구에 주차를 하기 시작했다. 차에서 내린 사람은 나와 비슷한 나이 대의 남자분이었는데 이분도 우리처럼 포켓몬빵을 사려고 온 모양이었다.
아들만 아니면 진심 집에 가고 싶었다. 이렇게 까지 해서 사고 싶지 않았는데, 뉴스에서 보듯 땡 하고 문 열리면 우르르 뛰어가는 그런 모습 정말 질색인데...
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 물은 이미 엎질러졌고, 또 기다린 시간도 있고, 그리고 라이벌도 생겼으니, 이왕 이렇게 된 이상 꼭 사고야 말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상하지 못한 라이벌이 두 명이 생기니, 느긋했던 마음이 몹시 다급해졌다.
이게 뭐라고. 가슴은 콩닥콩닥 두근거리고 꼭 마치 100미터 달기기 출발선에서 총소리를 기다리 듯, 긴장감마저 흘렀다.
눈은 휴대폰 시계를 보고, 머릿속으로는 빵 코너까지의 동선까지 그려보면서, 어느새 혼자서 시뮬레이션까지 하는 내 모습이 웃겼지만 또 한편으론 진지했다.
드디어 직원분이 문을 열었고, 나는 냅다 뛰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으며 오로지 최적의 동선만 생각할 뿐이었다.
부끄러움도 잊고 냅다 뛰니 나를 뒤따라오던 아주머니도 같이 뛰는 모양이었다.
웃음 나는 상황이지만 그 순간만큼은 진지했기에 빵 코너까지 제일 먼저 도착했다.
그런데 포켓몬빵 진열 코너에 빵이 없었다. 눈을 이리저리 돌려가며 재빠르게 살피니 저 구석에 포켓몬빵이 하나, 그것도딸랑 하나 있었다. 나는 망설이지 않고 얼른 집었다.
드디어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리던 포켓몬빵을 득템한 순간이었다.
직원분께 포켓몬빵 더 없냐고 물으니, 오늘은 하나만 들어왔다고 했다. 역시나 지긋지긋하다는 표정과 함께.
나말고는 다 무표정의 얼굴이었지만 나는 기뻤다. 아들에게 선물을 줄 수 있어 행복했다.포인트 적립도 잊은 채 황급히 마트를 나와 집으로 향하는데 기분이 룰루랄라즐거우면서도 왠지 모를 부끄러움에 발걸음이 빨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