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을 담아 여행을 대하는 자세
여행의 온도를 측정해 본 적이 있는가. 여행 자체에서 느껴지는 온도라기보다는 내가 그 여행에 임하는 자세에서 그 온도를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 온도가 서서히 높아지는 때는 여행을 가기로 정한 순간부터일 거다. 목적지를 정하고, 가고 싶은 곳, 먹고 싶은 것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면서 매일매일의 일정을 채워나가다 보면 그 흥분과 설렘이 앞으로 다가올 여행의 온도를 높이기 시작한다.
그저 여행일 뿐인데. 다시 한번 나의 열정을 뜨겁게 불태운다. 이런 순간이 그리워 여행을 떠나고 싶어 진다.
나는 여행에 있어서는 매우 계획형이다. 시간 단위로 여행 일정표를 짜는 편이다. 가고 싶은 곳, 먹고 싶은 것, 그곳을 찾아가는 방법, 상세 비용까지 세세하게 기록해야 두어야 내가 여행을 잘 준비했구나 하는 만족감이 든다. 일정 계획표 일부가 비어있으면 걱정이 앞선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완벽히 준비했다고 생각한 계획도 여행지에 가서 예기치 못한 상황을 맞닥뜨리는 순간 맥을 못 췄다. 미리 준비한 일정이 충분히 틀어질 수 있다는 걸 몸소 경험하고 나면 다 부질없는 짓이라는 걸 그제야 깨닫는다.
이런 유형일 경우, 부작용이 있다. 가기 전까지는 넘치는 기대감에 한껏 고조되어 있다가 정작 여행지에 가서는 여행준비를 할 때보다 그 감흥이 덜하다고 할까. 이미 진이 다 빠진 느낌이다. 이미 여기에 와본 거 같고, 이미 이 음식을 먹어본 거 같은 느낌. 참 바보 같은 짓 같기도 하다. 그저 내 가슴이 뜨거워지는 대로 두면 될 것을.
그래서 요즘은 나 자신을 좀 내려놓고 여행 일정을 여유롭게 준비하는 편이다. 여행지에 가서 아무런 사전정보 없이 새로운 곳에 도전해보기도 한다. 이런 도전이 더 매력 있다. 가슴을 뛰게 만든다. 여행의 온도를 높이는 순간이다.
아침 일찍부터 밤늦게까지 꽉 채워진 일정으로 숨돌릴틈 없이 몰아치는 것 만이 여행의 온도를 달구는 건 아니다. 한 템포 쉬어가면 내 감정을 돌아보며 내 감정적 온도를 느껴보는 것이 여행의 온도를 진정 올리는 방법일 것이다. 좋은 여행의 기억은 내 삶의 활력을 불어넣어 준다. 이따금씩 꺼내보며 추억을 되새기며 내 삶의 온도를 높여보자.
해가 넘어가기 시작할 때 하늘이 붉게 물들어가는 순간을 좋아한다. 황혼. 낮과 밤을 이어주는 특별한 순간이다. 하루의 여느 시간보다 짧은 순간이어서 그런지 더 애틋한 감정이 든다. 그 시간의 하늘은 매일매일 다른 색을 보여준다. 그때의 온도 역시 매일 다를 것이다. 우리의 인생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