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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세 Mar 19. 2021

어제도 당신은 내일이라고 말했다

 오래된 통계지만 히말라야의 고산을 등정하다가 각종 사고로 목숨을 잃는 사람이 많은데 대부분 추락사라고 한다. 보통 정상의 아래쪽에서 추락사가 많이 일어나는데 정상공격에 성공해서 마음이 한껏 고조된 상태에서 긴장의 끈을 놓아버렸기 때문이다. 산은 올라갈 때 보다 내려갈 때를 조심해야 한다는 말은 언제나 유효하다. 중국의 사자성어에 '교병필패'라는 말이 있다. 자신의 능력만 믿고 자만하는 병사는 싸움에서 반드시 패한다는 뜻이다. 진정으로 교병필패의 교훈을 마음속에 새겨야 하는 것은 바로 안전에 관한 일들이다.
한순간의 작은 방심이 대형사고로 이어져 되돌리기 힘들 정도의 큰 손실을 초래하니까. 그런데도 대형사고가 나면 안전의식을 새롭게 하고 안전에 대한 투자도 대폭 강화한다고 호들갑을 떨다가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없었던 일이 되어 버린다.
어느 정도 사고 없이 지내다 보면 다시 안전불감증이라는 망령에 사로 잡히게 되는 것이다.


 지난번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은 G 부장님께서 완쾌 후에 회사로 복귀하셨다. 참 다행인 건 병원에 격리 입원돼 있는 동안 그 어떤 증상도 없이 매일 알약 하나씩만 처방받으셨다고 한다. 가족 간 전염으로 확진 판정받으신 건 안타깝지만 아무런 통증 없이 지나간 건 큰 행운이다. 안 그래도 고혈압, 당뇨가 있으셔서 걱정했는데 다행이다. 공식적인 의사 소견을 증빙으로 출근을 하셨다. 몰랐던 사실인데 의사의 소견에 따르면 격리 해제 환자의 경우 2~3개월 동안 코로나 *PCR 양성이 지속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PCR 검사는 전파가 불가능한 사멸된 바이러스나 바이러스 잔여물에도 검출이 되는데 세계 보건기구(WHO)의 연구에 따르면 바이러스 발병 8일 후 검출된 바이러스가 배양이 안 된 연구결과가 있어 격리 해제 후 PCR 검사에서 양성으로 검출되더라도 전파력은 극히 낮거나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래도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여 1주일간 G부장님은 격리된 사무실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조치를 하였다. 

작년 초 코로나 확산 이후로 안전환경팀의 주도하에 많은 코로나 예방활동을 했고 지금도 하고 있다. 

회사 출입 모든 인원의 체온 측정, 사무실, 현장 소독, 전 직원 마스크 지급 및 의무 착용, 사무실 격리 근무, 재택근무, 식당 테이블마다 벽 설치, 식사 후 비타민 지급, 매주 코로나 안전문자 송부 등의 예방활동을 꾸준히 해왔는데, ' 우리는 다른 회사와 비교하면 잘하고 있다.' '1년 동안 확진자가 한 명도 없었다는 건 정말 잘하고 있는 거다.' 우리 내부적으로 안심하고, 안일하게 생각한 건 아닌가 반성하게 되었다. 

사실 안전환경 팀장으로서 G부장님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전화를 지난 휴일 아침에 받고 순간 어떻게 해야 될지 바로 떠오르지 못했다. 그 찰나의 순간만으로도 아직 내가 덜 준비되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는 자세를 항시 생각하고 훈련해야 된다는 걸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PCR(polymerase chain reaction): 캐리 멀리스(Kary B. Mullis)에 의하여 1985년에 개발된 중합효소 연쇄 반응으로 현재 유전물질을 조작하여 실험하는 거의 모든 과정에 사용하고 있는 검사법


회사 전체의 밀폐공간을 재 확인하고 있다. 회사의 오수정화조가 대표적인 밀폐공간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물탱크 내부, 신선유(전선 제조를 위해 사용하는 오일) 탱크 등도 내부 청소를 하는 등의 행위를 할 때는 밀폐공간으로 해당되므로 포함을 시켜야 한다. 

밀폐공간 작업 중 사망사고는 정말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비슷한 사고는 어디서든 항상 재발하게 되어있다. 왜냐하면 그런 뉴스를 보더라도 내 주위에 발생이 되지 않을뿐더러 겪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나만 아니면 된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블랙스완(blackswan)이라는 말이 있다. 백조는 하얀색이다라는 생각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17세기 한 생태학자가 실제로 호주에 살고 있는 흑조를 발견함으로써 ‘불가능하다고 인식된 상황이 실제 발생하는 것’이란 의미로 전이되었는데, 도저히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일이 일어나는 것을 얘기하는 것으로, 월가 투자전문가인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가 그의 저서 '검은 백조(The black swan)'를 통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예언하면서 두루 쓰이게 된 용어이다. 

10년 넘게 안전환경 직무를 하면서 사고예방을 위해 일을 하고 있지만 내가 경험했던 사고는 예상했던 곳이 아니라 예상하지 못했던 곳에서 거의 99% 이상 발생했다.  

안심하고 있다가 사고 하나가 발생하면 회사 전체의 공기가 순식간에 변한다. 그게 사망사고라면 상상하기도 싫어진다. 

밀폐공간에서 작업하다가 사고가 나는 경우는 질식사고다. 유해가스가 가득 찬 밀폐공간에서 작업을 하다 도중에 사고가 나지 않고 보통은 이미 유해가스로 인해 산소가 없는 밀폐공간에 들어가자마자 질식해서 사고가 발생한다. 밀폐공간 사고는 특이점이 밀폐공간에 쓰러진 동료를 구하러 들어갔다가 같이 사고를 당한다. 그래서 최소 2명에게 발생한다. 

그렇기 때문에 작업자는 밀폐공간 작업에 대한 안전작업수칙을 필히 인지한 상태에서 작업에 임해야 한다. 

1. 밀폐공간 작업 전 안전교육 

2. 작업자는 송기마스크, 공기호흡기 등의 산소용 호흡 보호구를 필히 착용

3. 밀폐공간에 대한 환기(산소를 충분히 공급)

4. 산소농도 측정기로 밀폐공간에 대한 산소농도 측정 

5. 이상이 없으면 감독자를 동반한 2인 1조로 작업. 

안전환경 직무를 하면서 항상 신경 쓰이는 것이 블랙스완이다. 희희낙락 즐겁게 웃으면서 일하다가 정말 예상치 못한 사고가 발생해서 보이지 않는 그 공기의 흐름이  순간 바뀌면서 갑자기 무거워지고 가라앉는 느낌을 겪어보지 못한 사람은 평생 겪지 않기를 바란다. 


나는 행복이라는 단어를 좋아한다. 행복은 지극히 주관적인 단어이다. 돈이 많든 적든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주관적인 방법은 무지막지하게 많다. 그렇게 많다는 걸 모르는 사람도 그만큼 많다. 그래서 중요한 건 본인 스스로 나는 무엇에 행복을 느끼는지 관심을 기울이고 생각을 해봐야 된다. 

나는 금전적으로 풍요롭다고 생각하는 삶을 살고 있진 않다. 보통의 회사원과 같이 회사에서 꼬박꼬박 나오는 월급으로 박하선을 닮은 이쁜 와이프(지극히 주관적이라는 걸 앞에서 얘기함)와 최근에 유춘기가 왔지만 너무나도 귀여운 세연이와 부족함을 채우면서 살고 있다. 

내가 최근에 느낀 행복은 그저 일요일 오후에 셋이서 집 밖으로 나와 킥보드를 타고 가는 세연이를 걱정 반, 미소반 바라보며 와이프와 손잡고 산책을 하고 집에 들어가는 길에 근처 스타벅스에서 요새 맛있다는 초코 크루아상과 나는 콜드브루라테, 와이프는 디카페인 바닐라라테, 세연이는 블루베리요구르트를 사서 거실 테이블에서 먹는 거였다. 이렇게 행복은 너무나도 개인적이고 주관적이다.  

남들에게 인정받고 더 행복하게 잘 사는 특별한 인생이라는 게 있을까 싶다. 우리는 더 대단한 하루가 아닌 평범한 일상을 매일같이 경험하고 있다. 

그 평범한 일상 속에서 내가 누릴 수 있는 행복을 찾으면 그게 정말 특별한 하루고 그 하루가 쌓이고 쌓이면 특별한 인생이 아닐까?


P회사에서 또 사망사고가 났다는 뉴스를 봤다. 하청업체 직원이 정비작업 중 유압기계에 머리가 끼어 긴급으로 병원에 이송했지만 사망했다고 한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시행되면서 특히 P회사에 이목이 집중되었었다. 사망 다발회사라는 프레임으로 대표이사가 산재사망사고 청문회에 출석해 머리를 숙여가며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겠다고 하고 3년간 1조를 안전에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지 며칠 뒤에 난 사고라 안타깝다. 

안전환경 팀장으로서 남일 같이 않게 느껴지고 측은하게 P회사의 안전팀이 많이 힘들 거라는 생각이 든다. 나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문득 드는데 그냥 악몽이었으면 하고 꿈에서 깼으면 좋겠단 생각을 했다.  


이번 주에 읽고 있는 애덤스콧의 더시스템이라는 책에서 '일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미 세상에는 좋은 아이디어가 차고 넘치기 때문에 아이디어만으로는 아무 가치가 없다는 것이다. 아이디어가 실행되어야 보상이 돌아온다.'라는 구절을 메모했다. 대부분 자기계발서적, 사회과학, 에세이 할 거 없이 내용은 모두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많이 나오는 내용이 "실행이 답이다"라는 말이다. 

생각은 시간과 장소에 상관없이 누구나 할 수 있다. 생각만으로 나는 이미 성공했고 부자가 되었다. 각성하고 코로나로 인해 급격히 변한 현재에는 적당한 생각과 빠른 실행이 필요한 거 같다. 

"Yesterday you said tomorrow" 나이키의 광고에 나온 말이다.

"어제도 당신은 내일이라고 말했다"는 의미인데, 나이키가 정말 뼈 때리네. 

더는 미루지 말고 생각하는 게 있다면 Just do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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