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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세 May 07. 2021

사고예방의 원칙 4가지

모든 것은 스스로 선택해야 한다. 
하지만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왜냐하면 당신의 현재는 과거 행적의 결과이며 미래를 예측하게 하는 잣대이기 때문이다. 


대학생인 이 씨는 2019년 해군 병장 만기제대 후 그해 말부터 학비와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평택항 하역장에서 동식물 검역 및 하역 등을 하는 하청업체에서 반장으로 일하고 있던 아버지를 따라 아르바이트를 해왔다. 

이 씨가 300kg에 달하는 컨테이너에 깔려 숨졌다.  사고는 평택항 FRC컨테이서 작업 중 발생했다. FRC컨테이너는 Flat Rack Container라는 오픈형 컨테이너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고정형 상자인 일반 컨테이너와는 달리 바닥면만 있다. 형태가 일정하지 않은 비규격 화물을 싣기 위해 주로 쓰이는데, 화물의 크기에 맞춘 뒤 천장 없이 앞뒷면만 막아 운송한다. 

이 씨는 원래 하던 동식물 검역 및 하역의 업무가 아닌 FRC컨테이너 바닥의 나무합판을 정리하는 업무지시를 받았다. 이 업무를 맡은 건 이날이 처음이었다. 

당시 지게차 기사 A 씨가 지게차를 이용해 이 청년이 청소하던 반대편 FRC의 날개를 접기 시도, 날개가 접히면서 발생한 진동에 의해 반대편 FRC의 날개가 접히면서 300kg의 무게가 청년을  덮쳤다.  

 FRC 컨테이너

너무 안타까운 건 이 씨의 아버지도 그날 다른 장소에서 일을 하고 있었고 퇴근시간이 다 되도록 직원들이 집에 갈 기미가 안보이자 현장을 돌아보던 중에 눈앞에 보이는 컨테이너가 바닥 가까이 기울어 있었고 그 밑에 자는 듯이 엎드린 아들의 모습이 보였다. 아버지는 아들이 뭘 줍고 있나 생각했는데, 곧 그런 모습으로 물건을 줍고 있어서는 안 됐다는 생각이 들었고 가까이 다가가 본 아들의 모습을 보고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자식을 키우는 부모가 무거운 철판에 자식이 깔려 숨이 끊어져 가는 순간을 본다면, 머리가 터져서 흘리며 죽어가는 아이를 보면 어떤 마음이 들겠나? 그 마음은 느껴보기도 싫고 상상하기도 싫다. 


이 씨의 친구가 하는 인터뷰를 봤는데 " 어쩔 수 없던 일이 아니었다. 분명히 막을 수 있던 일이었다. 무슨 거창한 일을 하던 것도 아니고 제 친구는 그저 잔업으로 쓰레기를 줍다가 300kg의 차가운 쇳덩이에 깔려 비명도 못 지르고 죽었다. 기본적인 안전관리만 지켜졌어도 저와 친구는 이번 주 주말에 웃으며 만날 수 있었을 것이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사실 저는 평소에 TV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나오는 사고들을 보아도 무심히 지나쳤었다. 그저 남의 이야기인 줄로만 알았다. 그러나 제 친구의 이야기였고 우리들의 이야기였다. 제 친구의 죽음은 뉴스에서나 보던 산재사고였다. "

이 씨의 친구의 깨달음이 우리 모두에게 진심으로 전해졌으면 한다. 사고는 이처럼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다. 진심으로 내가 아직 겪진 않았지만 누군가가 안타깝게 겪었던 사고에서 간접경험을 하여 나와 내 가족을 지켜야 한다. 


대학교 졸업반에 안전관리자 기사 자격증 취득을 할 때 자격증 공부가 그렇듯이 무조건적인 암기만 했었는데 현재 나는 사실 자격증 취득을 위해 밤새 외워가며 공부했던 내용에 대한 기억을 모조리 상실한 상태이다. 안전환경업무를 하면서 '맞아 맞아 이런 내용이 있었지? '하는 순간이 팝콘처럼 튀어 오를 때가 있다. 그중 하나가 사고예방의 원칙 4가지이다. 


첫 번째, 손실 우연의 원칙

같은 종류의 사고를 되풀이할 경우 아무도 다치지 않은 경우 300회, 경상이 29회, 중상이 1회의 비율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것은 사고와 상해 사이에는 언제나 우연적인 확률이 존재한다는 이론이다. 이 말은 손실이 발생하지 않은 사고일지라도 재발할 경우 어느 정도의 손실이 발생할지는 우연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예측할 수는 없다. 

예로 들면, 평택항에서 발생한 사고의 경우에도 FRC컨테이너 작업을 한두 번 한 게 아닐 거다. 지게차로 FRC컨테이너를 접는 시도를 하는 중에 위험이 분명 있었겠지만 어느 정도로 그 위험에 따라 사고가 크게 날지, 아니면 작게 날지는 우연에 의해 결정되고 그걸 예측할 수도 없다. 

결론적으로는 큰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사고의 재발을 예방하는 방법밖에 없고, 재해 예방은 손실의 유무에 관계없이 사고의 발생을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두 번째, 원인 연계의 원칙

사고가 발생하는 것과 그 원인 사이에는 반드시 필연적인 인과 관계가 있다. 사고가 나는 것과 얼마나 다치냐는 것은 우연적인 관계지만 사고와 원인의 관계는 필연적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현장을 가서 보진 못했지만 뉴스와 기본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추론해 보면, 우선 이 씨가 원래 하던 업무가 아닌 다른 업무로 배치가 되었을 때 사전 안전교육이 충분히 이행 안되었고, 이 씨가 소속되어 있는 하청과 원청의 계약서에 FRC컨테이너 작업을 도와주는 작업이 명시가 되어있을지도 의문이다. 그리고 지게차를 통한 작업, 일정 규모 이상의 컨테이너 작업을 하면 안전관리자와 신호수가 있어야 하지만 사고 당시에 외국인 근로자 1명만 있었다.  FRC 컨테이너 구조물의 날개 무게가 300kg이다. 위험하다는 걸 인지하고 있었을 것이고 구조물 자체에 안전에 대한 조치가 안되었을 리가 없다. 고장 난 것이 아닌 이상 간접적인 충격, 진동에 의해 쓰러질 수 없다. 

'콩 심는데 콩 나고 팥 심는데 팥 난다' 안전업무를 해오면서 가장 확실하게 믿고 있는 건 사고의 발생 원인은 무조건 있다. 


세 번째, 예방가능의 원칙

사고에 의한 인적재해의 특성은 천재지변과는 달리 사고의 발생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안전환경팀에서는 각종 안전, 환경 국내법의 요구사항을 회사에 맞게 적용하고 운영하는 업무를 수행한다. 업무를 함에 있어 가장 큰 목적을 두는 것이 사고예방인데, 이 예방가능의 원칙에 기초하는 것이다. 

회사에서 전 공정별 위험성평가를 실시해서 위험요인을 발굴하고 개선하는 행위, 안전의식을 높이고자 매일, 매월 안전교육을 하는 행위, 각 현장의 위험요소에 맞게 작업자들에게 보호구를 지급하고 착용케 하는 행위 등의 이 모든 행위가 예방가능의 원칙에 기반한 안전관리라는 의미이다. 

따라서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예방 대책이 반드시 세워져야 하고 물적, 인적 차원에서 그 원인이 되는 징후를 미리 발견하고 재해발생을 최소화시켜야 한다. 


네 번째, 대책 선정의 원칙

예방가능의 원칙에 따라 우리가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 예방책을 세워야 하는데 그 예방책에는 3가지가 있다. 기술적(Engineering), 교육적(Education), 관리적(Enforcement) 대책이 매우 중요하다. 

사고를 예방할 때는 이 3가지를 전부 활용함으로써 효과를 얻을 수 있고, 합리적인 관리가 가능하다. 

평택항 사고 발생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우리가 사고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서 아래와 같은 대책을 생각해서 실행했다면 어땠을까? 

1) 기술적(Engineering) 대책: FRC컨테이너 작업을 할 때 지게차가 날개를 접는 시도를 할 때 반대편 날개가 항시 고정될 수 있도록 장치 설치, 날개를 접지 않고 작업할 수 있는 기술적인 방법을 강구, 지게차를 사용하지 않고 크레인을 통해 작업할 수 있는 기술적인 방법을 검토

2) 교육적(Education) 대책:  배치 전 안전교육 실시, 지게차 기사 FRC컨테이너 작업에 대한 안전교육 실시

3) 관리적(Enforcement) 대책:  FRC 컨테이너 작업 시 항시 신호수 배치, FRC컨테이너 날개 고정장치 매일 점검


우리가 알고 있는 대형사고와 지금도 제조현장, 건설현장에서 발생하는 사고들은 발생하기 전에 반드시 사고와 관련된 징후를 우리에게 직간접적으로 드러난다. 그걸 우리가 적절한 타이밍에 잘 캐치하여 더 큰 재앙으로 돌아오지 않도록 애초에 차단을 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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