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실천이 차이를 만든다

호세의 '안전하다는 착각'

by 호세

새벽 공기가 아직 어둑한 시간을 감싸고 있을 때, 공장 문 앞에 선 나는 습관처럼 허리를 한 번 곧게 편다.

손목에 닿는 안전장갑의 촉감이 낯설지 않다. 20년간 이 현장에서 안전 관리자로 일하며 수천 번 반복해 온 의식이다. 동료들은 눈이 반쯤 감긴 얼굴로 담배 연기를 뿜거나, 커 피 한 모금에 의지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별다를 것 없는 풍경 속에서도 나는 매일 작고 단단한 약속 하나를 되새 긴다. "오늘도 반드시, 작은 기본을 제대로 지키자." 이 약속이 얼마나 큰 의미를 갖는지는 처음부터 명확했던 것이 아니다.


초보 안전 관리자 시절, 나는 화려한 안전 장비와 완벽한 매뉴얼이 사고를 막는다고 믿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최첨단 안전시설을 갖춘 공장에 서도 사고는 일어났고, 반대로 오래된 설비의 작은 공장에서 수십 년간 무사고를 기록하는 곳도 있었다. 그 차이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답은 의외로 단순한 곳에 있었다. 매일 반복되는 작은 행동들, 그 누적된 힘이었다.


지난봄 새벽녘에 겪은 짧은 사건이 이 진실을 명확히 보여주었다. 그날은 봄비가 자꾸 내려 바닥이 미끄러웠다. 포장 라 인에 젖은 종이 상자가 쌓이고, 지게차가 지나갈 때마다 물웅덩이를 튀겼다. 생산성을 중시하는 제조업 현장에서 이런 상황은 딜레마를 만든다. 다들 바닥을 닦아야 한다 는 걸 알았지만, 생산량이 발목을 잡았다. 시간이 지체되면 손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니 팀장도 말없이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하지만 나는 작은 걸레를 들었다. 넓은 현장을 한 번에 닦을 수는 없지만, 최소한 내 자리부터는 깨끗해야 했다. 동료 한 명이 "그 정도로는 티도 안 나" 라며 웃었고, 나죠 차 그것이 얼마나 의미 있을지 반신반의했다. 몇 시간 뒤, 젖어 있던 바닥을 그대로 달리던 지게차 한 대가 급하게 방향을 틀다 미끄러졌다. 바퀴가 돌며 튀긴 물보라 속에서, 운전자가 하마터면 파손된 포장재 더미에 부딪힐 뻔했다. 다행히 사고는 크게 번지지 않았다. 그 지게차가 넘어진 지점은, 아침에 내가 닦아 두었던 경계 선 바로 바깥이었다.


작은 걸레질이 만들었던 마른 바닥 이 경계선처럼 작용해, 미끄러짐을 최소화한 것이다. 큰 사고와 작은 차이는 고작 몇 분의 행동으로 갈릴 수 있다는 사실을. 이 경험은 내 안전 철학의 근간이 되었다. 안전은 거대한 시스템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작은 선 택이 모여 만드는 결과라는 것을 체감한 순간이었다. 이후 '작은 실천의 나비효과'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돼었다. 한 사람의 5분짜리 청소가 어떻게 다른 사람의 생 명을 구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런 작은 행동들이 어떻게 전체 조직의 안전 문화를 바꿀 수 있는지를 말이다.


안전 교육에서 우리는 거창한 구호를 외친다. "Zero Accident." 사고 제로, 완벽한 안전. 하지만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안다. 사고를 0으로 만드는 것은 거대한 설비나 첨단 장비만이 아니라는 것을. 매일 반복되는 사 소한 선택들이 결정한다는 것을 말이다. 예컨대 장갑을 제대로 끼는지, 신호를 기다리는지, 발밑 물기를 닦는지 같은 습관들 말이다. 이런 행동들은 각 각 5초에서 30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하지만 이 짧은 시 간들이 모여 거대한 안전망을 만든다. 사람들은 가끔 묻는다. "그 정도로 차이가 나?" 나는 고개를 끄덕인다.


여름날 에어컨을 1도 낮추는 것처럼, 습관의 눈금은 미세해 보이지만 체감 온도를 바꾼다. 통 계학적으로도 이는 입증되었다. 하인리히의 1:29:300 법 찍은 중대한 사고 1건 뒤에는 29건의 경미한 사고와 300 건의 아차사고가 있다고 말한다. 즉, 300번의 작은 위험 상황을 제대로 관리하면, 1건의 큰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는 뜻이다.

- 호세의 '안전하다는 착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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