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멀티태스킹이 불가능하다

by 호세

행복한 가정은 모두 엇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불행한 이유가 제각기 다르다.
- 톨스토이의 <안타 카레니나>의 소설 중
안전에 적용해 보면,
“안전한 사업장은 모두 엇비슷하고, 사고가 발생한 사업장은 사고가 난 이유가 제각기 다르다”


간은 한 번에 2가지 이상의 일을 동시에 처리하는 이른바 멀티태스킹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가?

장면 1.

2012년 5월 1일, 경북 의성에서 여자 사이클 선수단이 국도를 따라 훈련을 하고 있었다. 한적한 국도의 갓길을 따라 훈련하던 선수들을 트럭이 덮치는 바람에 3명이 사망하고 4명이 중경상을 입는 대형사고가 발생했다. 깜깜한 밤중도 아니고 훤한 대낮에, 그것도 인적이 드문 도로에서 별안간 트럭이 덮칠 줄은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사고 조사 결과를 보니 원인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트럭 운전기사가 운전 중에 DMB를 시청하다가 전방을 보지 못해 일어난 일이었다. 그는 운전경력 41년에 그 국도를 12년 동안 매일 다녔다.

장면 2.

영국에서 한 탱크로리 운전기사가 운전 중 휴대전화로 문자를 주고받다 대형사고가 난 영상이 최근 온라인에 공개되었다. 사고가 일어난 것은 2020년 8월 10일 영국 이스트서식스의 A27도로에서다. 이 탱크로리 운전석 내부 카메라들에 포착된 장면 가운데 운전기사가 운전 중 바나나 껍질을 벗기기 위해 운전대에서 손 떼는 장면까지 들어 있었다. 경찰은 운전기사가 4시간 운전을 하고 사고가 나기까지 휴대전화를 계속 사용한다든지 안전벨트를 안 매고, 신호로 정차할 때마다 운전대에서 두 손을 떼는 등 42번의 부주의한 행동을 보였다고 한다. 현재 이 운전기사는 법정에서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장면 3.

2018년 러시아에 사는 한 10대 소녀 이리나 리브니코바가 목욕 도중 아이폰을 사용하다가 감전한 사실을 뉴스를 통해 보도되었다. 사고 당일 이리나는 욕조에서 목욕을 하며 친구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고 있었다. 욕조 물속으로 떨어진 아이폰을 충전기에 연결된 상태였고 이리나를 감전 사고로 인한 심장마비로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 오랜 시간 동안 목욕을 끝내지 않은 딸이 걱정되어 욕실에 들어간 이리나의 부모는 그녀의 시신을 발견하고 정신을 잃었다고 전해졌다.


이 사고의 주된 원인은 멀티 태스킹이다.

멀티태스킹이라는 용어는 원래 컴퓨터 분야에서 사용하는 말인데, 컴퓨터 하나로 두 가지 이상의 프로세스를 동시에 처리하는 기법을 의미한다. 이런 기능 덕분에 우리는 문서 작업을 하면서 동시에 영화를 다운로드하거나 음악을 들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우리는 사람의 머리도 컴퓨터와 같다고 착각하는지, 일을 수행하는 동안 멀티태스킹을 습관적으로 하고 있다. 우리 산업 현장을 예로 들면 지게차가 많이 다니는 통로에서 휴대전화로 전화통화나 문자를 하면서 보행을 하고 끼임, 감전과 같은 위험이 다수 있는 설비에서 작업을 하면서 휴대전화로 게임을 하기도 한다. 멀티태스킹은 현대 사회가 맹신하는 신화 가운데 하나이다.

누구나 한 번에 여러 가지 일을 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을 짧은 시간에 여러 업무로 왔다 갔다 할 뿐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었다. 우리가 주의를 두 가지의 의식적 활동으로 분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이미 수차례 많은 연구결과가 증명해주고 있다.

특정 상황에서 두 가지 활동을 모두 인식할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무리 간단한 일이라도 두 가지 동시에 의식적인 결정을 할 수는 없다. 물론 길을 걸으며 껌을 씹는다거나, 운전하면서 옆 사람과 이야기할 수는 있지만, 이것들은 오랜 연습을 거쳐 두 가지 활동이 무의식적으로 일어나가 때문이다.

하지만 일상생활이나 업무의 대부분은 이처럼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져도 아무 문제가 없을 정도로 오랫동안 연습된 행동들이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산업 현장에는 안전을 위협하는 여러 요소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

아무리 매일 현장점검을 하고 위험요인을 개선하고, 안전교육을 하는 등의 사고예방을 한다고 해도 사고는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이미 우리는 많은 경험을 하였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두 가지 일을 동시에 수행하려다가 그만 집중력을 잃고 불행한 일을 당할 수도 있다. 현장에서 수시로 발생하는 예상치도 못했던 그리고 어처구니없는 사고를 예방하려면 우리는 멀티태스킹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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