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의 마인드로 일하라고요?!

by 호세

* 커버사진은 회사에서 일일안전점검을 하다가 촬영한 지게차 사진이다.

지게차가 주차 중인데 안전벨트가 장착되어 있는 걸 보면 지게차를 운전하는 작업자의 불안전한 행동을 유추할 수 있다. 참고로 회사 내 모든 지게차에는 운전자가 벨트를 착용해야 엔진시동이 걸리도록 연동장치를 설치하였다.


지긋지긋한 실내 마스크 착용이 오늘부로 의무에서 권고사항으로 변경되었다.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는 권고로 전환하되, 검역취약시설 중 입소형 시설, 의료기관, 약국 및 대중교통수단은 착용 의무를 유지한다.

그 외의 일상생활에서의 실내 마스크는 자율적으로 착용을 하면 된다.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 이후 2년 3개월 만이라고 하니 정말 오랜 시간 마스크 착용을 하였다. 이제는 마스크 착용이 습관이 되어 마스크를 벗고 있는 행위가 뇌에서 저항을 일으키는 수준이다.

직업병일 수도 있겠지만 실내마스크 착용 권고로 변경된다는 정부 지침을 듣자마자 ' 그럼 회사에서 마스크 착용은 어떻게 해야 될까?'를 먼저 생각하게 된다.

조직이라는 곳이 가끔 그렇다. 하나하나 디테일하게 이럴 땐 이렇게 하고 저럴 땐 저렇게 하고 말해줘야 하고 숟가락으로 떠 먹여 줄 때까지 기다리는 몇몇 어린아이 같은 직원들이 소수 있다.

코로나 예방 컨트롤 타워가 안전환경팀인 관계로 이번 마스크 착용 권고사항 변경에 대한 정부 지침도 사장님 승인 하에 모든 직원들에게 전체 이메일 공지를 하였다.


Dear All


2023년 1월 30일부터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권고로 전환되었습니다.

정부 지침에 따라 공장 및 사무실에서 마스크를 자율적으로 착용해 주시기 바랍니다.

추가적으로 마스크 착용 의무로 인해 잠정적으로 중단되었던 현장 내 보안경 착용은 의무로 변경되오니 참조 부탁 드립니다.


아니나 다를까.

예상대로 한 직원이 전체 이메일에 회신을 담아 기업이 자율적으로 선택하는 데 우리 회사는 마스크를 착용하는지, 또는 하지 않는지에 대한 답을 정리하여 공지해 달라고 한다.

어느 동사무소의 악성민원인과 같이 왜 꼭 이 직원만 다른 직원들이 Common sense로 생각할 일을 크게 부풀려서 이게 잘못된 것 마냥 몰아간다.

예로 들면, 엘리베이터 탑승 시 마스크 착용해야 하는지, 4~5명 인원의 회의 실 이용 시 마스크를 안 해도 되는지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정리된 사항이 없고, 공장 구내식당 출입 시 마스크를 착용해야 되는지 등 여러 상황에 대해서 회사의 기준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메일을 보자마자 무언가가 가슴에서 끓어 올라왔지만 의도적으로 잠시 눈을 감고 명상을 해본다.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잠시 멈추었다가 천천히 내뱉는다. 다시 생각해 본다. 그 직원의 이야기가 틀린 말은 아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좋든 싫든 피드백이라는 건 적절히 받아들이고 적용하면 분명 성장의 영양분이 되기 때문이다.

다시 공지를 했다.


ESG경영이 화두로 떠오르며 본사에서 탄소 배출량 감소를 매년 4.2% 감소시켜 2030년도까지 탄소배출량을 50% 이상 감소하자는 목표를 잡고 공장별로 탄소 저감활동을 계획하여 실행하고 있다.

결국에는 RE100 달성을 목표로 한다.

본사로부터 탄소배출량 감소에 대한 목표를 전달받고 2021년도부터 본격적으로 탄소저감활동을 실시했다. 예로 들면, 전기, 물과 같은 에너지 절약 캠페인을 벌이고 공장의 일반 전등을 LED로 교체하여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폐기물을 모두 재활용하는 방법을 검토하는 등의 탄소가 배출될 만한 요소를 파악하여 제거하거나 탄소배출계수가 적은 에너지로 교체하는 액션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이 정도로의 활동으로는 탄소배출량을 지속적으로 저감 하기 힘들다.

대기업들이 재생에너지를 자체 생산하거나 발전사업자로 부터 구매하는 방안으로 한국형 RE100 달성 수단을 검토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 프로젝트를 우리 부서에서 작년 말부터 진행하고 있는데, 사장님의 관심이 많아서인지 여러 임원들이 너도 나도 참견이다. 회사를 위해서인지 누구에게 잘 보이려고 하는 것인지는 내 알바 아니다.

그러던 중에 재무적인 검토를 위해 재무임원과 전화 회의를 하는 중에 내가 설명하는 내용이 자기의 이해를 돕지 못해서 답답하고 마음에 안 들었는지 아쉬운 소리를 해댄다.


"박팀장님 업무 하는 게 너무 아쉽네요. 프로젝트 리더를 맡았으면 거기에 Ownership을 가지고 컨설턴트보다도 더 많이 알고 일해야 되지 않아요? 사장님께서 그렇게 관심이 많으셔서 직접 찾아보시고 자료를 전달해 주시는 거 보면 깨닫는 거 없어요? 사장님같이 일해야죠 사장님 같이... 지금까지 무슨 일을 했는지 이해가 안 되네요."


이 말을 듣고 말문이 막혔다. 요즘도 Ownership을 가지라고 하는 사람이 있구나 하는 생각과 저는 사장이 아니라서 그렇게 일을 못하겠는데요?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이런 사람들은 본인의 말이 맞고 내가 못한다는 걸 일깨워주려는 꼰대력과 의무감(?) 같은 것이 디폴트로 장착되어 있어 한마디 더했다간 또 공격(?)을 당할게 뻔하다.


"네 본부장님. 자료 준비 더 세밀하게 해서 다음 주 사장님 공장 방문하실 때 제대로 보고 하겠습니다. 항상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


회사에서 기억이 안 날 만큼 정말 오랜만에 싫은 소리를 직접적으로 들어봤다. 멘털이 그 순간 휘청이긴 했다. 계속 머릿속에서 그녀의 말이 떠나질 않았다. 회사에서 나름 인정받으며 내 업무는 내가 주도해서 일한다 생각했는데 나도 다른 사람의 이런 말에 이렇게 소극적이게 되고 감정이 소모되는구나 느꼈다.

생각지도 못한 그녀의 말에 앞으로 나의 업무스타일이 과감하지 못하고 소극적이게 될까 봐 솔직히 두렵다. 현장 안전점검을 핑계로 사무실에서 빠져나와 공장 주변을 걸었다. 찬 공기를 들이키며 리프레쉬를 했다. 그리고 정신을 가다듬었다.

타인의 시선을 너무 두려워하지 말자.

남의 시선이나 평판이 두려워서 무언가를 포기할 만큼 나에게 관심을 가지는 사람은 없다. 눈치 볼 거 하나 없고 주눅 들 거 없다는 말이다.

그게 임원이든 사장이든 말이다. (솔직히 주눅 들지만 아닌 척하고 싶다. 쿨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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