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사진은 힘들고 삭막한 현장이지만 항상 웃자는 의미로 어느 건설현장에 그려진 스마일 표시이다.
매월 서울에서 근무하시는 사장님(외국인)이 공장을 방문하신다. 방문하시는 목적은 영업 대비 공장의 운영이 잘 운영되고 있는지 보고 받고 공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슈들에 대한 리뷰 및 숙제를 주기 위함이다.
군대에서 대대장, 연대장이 부대에 온다고 하면 며칠 전부터 쓸고 닦고 난리도 아니다. 그거와 비교는 안 되겠지만 사장님 방문 일정이 공장에 생기면 각 부서에서 보고할 자료 준비 및 취합 그리고 현장 5S에 신경을 쓴다. 사장님 공장 방문 일정의 첫 번째 Agenda는 현장 안전점검이다.
작업장의 안전관리 중 가장 중요한 요소가 바로 안전 리더십이다. 리더가 먼저 안전에 신경 쓰고 모범을 보여줘야 직원들도 자연스레 따라오고 지켜야 되는구나 생각한다. 안전 리더십이 우선시되어야 견고한 안전문화를 만들 수 있다.
그렇게 보면 사장님의 일정 중 현장 안전점검이 첫 번째가 되어야 하는 건 두 말할 필요가 없다. 서울에서 도착하자 마시자 공장 내 필수 안전보호구인 안전화, 보안경, 안전조끼를 착용하시고 공장 내 위험요소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신다. 당연히 확인된 위험요인은 일주일 내에 개선해서 재 보고하는 절차를 가진다.
다음 일정은 회의실에서 생산 리뷰를 한다.
회의실에서도 첫 순서는 안전(Safety)이다. 내 보고가 어떤지에 따라 다음 부서들이 편해진다.
내가 보고한 내용이 마음에 드시면 사장님께서 기분이 좋으실 거고, 다음 부서가 보고할 때 그 좋은 기분으로 그대로 보고를 받으시니 다음 부서 입장에서는 부담이 덜 하고 원활한 진행이 되기 때문이다. 쿨럭.
내가 보고할 내용은 2023년 안전 목표이다.
안전목표로 관리하고 있는 지수는 * LTI, MTI, FAC, NM, SUSA 크게 5가지이다.
* 1) LTI(Lost Time Injury): 사고 발생 후 치료를 위해 1일 이상의 근로손실일 수가 발생한 건
2) MTI(Medical Treatment Injury): 사고 발생 후 병원에서 치료 후 작업장에 복귀한 건
3) FAC(First Aid Case): 사고 발생 후 사업장 내에서 응급처치 후 작업장에 복귀한 건
4) NM(Near Miss): 아차 사고, 작업자의 부주의나 현장 설비 결함 등으로 사고가 일어날 뻔하였으나 직접적인 사고로 이어지지 않은 상황 및 사건
5) SUSA(Safe Unsafe Act & Condition): 작업장 내 안전하거나 불안전한 상태 및 작업자의 안전하거나 불안전한 행동. 위험성 평가에 따른 잠재위험요인 발굴
안전이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는 문화를 회사 전체에 극단적으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고민한 끝에 우리는 안전목표의 달성을 개인별 인센티브와 연결을 시켜놓았다. 사실 안전을 가지고 돈과 연관 지어 이러면 안 되지만 이만큼 효과가 큰 동기부여도 없다.
예로 들면 2022년 안전목표가 * LTI(Lost Time Injury) 발생 1건인 상태에서 지속적인 안전활동과 참여로 LTI가 1건도 발생하지 않았다면, 전체 인센티브에서 LTI가 포함된 %의 인센티브를 직원 모두 받게 된다. 그래서 회계 출신이신 사장님께 숫자는 예민한 일이다. 지난주에 이미 사장님께서는 올해 안전 목표에 대해 우리에게 제안을 하신 상태다.
사장님께서 제안하신 안전목표는 LTI 1건, MTI 0건, SUSA 8,000건이다.
근데 이미 LTI가 J공장에서 1월에 발생하는 바람에 우리는 더 이상의 사고 발생이 안되도록 더 많은 노력과 참여를 해야 한다. OK 이건 인정.
왜냐하면 더 절실해져야 안전에 모두 참여할 거라 생각하고 본사 전체 목표와 상응하는 숫자이기도 하다.
문제는 SUSA이다. 개인별 잠재위험요인 발굴 목표로서 2022년에는 기술직 23건, 사무실 33건의 잠재위험요인 발굴을 목표로 잡아 달성하였다.
사장님께서 올해 제안하신 8,000건이라는 숫자는 작년 발굴 대비 10% 상승된 숫자이다. 사장님 논리라면 언젠가는 잠재위험요인 발굴 목표가 10,000건, 20,000건이 될 것이다.
내가 우려되는 사항은 직원들이 잠재위험요인 발굴행위가 처음 우리가 의도한 모든 직원이 안전에 참여하여 사전에 위험요인을 제거하고 개선해서 사고를 예방하자는 목적과 다르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으로 변질될까 봐 걱정이다. 목표가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직원들이 숫자에만 매몰되서 위험하지 않은 것들을 발굴하여 목표된 숫자를 채우기 바쁘다.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이 역효과를 가져온다는 코브라 효과라는 게 있다.
영국이 인도를 식민통치하던 시절 인도에 맹독성 코브라가 창궐해 사람을 물어 죽이는 일이 자았다. 이 문제로 골머리를 앓던 총독부에서는 코브라를 퇴치할 묘안을 내놓았다. 그것은 바로 코브라를 잡아오면 포상금을 지급하기로 한 것.
시행 초기에는 총독부의 의도대로 사람들이 코브라를 잡아오는 노력을 한 결과 코브라의 개체수가 줄어들면서 전략이 먹히는 듯했으나, 얼마 지나자 줄어들었던 코브라의 개체수가 다시 늘어나기 시작했는데 이상하게도 사람들이 코브라로 포상금을 타간 횟수도 같이 늘어났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총독부에서 조사를 했더니 그 원인이 밝혀졌는데, 코브라를 사육해서 포상금을 타가는 수법으로 제도를 악용하는 사람들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총독부에서는 코브라를 박멸시키기 위해 포상금을 내건 것이지만 현실은 사람들이 포상금을 타기 위해 코브라를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하는 본말전도가 일어난 것이다. 결국 이 사실을 알게 된 총독부에서 코브라 포상금 제도를 없앴더니 이번에는 포상금을 목적으로 코브라를 사육하던 사람들이 코브라를 그냥 방생해서 결국 코브라의 개체수가 제도 시행 전에 비해 훨씬 더 많아져 결국 안 하느니만 못하게 되었다.
여기서 유래한 것이 바로 이 코브라 효과이다.
사장님께 높은 숫자의 목표보다는 잠재위험에 대한 퀄리티를 높이자는 제안을 하였다.
회사에서 잠재위험요인 발굴과 개선을 한 지 10년이 훨씬 넘었다. 발굴된 현장 내 불안전한 상태는 보고되면 바로 개선하고 있으나 사고는 지속적으로 발생한다. 10년 동안 발생한 사고를 분석해 보면 95%의 원인이 바로 작업자의 불안전한 행동 때문이었다. 사고 발생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작업자 행동의 개선이 키 열쇠이다. 회사의 안전 수준을 한 단계 높이기 위해서도 잠재위험요인 발굴의 패러다임을 현장 내 불안전한 상태 발굴보다는 작업자의 행동 확인 및 개선으로 변화해야 한다.
결국 코브라 효과를 레퍼런스로 적용한 나의 제안이 받아들여져 2023년 목표는 잠재위험요인 발굴 8,000건이 아닌 작년 목표(기술직 23건, 사무직 33건)와 동일하게 가고 50%는 작업자 행동위주로 관찰하고 개선하는 거로 확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