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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을 어떻게 읽어야 할까?

<줄리아 크리스테바의 문학 탐색>을 읽고

by 찡따맨
줄리아.jpg 줄리아 크리스테바, <줄리아 크리스테바의 문학 탐색>, 김인환(옮긴이), 이화여자대학교 출판문화원, 2003


<줄리아 크리스테바의 문학 탐색> 이라는 책 제목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문학 이로ㄴ을 다루는 책입니다. 기호학과 정신분석, 구조주의와 포스트구조주의의 경계를 가로지르며 언어와 주체를 깊게 들여다 봅니다. 하지만 이 책은 학문적 이론 형식에만 머무르지 않습니다. 실제 문학작품 분석, 창작이라는 영역을 함께 다루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은 줄리아 크리스테바의 이론을 단순 요약하거나 계보학적으로 정리한 게 아닙니다.


이 책은 기호학과 정신분석이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하여 줄리아 크리스테바의 이론과 저작을 실증적으로 분석하고, 특정 개념들의 전개 과정을 조명하며 이해의 토대를 마련합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가장 두드러진 인상을 키워드로 정리한다면, '세미오틱과 생볼릭의 긴장*', '주체 해체와 무의식**', '문학 비평의 재정의***' 정도로 볼 수 있습니다.


(* 세미오틱과 생볼릭의 긴장, 새미오틱은 전어어적, 무의식적, 리듬적, 감각적 요소를 포함하는 언어의 또 다른 층위입니다. 무의식의 흔적, 욕마 , 감정, 신체성을 드러내는 언어입니다. 생볼릭은 질서, 규범, 문법, 법적 구조와 관련된 언어 체계입니다. 사회적으로 승인된 언어입니다. 고로, 새미오틱과 생볼릭의 긴장이란, 두 영역이 대립적이지 않으면서도 항상 서로를 간섭하고 침투한다는 것입니다. 문학 작품 중에서도 특히 시에서는 이러한 새미오틱의 리듬과 생볼릭의 구조가 교차하면서 긴장을 일으킵니다. 예를 들자면, 시적 언어는 겉으로는 문법을 따르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무의식의 언어적 에너지가 작동하고 있는 것입니다.)


(** 주제 해체와 무의식, 전통적인 철학에서는 주체(자아)를 이성적이며 통일된 존재로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가 가장 대표적인 문장입니다. 하지만 크리스테바는 이를 해체합니다. 주체란 고정되지 않고, 언어와 무의식,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끊임없이 형성되고 붕괴되는 유동적인 존재라는 것입니다. 여기에서 프로이트와 라캉의 정신분석 이론을 활용합니다. 무의식은 언어처럼 구조화되어 있다는 라캉의 주장에 빗대어 언어는 무의식을 드러내는 통로가 됩니다. 고로, 문학 작품을 읽는다는 건, 그 안에 작용하는 무의식의 흐름을 읽는 것이며, 자기 자신조차도 언어 속에서 구성된 내러티브라는 깨달음으로 이어집니다.)


(*** 문학비평의 재정의, 전통적인 문학 비평은 주제나 줄거리, 등장인물의 성격, 문학사적 배경 등을 분석합니다. 이러한 접근 방법은 주로 생볼릭의 틀, 이성적 해석과 논리에 기반합니다. 하지만 크리스테바는 문학 작품을 무의식의 작동 구조로 읽자고 제안합니다. 이는 곧 문학을 욕망과 억압, 결핍과 트라우마가 드러나는 장으로 바라보는 시각입니다. 예를 들어, <검은태양>에서는 우울증을 주제로 문학을 읽으며, 말라르메, 로트레아몽, 조이스 등의 작품에서는 언어가 무의식의 불안과 쾌락을 담아내는 방식을 추적합니다. 그렇게 문학 비평은 단순한 분석이 아니라, 정신분석적 해석행위이자, 철학적, 존재론적 질문으로 확장됩니다.


'시적 언어의 혁명'에 제시된 크리스테바의 가장 유명한 이론인 '세미오틱과 생볼릭'의 구분은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개념입니다. 크리스테바는 전통 기호학이 아니라 언어중심주의, 다시 말해 기의와 기표 간의 안정적인 관계를 전제하는 틀을 비판합니다. 그리고 그 사이의 의미 해체와 생성이 일어나는 전 언어적 영역에 초점을 맞춥니다. 세미오틱은 욕동적이고 리드미컬하며 분철 이전의 상태를 가리킵니다. 생볼릭은 사회적 규범과 논리, 문법에 의해 조직된 질서를 뜻합니다. 이 두 영역은 대립적인 게 아니라, 상호작용하며 역동적 긴장 관계에 있습니다. 줄리아 크리스테바는 시적 언어야말로 이 긴장의 충돌 속에서 탄생한다고 말합니다.


줄리아 크리스테바는 단순한 언어 분석을 넘어, 정신분석까지 닿습니다. 특히 그녀는 검은 태양에서 우울증과 멜랑콜리라는 정서적 상태를 문학적 창작과 연결시키며, 자아와 타자의 경계가 무너진 내면의 심연을 들여다 봅니다. 이 책은 프로이트와 라캉 그리고 멜라니 클라인의 개념을 통하여 욕동과 환몽, 죽음 충동 등의 개념을 문학의 무희식적 층위에 작용하는 방식으로 설명합니다. 그래서 문학이 단지 표면의 서사 구조만으로 이해될 수 없다는 걸 잘 보여줬습니다. 특히 그녀가 분석한 <그라디바> 속 꿈의 구조는 문학 텍스트가 무의식의 문법에 따라 쓰이고 읽힐 수 있다는 주장을 설득력 있게 지지합니다.


이 책은 줄리아 크리스테바가 문학 비평의 틀을 근본적으로 전복하고자 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그녀가 환몽이라는 개념을 통하여 보여주듯이, 문학 읽기가 단순한 의미 해석의 차원을 넘어서, 욕망과 무의식의 언어 해독하는 과정으로 전환시켰기 때문입니다. 문학은 독자가 그저 감상하는 대상이 아닌, 무의식적 에너지의 흐름이 일시적으로 형상화된 공간이라는 것입니다. 문학 텍스트는 더 이상 자율적인 예술작품이 아닌, 기호와 주체, 언어와 욕망이 부딪히는 하나의 생성장인 것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 하나의 텍스트를 어떻게 읽을 것인가를 넘어, 왜 읽는지, 어떻게 써야하는지에 대한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줄리아 크리스테바에게 문학이란 단지 아름다움을 재현하는 매체가 아니라, 인간의 심연에 닿을 수 있는 사유의 도구였던 것입니다. 그래서 이 책은 단지 이론 해설서에 머무르지 않고, 문학과 철학, 정신분석을 아우르는 지적 실천 모델이라 볼 수 있습니다.


이 책은 문학이 단순 정서적 감흥이나 언어 유희를 넘어, 인간 존재의 근원적 질문에 닿을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학술적인 깊이 그리고 문학 텍스트를 바라보는 태도에까지 깊은 성찰을 요구합니다. 문학 연구자를 포함하여 인문학 전반에 관심을 갖고 잇는 독자분들에게는 의미 있는 아이디어를 제공합니다. 다만 이 책은 이론이 난해하고 추상적이기 때문에 독해에 있어 다소 높은 진입장벽을 요구합니다. 그래서 문장 하나 하나를 곱씹으며 읽어야 하는 인내심을 요구합니다. 하지만 그 고통스러운 읽기의 과정을 마치고 나면, 독자는 문학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져 있음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고로 이 책은 단순한 이론 소개서가 아닌, 문학과 정신분석, 언어와 주체라는 개념 사이에서 인간을 새롭게 조망하고자 하는 시도를 담고 있는 비평서라고 볼 수 있습니다. 비평이란 무엇인지, 문학은 왜 여전히 필요한지와 같은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 계시는 분들이라면 충분히 읽을 가치가 있습니다. 문학의 기호를 해독하는 새로운 시선을 갖고 싶은 분들에게는 이 책은 새로운 길을 제시해줄 것입니다.


20250525_210941.png 2025년 5월 25일 기준 알라딘 회원 중고가


중고가가 꽤 비싸네요.


줄거리를 쓸까 했지만 너무 졸려서 이만 줄이겠습니다 ㅍ퓨ㅠㅍ퓨ㅠㅜㅠㅜㅠㅜㅜㅠㅍ퓨ㅜㅜㅠㅜㅠㅠㅜㅜ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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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