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할 때 살결의 붉어짐까지 공유하자자자잦
우리는 종종 그 누구의 시선도 닿지 않는 밀실 속에 있어야 마음이 편해진다고 믿습니다. 더 나아가 섹스라는 은밀한 행위 또한 그 어떤 불빛도 들어올 수 없는 밀실에서 해야 안전하고 편하다고 느끼기 쉽습니다. 물론 안전함, 편안함 모두 좋습니다. 그런데 안전함과 편안함을 선사하는 어둠이 상대를 제대로 바라보고 느끼고, 호감과 강렬한 열정을 나눌 기회를 가로막는 장벽이 될 수 있습니다.
나는 천천히 그녀를 침대에 눕혔다. 부드러운 시트 위에 그녀의 몸이 가볍게 내려앉는 순간, 내 시선은 마약탐지견 마냥 그녀를 가볍게 훑었다. 환한 불빛 아래서 그녀의 눈동자는 가볍게 흔들렸고, 긴 속눈썹은 숨결에 맞춰 가냘프게 떨리고 있었다. 마약탐지견은 자연스럽게 그녀의 정수리를 스치고, 이마에서 볼을 따라 천천히 미끄러졌다. 귓가에 닿았을 때 즈음 그녀가 나직이 숨을 들이마셨다.
"너 향기 좋다. 향수 뭐야?"
그녀가 내 뒷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따라오는 칭찬으로 인해 내 머릿속은 순간 새하애 졌다.
칭찬에 약한 전형적인 찐따마인드랄까.
"아...그런가??"
나는 그렇게 멍하니 대꾸한 다음, 다시 마약탐지견이 되어 그녀의 신체 곳곳을 입술로 느끼기 시작했다.
내 입술이 그녀의 목을 타고 쇄골을 지날 때 즈음, 다시 새로운 곳으로 향하기 위하여 그녀의 셔츠 단추를 풀기 시작했다. 단추가 하나씩 풀리는 순간마다 그녀의 피부가 서서히 드러났고, 얇은 천이 천천히 흘러내리자, 그녀의 피부는 초여름의 새벽처럼 부드럽고 따뜻했다. 부드럽고 매끈한 살결이 내 입술에 닿자 그녀의 숨결이 가볍게 떨렸다. 어느새 그녀는 숨을 길게 들이마셨다. 가만히 풀려나가는 단추 사이로 드러나는 곡선은 조심스러우면서도 아름다웠다.
그녀의 옷을 벗기는 내 손끝이 그녀의 살결을 스칠 때마다 서늘한 바람이 수면 위를 스칠 때 피어오르는 잔물결처럼, 조용히 반응했다.
"간지러워.."
그녀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하지만 나는 임무를 부여받은 마약탐지견!! 그녀의 간지러움 따위는 중요하지 않타!!! 나는 덤덤히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그녀의 셔츠부터 치마까지 완전히 벗겨지자 그녀는 몸을 살짝 뒤척이며 긴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겼다. 속옷이 어깨를 따라 흘러내리는 순간, 그녀의 하얀 쇄골이 더욱 도드라졌다. 나는 천천히 시선을 따라 내려가며, 다시 입술을 가져다 대며, 속옷을 천천히 벗기려 했다. 하지만 속옷을 벗기려던 내 손을 그녀가 단단히 붙잡았다.
"저기...! 불 꺼줘."
나는 멈칫하며 그녀를 바라봤다.
"응?"
"불 끄고 하자고..."
그녀는 불을 꺼달라는 제안도 부끄러웠는지, 입술을 질끈 깨물며 시선을 내리깔았다. 붉게 달아오른 얼굴을 손바닥으로 살짝 가려보려고 했으나, 미세하게 떨리는 손끝은 가릴 수 없었다. 맨살이 드러난 그녀의 어깨는 잔뜩 움츠러들었고, 어깨 위에서 위태롭게 걸쳐져 있던 속옷 끈을 조심스럽게 정리했다.
그녀는 손끝으로 무언가를 붙잡아야만 안정을 찾을 수 있었는지, 자신의 허벅지 위를 조심스럽게 문지르다가 결국 이불 끝자락을 쥐었다. 하지만 그것도 부족했던 걸까. 이내 이불을 조용히 끌어올리더니, 자신의 몸을 완전히 덮어버렸다. 속옷만 걸친 자신의 모습이 부끄러웠는지, 아니면 불을 꺼달라는 제안을 무시한 찐따와 관계를 완전히 단절하고 싶었는지, 이불속으로 몸을 숨겼다.
"불을 끄자고??? 왜??"
"나 불키면 못해.."
그녀의 목소리는 갈수록 작아졌고, 마지막 단어는 거의 숨결처럼 사라졌다. 얇은 이불 너머로도 그녀의 숨소리가 점점 더 가빠지는 게 느껴졌다. 그녀의 얼굴은 이미 목덜미까지 새빨갛게 달아올라 있었고, 지금이라도 베개에 얼굴을 파묻고 싶다는 듯이 이불을 더욱 단단히 쥔 상태로 몸을 가리고 있었다. 손끝에 힘이 들어가면서, 이불을 꽉 움켜쥔 주먹이 살짝 떨리는 듯했다.
나는 피식 웃으며 장난스럽게 한 마디 던졌다.
"난 어두운 곳에서 하면 무서워서 못 해. 하다가 무서워서 오줌 쌀 수도 있어. 그래도 괜찮아?"
그 순간 그녀의 손가락이 움찔했다. 혹시 주먹으로 내 아구창을 날리려고 하는 건가? 내 소중한 아구창을 지키기 위해 이제부터 3번 생각하고 말해야지!
그녀는 어이없는 듯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어이없어 진짜! 아! 빨리 불 꺼줘~"
이불속에 있던 한쪽 속이 갑자기 불쑥 튀어나와 내 가슴을 툭 하고 밀쳤다. 힘을 제대로 준 것은 아니었지만 그녀의 체온과 부끄러움이 손끝을 타고 은근하게 전해졌다. 그리고는 다시 재빠르게 이불속으로 속을 숨겼다.
그럼에도 움직이지 않는 마약탐지견.
그녀는 부끄러움을 감추고 싶었는지, 눈썹을 찌푸린 상태로 얼굴을 홱 돌렸다. 이불속에서도 들숨과 날숨을 가다듬으며 부끄러움을 정리하려는 듯했지만, 그녀의 귀 끝이 새빨개져 있는 걸 보면 감정을 숨기기엔 이미 늦은 듯했다.
그렇게 나는 불을 끄지 않은 상태로 그녀가 덮고 있는 이불속으로 들어가, 왜 불을 끄고 하면 안 되는지 주절주절 떠들기 시작했다.
어둠 속에서 놓치는 것들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 설레는 감정이 최고조에 달하면, 우리 몸은 다양한 신호를 보냅니다. 그중 하나가 얼굴이 붉어지는 현상입니다. 예를 들어 처음 만난 상대와 점차 거리를 좁히며 대화를 이어나가다 가슴이 뛰는 소리가 내 귀까지 들리면, 어느새 얼굴이 발그레해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물론 붉어지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만 막상 얼굴이 빨개지면, "지금 이 모습을 보고 저 사람이 나를 어리숙하게 보진 않을까?" 같은 걱정이 자연스럽게 피어오르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정작 상대방이나 주변에서 지켜보는 사람에게는 얼굴이 붉어지는 모습이 오히려 묘한 만족감을 안겨주기도 합니다. 물론 얼굴이 빨개지는 이유에는 빡침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도 있을 수 있습니다. 다만 로맨틱한 상황에서의 붉어짐은 '이 관계를 더 발전시키고 싶지만, 혹시나 내가 상대를 불편하게 만들지 않을까 걱정된다.'와 같은 고민과 동시에 상대를 배려하고 생각하려는 태도가 몸으로 표현되는 시도이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얼굴이 붉어진다는 것은 자신이 느끼는 호감과 동싱 ㅔ상대를 배려하고 생각하는 태도가 신체적으로 표현된 신호이므로 긍정적으로 여겨집니다.
많은 이들이 어두운 공간에서의 섹스를 선호하는 이유는 수줍은 모습은 물론이거니와 체형 콤플렉스를 가리기 위함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빛이 없는 곳에서 섹스를 하면, 자연스럽게 나눌 수 있는 적당한 긴장과 수줍음까지 무뎌질 수 있습니다. 사실 이러한 감정들은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고 가까워지게 만드는 강력한 매개체가 됩니다. 그러므로 섹스를 할 때 불을 끄는 게 아닌, 어느 정도의 조명이 있는 상태에서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편이 훨씬 더 나은 교감을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섹스를 하면서 서로의 민망함을 공유하는 순간은 단순 성적 쾌감으로만 그치지 않습니다. 이는 "이 사람을 받아들이고 싶다."라는 마음이 극적으로 표출되는 순간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얼굴이 붉어지는 순간을 공유한다는 것은 신의 연약한 모습과 서툰 면을 고스란히 공유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이런 모습을 상대에게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은 상대에게 더 진솔한 모습으로 다가가겠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불어 꺼진 환경에서 이루어지는 섹스는 그 사람의 눈이 촉촉해지는지, 미묘한 미소가 피어나는지, 수줍음을 타며 귀 끝까지 붉어지는지 등등의 섬세한 반응을 놓치기 쉽습니다. 섹스에서 시각적 교감이 차지하는 비중이 생각보다 크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얼굴이 발그레하게 달아오르는 순간을 상대에게 살짝 들키는 것 또한 나의 취약함과 부족함을 용기 있게 내보이는 행동이라는 걸 알아야 합니다.
불을 끄지 않고 섹스한다는 것은 단순 환한 조명 아래서 모든 것을 드러내자는 의미는 아닙니다. 서로의 감정 변화와 신체적 반응을 직접 확인하자는 의미에 가깝습니다. 이는 우스꽝스럽게 보일까 봐 걱정하는 내 몸짓을 시작으로, 서툴게 뻗어 나가는 손길, 얼굴에 스치는 붉은 기색 등은 '나 그리고 너 모두 소중하다.'라는 신호로 받아들이려는 노력이기도 합니다.
실제 섹스는 각종 야동과 포르노, 성인 영화처럼 능수능란한 기술로만 완성되는 행위가 아닙니다. 상대를 얼마나 세심하게 배려하고, 나 자신이 얼마나 솔직해질 수 있는가가 진정한 만족도를 결정짓습니다. 수줍음이 많은 사람이라면 더욱 그러합니다. 불을 킨 상태에서 섹스하는 모습을 모두 드러낸다는 건, 마음 한구석에서 "상대에게 내 모습을 많이 드러내는 건 아닐까?" 같은 불안함이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그래도 이 관계에서 한 발 더 나아가고 싶다."라는 바람을 품고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밤하늘의 별빛조차 닿을 수 없는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몸을 포갠 채, 눈먼 사람이 된듯한 섹스를 할 게 아니라, 적당한 조명 아래서 얼굴에 스치는 미세한 온기와 눈빛의 변화를 감지하며 함께 떨리는 호흡을 나누는 것이 더 깊은 애정과 진심을 공유할 수 있을 것입니다. 더 나아가 자신의 콤플렉스나 서투름도 숨기지 않음으로써, "이 사람이 이런 내 모습도 받아줄까?" 같은 설렘과 동시에 피어나는 작은 두려움을 극복해 나가는 경험을 누릴 수 있습니다. 이 경험이야 말로 섹스 후에 관계가 더욱 돈독해지고 견고해지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이처럼 불을 끄지 않고 하는 섹스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그리고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를 더 깊게 확인하고 체감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그것보다 아직도 월요일 오후 3시 4분.ㅜㅡㅠㅜㅠㅜㅠㅜㅠㅜ
월요일 이 새키는 참 눈치가 없다.
너는 왜 아직도 안 가고 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