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과 본능의 경계에서, 자연 속에서의 사랑을 꿈꾸다.
길거리에서 트렌치코트를 열어 자신의 성기를 노출하는, 바바리맨은 범죄자로 취급됩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몇몇 커플들은 사람들의 시선이 닿지 않는 은밀한 어딘가에서 야외에서 섹스를 하고 싶어 합니다.
어쩌면 이는 변태적 본성이 아닌, 인간이 본능적으로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충동일지도 모릅니다. 문명의 엄격한 규범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지고 싶어 하는 갈망입니다. 그리고 사회적 존재를 넘어, 오롯이 나와 너로 존재하고 싶은 본능적인 열망에 가까운 것일 지도 모릅니다.
늦은 밤이었을까. 새벽이었을까. 촉촉한 이슬이 맺힌 풀잎이 바람에 살랑이며 은은한 초롯빛 향기를 풍기고 있었다. 멀리서 들려오는 귀뚜라미 소리, 이제 곧 가을이 가까워지는 걸까. 낮 동안 뜨거웠던 대지가 서서히 식어가며 은은하게 풍기는 흙내음, 도시의 불빛이 닿지 않는 이곳은 달빛이 유일한 조명이었다. 달은 신비로운 은빛으로 그녀를 부드럽게 감싸고 있었다.
내 앞에 서 있는 그녀의 길고 매끄러운 흑발은 은은한 밤바람에 흔들리며 반짝였고, 커다란 눈동자는 하늘의 모든 달빛과 별빛을 머금고 있었다. 짙은 쌍꺼풀 아래, 그녀의 눈썹은 완벽한 곡선을 그리고 있었고, 곧은 코, 그리고 루비빛의 입술은 촉촉하게 빛났다. 작은 얼굴과 날렵한 턱선은 하루빨리 귀가해야 한다는 늦은 밤이라는 사실을 잊게 만들었다.
그녀의 푸른빛이 감도는 실크 블라우스는 달빛을 받아 더욱 은은하게 빛났고, 몸에 꼭 맞는 블랙 미니스커트는 그녀의 다리를 더욱 돋보이게 만들었다. 얇은 스트랩 힐은 가느다락 발목을 감싸며, 모델 같은 실루엣을 더욱 돋보이게 만들었다. 하지만 지금의 그녀는 화려한 모습과 어울리지 않게 당황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뭐..? 여기서..?"
그녀의 목소리는 조용했지만, 심장이 한껏 뛰고 있다는 걸 숨길 수 없었다. 낮게 깔린, 살짝 쉰 듯한 목소리, 그녀의 얼굴에는 미묘한 감정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 놀람, 당혹감 그리고 빡침.
나는 주위를 가볍게 살핀 뒤 그녀에게 천천히 다가가 낮게 속삭였다.
"응. 해보자. 여기서. 날 믿어."
그녀는 고개를 가볍게 저으며, 내 손길에서 벗어나려 했다. 그렇게 그녀의 빡침의 온기가 나에게 서서히 전해지기 시작했다. 아닌가? 낮동안 머금었던 열기가 땅속에 배어 있는지, 땅바닥도 서서히 데워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야.. 미쳤어? 사람들이 보려면 어쩌려고?"
그녀의 목소리는 여전히 낮았지만 점점 날카롭게 떨렸다. 얇고 가느다란 손가락이 긴 머리카락을 따라 미끄러지듯 움직였다. 윤이 나는 머리카락이 그녀의 손끝을 감돌며 흐트러졌다가 다시 가지런해졌다. 달빛을 머금은 머리카락 한 올 한 올이 은은항 빛을 뿜었고, 발마이 살짝 스치자 그녀의 샴푸 향이 퍼졌다. 매끄러운 손끝이 한 번 더 머리카락을 훑으며 귀 뒤로 넘길 때, 그녀의 가녀린 목선이 드러났다. 하지만 난 참을 수 없었다. 지금이다. 어쩌면 난 전생에 드라큘라였을지도? 그렇게 다가가려 하자, 가벼운 한숨이 그녀의 입술을 타고 흘러나왔다.
"괜찮아. 아무도 없어."
나는 그녀를 향해 한 발 더 다가갔다. 그녀의 허리를 감싸자, 그녀의 긴 속눈썹이 가볍게 떨렸고, 루비빛 입술은 살짝 열렸다 닫혔다. 내가 그녀의 허리를 천천히 감싸 안자, 실크 블라우스 너머로 전해지는 그녀의 따뜻한 온기? 빡침의 열기와 함께 들썩이는 숨결이 손끝으로 전해졌다. 그녀의 몸은 미세하게 굳어져 있었다. 내가 그녀의 눈치를 살피자, 커다란 눈동자는 당황과 망설임이 교차하는 듯했고, 맑은 피부는 어느새 붉은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너 진짜 이상해.. 여기서 불편하게 해야 해?"
그녀의 목소리는 여전히 숨소리처럼 가늘고 조용했다. 그녀의 가느다란 손끝은 내 가슴을 가볍게 밀어낸 다음 몸을 돌렸다. 긴 머리카락이 부드럽게 흩날리며 공기 속에서 가벼운 파문을 그렸다. 가느다란 어깨가 미세하게 들썩였고, 깊은 한숨이 허공으로 흩어졌다. 하지만 그녀는 단호했다. 물론 사회성이 부족한 찐따도 그녀를 이해할 수 있었다다. 그녀는 이성 친구와 단둘이 서 있기만 해도 주변에서 "남자친구 생겼냐?"라고 묻는 사람이 한 둘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주변 시선에 피로감을 느끼는 그녀였기에 이해할 수밖에 없었다.
"..."
찐특, 상대가 정색하면 침묵함.
그녀는 나의 제안을 냉정하게 거절해 놓고도 미안했는지, 시무룩한 내가 불쌍했는지, 조심스럽게 나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커다란 눈동자는 달빛을 머금고 은은하게 빛났고, 긴 속눈썹이 미세하게 떨렸다. 마치 내 마음을 조금이라도 달래려는 듯, 단단했던 표정이 살짝 풀어졌다. 그러나 그녀의 목소리는 여전히 단호했다.
"이건… 진짜 아니야."
부드럽지만 흔들림 없는 목소리. 그리고 잠시 망설이듯 머뭇거리다가, 다시 한번 확실하게 못을 박듯 덧붙였다.
"너… 오늘 진짜 이상해."
그렇게 나는 잠시 하려던 걸 멈추고, 그녀와 나란히 서서 가로등 불빛이 부드럽게 내려앉은 거리를 함께 걸었다. 그리고 사회성이 부족한 찐따답게 그녀가 묻지도 궁금해하지도 않은 야외 섹스란 무엇인지 설명하기 시작했다. 물론 인적이 뜸한 골목, 공원의 외곽 등등 인적이 드문 곳을 부지런히 살피면서.
억압된 욕망을 벗어나 자연으로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문명이 인간의 성적 본능을 억누른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문명화된 인간은 사회 규범이 내면화되어, 원시적이고 자유로운 성적인 충동을 억누르게 됩니다. 하지만 억압된 욕망은 억누르는 것만으로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무의식 깊숙한 곳에 자리 잡고 있다가 특정한 상황에서 표출됩니다.
야외섹스에 대한 욕망은 금기와 억압에 대한 반항이기도 합니다. 우린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과 선생님 그리고 교우들에게 성을 숨겨야 한다는 교육을 받아 왔습니다. 방의 문을 닫고, 불을 끄고 이불속에서 몰래 이루어지는 몸짓이 익숙해진 것입니다. 하지만 야외 섹스는 이러한 억압적 태도에 대한 강렬한 반작용이기도 합니다. 숨길 필요도, 가릴 필요도 없는, 단순한 본능을 따라 움직이는 존재가 되고 싶은 것입니다.
장 자크 루소는 인간이 자연 상태에서는 자유롭고 순수하지만, 문명이 발달하면서 오히려 타락되었다고 말합니다. 야외 섹스에 대한 욕망 또한 그의 논리와 맞닿아있습니다. 문명의 틀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옷을 입고, 벽으로 원천 차단된 곳에서 사랑을 나누며, 성적 욕망 또한 규율 하에 통제됩니다. 하지만 한적한 숲 속에서 옷을 벗는 순간, 인간은 자연 상태로 회귀하게 됩니다. 그곳에서는 준법시민이 아닌, 존재 자체로 욕망하는 생명체가 됩니다.
자연의 일부가 된 몸과 몸이 부딪히며, 서로를 탐닉할 때, 그동안 잊고 있었던 원시적 자유를 되찾게 됩니다. 사회적 가면을 벗고 순수한 욕망과 본능만 남게 되는 것입니다. 이는 야외 섹스가 주는 해방감일 지도 모릅니다.
도심 속에서 느낄 수 있는 스릴
물론 야외섹스는 도심 속 은밀한 골목길에서 이루어지기도 합니다. 이처럼 야외 섹스는 스릴이 넘치는 행위이기도 합니다. 니체는 이를 디오니소스적 충동으로 표현하였습니다. 문명이 요구하는 억제와 절제보다, 본능과 욕망을 긍정해야 한다고 본 것입니다. 야외 섹스는 디오니소스적 충동의 형태로 볼 수 있습니다.
야외에서의 섹스는 언제든지 들킬 수 있다는 리스크가 있습니다. 이 위험 요소는 쾌락을 증폭시키게 됩니다. 공공장소에서 키스를 하거나 손을 잡는 것이 더욱 짜릿한 이유, 연예인들이 비밀 연애를 은근슬쩍 티를 내는 이유가 이에 기인합니다. 제가 꾸준히 반복하는 말이지만 섹스는 성기와 성기를 마찰하여 무언가를 배출하는 행위 그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고로 도덕과 금기를 넘나드는 행위일수록 더욱 짜릿한 흥분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습니다.
야외 섹스는 이러한 긴장과 해방의 묘한 균형 속에서 이루어집니다. 사회가 우리에게 부여한 수치심과 도덕의 굴레에서 벗어나 사랑을 나누는 순간, "난 문명의 노예가 아닌, 내가 나의 주인이다."와 같은 하나의 선언이 됩니다.
야외 섹스는 인간이 자연과 문명 사이에서 끊임없이 줄다리기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지금은 풍요롭고 편리한 도시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때로는 들판이나 산이나 바다로 떠나고 싶어 집니다. 우리는 교양 있고 문명화된 섹스를 영위하고 있지만 때로는 원시적인 사랑을 나누고 싶어 집니다. 이것이야 말로 현대인의 이중적인 욕망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은밀한 곳에서 행해지는 야외 섹스를 단순한 변태적 취향으로 볼 수 있지만, 이미 수많은 지식인들이 남겨놓은 유산을 통해 야외 섹스가 변태적인 행위로만 치부할 수 없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이는 인간이 문명의 틀 안에서도 여전히 자유롭고 싶어 하는 본능적인 몸짓으로 봐야 합니다.
지붕 아래에서 섹스할 수 있지만 때로는 달빛 아래에서, 나무 그늘 아래에서, 바람과 흙의 촉감을 느끼며 사랑하고 싶어 하는 것일 지도 모릅니다. 단순한 성적 욕망이 아닌, 삶을 온몸으로 경험하고 싶어 하는 인간의 깊은 호기심이자 원초적인 갈망일 것입니다.
지금 우리 동네 어딘가에서도 누군가가 몰래 야외섹스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어린아이들에게 구축 빌라 옥상 이러가나, 인적이 드문 공공화장실 같은 곳을 가지 말라고 교육시켜야 하는 이유입니다.
아~~ 이제 슬슬 홈플러스로 가서 세일 딱지 붙은거 없나 체크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