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려를 내려놓는 판타지, 위험한 실험의 경계
현실 세계에서 강간은 인간의 자유의지와 존엄성을 짓밟는 극악무도한 범죄입니다. 그만큼 '강간'이라는 단어가 주는 폭력성을 쉽게 피할 수 없기에, '강간 플레이'라는 것 또한 껄끄럽게 다가옵니다. 연인 사이에서도 그려지는 데이트 폭력 범죄로 연결될 수 있다보니 저 또한 불편합니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너무너무 불편해서 351번 정도 자세를 고쳐 앉았습니다. 그리고 손이 덜덜 떨려ㅕ섯 오타가 줄줄이 튀어나왔습니다. 불편을 부르편, 강간을 강강으로 썼다가 지우기를 반복했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다루기 어려운 주제입니다. 지금도 밀키스와 헤이즐넛 아메리카노를 홀짝이며, "이걸 써도 괜찮을까?" 같은 고민과 함께 칙촉을 까먹으며 키보드를 두들기고 있습니다.
그녀와 함께 머물렀던 호텔방은 야만적인 오우거 군대가 휩쓸고 간 전장 같았다. 침대 시트는 무너진 성벽처럼 흐트러졌고, 바닥엔 여기저기 정체불명의 잔해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그 순간만큼은 확신할 수 있었다. 내가 반지의 제왕에서 오우거 병사 카메오로 등장했다면, 정말이지 명연기를 펼쳤을 것이라고.
호텔방 한쪽 바닥에는 그녀가 신음과 함께 쏟아낸 흔적이 흥건했다. 그 흔적은 은은한 조명 아래 빛나는 은빛 진주처럼 아른거렸다. 나는 천천히 몸을 기울여 조심스럽게 닦아내며, 그녀를 흘깃 바라보았다.
그녀는 침대에 알몸으로 이불을 반쯤 덮은 상태로 널브러져 있었다. 긴 생머리는 깊은 밤하늘처럼 검고 윤이나서, 호텔방의 따뜻한 조명을 받아 은은한 보랏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그녀의 머리카락은 베개 위로 부드럽게 흩어져 있었고, 몇 가닥은 그녀의 얼굴을 간질이며 귀엽게 내려앉았다.
그녀의 알몸은 부드러운 이불에 가려져 있었지만, 가슴 주위에는 붉은 키스 자국이 은하수처럼 흩뿌려져 있었다. 엉덩이는 붉은기가 은은하게 번져 만지면 손난로처럼 따뜻할 것 같았고, 엉덩이 아래로 이어진 허벅지에는 파란 멍자국이 남아 있었다. 이 모든 건 잔혹한 오우거 장군의 짓이었다.
구석으로 내던져진 그녀의 구겨진 베이지색 니트와 짧은 체크무늬 치마, 그리고 속옷을 집어 들어 정리할 때 즈음, 내 시선은 또 다시 침대 쪽을 향했다.
그녀는 이불을 쇄골까지 끌어올린 채, 조용히 침대 헤드보드에 몸을 기대고 있었다.
부드러운 조명 아래, 그녀의 눈빛이 은은하게 빛났다. 나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장난기와 알 수 없는 여운이 뒤섞여 있었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그녀는 침묵 속에서 살며시 미소를 머금었다.
나는 문득 그녀의 가슴에 선명하게 남겨진 붉은 자국에 시선이 머물렀다.
아직 거울을 안 봐서 저렇게 웃는 거겠지?
나는 그녀의 니트와 치마 그리고 속옷을 하나씩 곱게 정리하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너 몸에 자국이 많이 남았던데.. 왜 주문을 외치지 않았어? 참을 수 있었던 거야?”
그러자 그녀는 이불을 살짝 들어 올려 가슴 언저리를 흘깃 내려다보았다. 그러고는 천천히 이불을 어깨까지 끌어올린 뒤, 침대 헤드보드에 등을 기댔다. 눈썹을 살짝 치켜세운 채 나를 바라보던 그녀의 입가에는 장난스러운 미소가 번졌다. 그리고 그녀의 목소리는 낮고 깊게, 허스키하면서도 달콤한 여운을 남기며 흘러나왔다.
“주문이 뭐였더라?”
그녀가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물었다. 긴 머리카락이 어깨 위로 흘러내리며 그녀의 얼굴을 부드럽게 감쌌다.
나는 진지하게 답했다.
“안논 에델렌, 에드로 히 암멘!”
그 순간 그녀의 눈이 커지더니, 곧이어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녀의 웃음소리는 방 안을 가득 채우는 은방울 같았고, 하얀 치아가 조명을 받아 반짝였다. 그녀는 침대에서 몸을 살짝 흔들며 웃었는 게 부족했는지 손을 뻗어 침대 시트를 툭툭 내리쳤다. 그 손길은 부드러웠으며, 손끝에서는 은은한 바닐라 향이 스며 나왔다.
“야! 그걸 어떻게 외워? 반지의 제왕 좀 그만 봐.”
그녀의 목소리에 살짝 애교가 섞여 있었다.
“그래? 그러면 다음부터는 ‘양념감자’로 하자.”
그러자 그녀의 눈빛은 장난기와 애정이 함께 어우러지기 시작했다.
“좀 정상적인 거 없어?”
그녀의 목소리에 살짝 애교가 묻어났다.
“맥락과 전혀 관계없는 말을 해야, 더 빠르게 알아차리고 멈출 수 있거든.”
내 말을 들은 그녀의 입꼬리는 부드럽게 올라가며 따뜻한 미소로 번졌다.
나는 정리를 마친 뒤, 그녀가 덮고 있는 이불속으로 몸을 밀어 넣었다. 환한 미소를 깊이 머금은 눈빛, 그리고 그녀의 몸에 남겨진 온갖 자국들. 내가 그 흔적들을 바라보는 순간, 미안함을 넘어 더 나은 대우를 해주고픈 마음이 들었다. 그렇게 나는 그녀 몰래, 음침한 골룸처럼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을 예약했다. 그곳에서는 나뿐만 아니라 종업원분들도 그녀를 더 깍듯하게 대우해 줄 테니까.
레스토랑 입구에 들어설 때 즈음, 그녀가 발걸음을 멈췄다. 긴 머리카락이 부드럽게 흔들리며, 그녀의 옆얼굴을 살짝 가렸다. 그리고 나를 올려다봤을 때 촉촉한 눈동자가 한순간 흔들렸다. 그 안에는 알 듯 말 듯한 의아함과 미묘한 걱정이 담겨 있었다.
혹시 멍 자국이 드러날 것 같아서 그런가?
나는 그녀의 시선을 마주친 다음 다리를 내려다보았다. 체크무늬 치마 아래로 드러난 그녀의 긴 다리는 날씬하고 매끈했고, 바람이 스칠 때마다 치마 끝이 살짝 들려도 엉덩이 아래 번진 멍자국은 보이지 않았다.
"너 돈 없잖아."
그녀의 목소리는 허스키하면서도 부드럽게 울렸고, 걱정 어린 눈빛이 나를 살짝 찔렀다.
“넌 오늘 처참히 당했으니까. 이제 대접해 줘야지.”
그녀의 눈이 살짝 커지더니, 그녀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며 어이없다는 미소가 번졌다. 그녀가 손을 뻗어 내 팔을 살짝 꼬집었다.
“뭐야~ 어이없어. 우리가 좋았으면 된 거지. 그냥 다른 데 가자.”
그녀는 단호하게 내 팔을 잡아끌었다. 거부할 틈조차 주지 않는 힘이었다. 하지만 눈빛만큼은 말투와는 다르게 따뜻했다. 나를 바라보며 살짝 고개를 기울이는 그녀의 모습에는 알 수 없는 여유가 서려 있었다. 마치 지금 이 상황을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 내 반응까지도 이미 꿰뚫고 있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 표정은 호텔방에서 오우거 장군, 우르크 하이에게 굴복할 때의 모습과도 유사했다.
"근데 아까 이미 예약했어. 어쩔 수 없어."
그렇게 우리는 입구를 지나 레스토랑 안으로 들어섰다. 은은한 조명이 흐르는 공간 속에서 그녀의 존재는 그 무엇보다 반짝였다.
자리에 앉자마자, 나는 망설임 없이 주문과 함께 계산을 하러 갔다. 그녀가 부담 없이, 온전히 식사에만 집중할 수 있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계산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그녀는 테이블 위에 작고 낡은 카드 지갑을 꺼내 놓고 있었다. 손끝으로 지갑을 가만히 쓸어내린 그녀는 이내 안에서 꼬깃꼬깃한 만 원권 몇 장을 꺼내더니, 말없이 내 앞에 내밀었다.
그녀의 손길은 가벼웠지만, 그 안에 담긴 무게는 묘하게 깊었다.
“여기. 너 돈 없다며. 그리고 계좌로 더 보낼게.”
그녀의 목소리는 낮으면서도 따뜻한 온기가 서려 있었다. 가느다란 손끝은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는 듯 조심스러우면서 섬세했다.
그녀의 눈동자는 내 자존심을 건드린 건 아닌지 조심스럽게 살폈고, 지폐를 건네는 손길은 마치 나를 안아주는 듯한 다정함이 묻어 있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그녀의 손에서 지폐를 받아 들었다. 손끝에 닿은 종이의 감촉은 가벼웠지만, 마음 한구석이 묘하게 일렁였다.
낡고 작은 카드 지갑, 그 안에서 꺼낸 꼬깃꼬깃한 만 원권들.
나는 그녀를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
"너 지갑 예쁘다. 지갑은 당분간 바꿀 생각하지 마."
"응?"
그녀의 목소리는 허스키하면서도 부드러운 목소리는 낮게 깔리면서도 여운이 남았다. 그녀는 자연스럽게 긴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겼다. 손끝이 부드럽게 움직이며 머리카락을 정리하는 그 작은 동작 하나조차도 우아하고 섬세했다.
"당분간 지갑 바꿀 생각하지 말라고."
"왜?"
"오우거 장군, 우르크 하이의 명령이다!"
그녀는 이내 눈을 가늘게 뜨고 나를 노려보았다.
"야. 조용해."
그러면서도 입가에는 알 수 없는 미소가 어른거렸다. 내 말을 곱씹듯, 그녀는 한동안 멍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러다 무심코 베이지색 니트의 소매 끝을 살짝 잡아당겼다. 손끝으로 옷감을 만지작거리는 모습이, 내가 한 말을 마음속 깊이 되새기는 듯했다.
내가 오우거 장군으로 탄생한 지 일주일이 지난날, 그녀에게 반지갑과 편지가 담긴 상자를 건넸다.
[편지]
"안녕? 일주일 전이 무슨 날이었을까!? 내가 오우거 장군으로 태어난 날이지.
그동안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너 덕분에 내 이상형이 새롭게 조정된 것 같아. 원래는 단순했어. 눈이 예쁘고, 팔 다리선이 아름답고, 잘 웃는 사람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했지. 그런데 여기에 하나 더 추가됐어. 내 이야기를 재미있게 들어주는 사람.
너는 내 혈육보다 내 이야기를 잘 들어주지. 심각하게 받아들이지는 마. 우리 부모님은 형보다 나를 더 좋아해. 무튼 네가 내 이야기를 조용히 들어준 덕에 나 자신을 믿는 법, 꿈꿀 권리, 상상의 자유를 배웠지. 나를 더 나은 사람으로 이끌어준 거야.
나는 궁금해. 나는 너 덕분에 비교적 단단해진 것 같은데, 너는 나로 인해 얼마나 성장했을까? 지금 이 순간에도 나는 네 카톡에 답장하지 않고 있네? 오해하지 마. 내가 메시지를 읽지 않는 와중에도 네 생각을 하고 있거든. 지금처럼. 그것보다 나는 너에게 무엇을 줄 수 있을까? 어떤 것을 건네야, 네가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 고민 끝에 내가 내린 답은 권력이야. 내가 생로랑 반지갑을 선택한 이유지.
생로랑은 여성에게 최초로 정장을 입힌 브랜드야. 정장을 입힌다는 건 단순 패션의 변화로 볼 수 없어. 그건 여성에게 권력을 입힌 것이었으니까. 오해하지 마. 내가 너에게 권력을 건넨다는 게, 너처럼 침대에서 무너지고 싶다는 뜻은 아니야. 절대 아니야. 강한 부정은 강한 부정이야. 물론, 이 반지갑을 들고 다닌다고 해서, 권력이 바로 생기는 건 아니지. 하지만 내가 바라는 건 단순해.
인간은 결제할 때 조그마한 권력을 누릴 수 있어. 지갑을 여는 순간, 그 안에서 꺼내지는 돈과 카드, 그리고 그것을 건네는 손끝의 움직임까지, 짧은 순간 속에서 보이지 않는 힘을 행사하지. 결제는 단순한 거래가 아니야. 자신이 가진 것, 자신이 선택한 것, 그리고 그것을 실행하는 능력을 보여주는 행위야. 그러니까 우리는 결제할 때 아주 짧게나마 권력을 누리게 되지.
물론 반지갑은 기존의 카드지갑보다 불편하겠지. 카드지갑처럼 한 번의 손짓으로 쉽게 꺼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한 번 더 펼친 뒤 안쪽을 더듬어야 하니까.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진정한 우아함과 아름다움은 불편함에서 피어난다고 생각해. 너도 그렇잖아. 몸무게가 조금만 늘어나도 곧장 밖으로 나가 운동하지. 그 사소한 불편함을 감수하기에, 지금 너는 너만의 아름다운 팔, 다리 선을 품고 있는 거야. 반지갑도 다르지 않아. 그 작은 불편함이 결제할 때의 권력을 더 오래 누릴 수 있는 순간을 만들어줄 거야. 추가로 네 지갑 속 천 원 한 장마저도, 카드, 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마저도 더 아름다운 곳에 담기길 바래. 네 손끝에서 다른 사람에게 전해지는 것들이 더 우아하고 아름다워지길 바라는 거지.
[중략]
그러니까, 불편해도 참고 들고 다녀라.
오우거 장군의 명령이다!
현실과 판타지의 구분
중요한 것은 현실과 판타지를 구분하는 것입니다. 영화에서 톰 크루즈가 빌딩 사이를 날아다니며 총질하는 장면을 보며 짜릿함을 느낍니다. 그런데 그 짜릿함이 집에 가는 길에 "오 나도 오늘 빌딩 사이를 날아다니다가 옆집 사람 쏴버려야지"로 생각하고 행동하려는 사람은 없습니다. 적어도 제가 아는 사람들 중에는 없습니다. 조폭 영화, 격투기를 보고 이를 실제 행동으로 옮겨야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강간 장면이 그려지는 영화, 소설, 또는 야동에서 짜릿함을 느끼더라도 이를 현실에서 구현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연결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이 짜릿함을 머릿 속에서만 잠시 굴러갔다가 사라지는 짧은 연극에 불과합니다.
이처럼 인간은 상상 속에서 무한한 자유를 누립니다. 예를 들어 소설을 읽다, 냉혹한 암살자가 되어 거리를 휘젓는, 중세의 왕이 되어 말을 타고 대륙을 정복하거나, 심지어 옆집의 어느 기혼자와 몰래 눈을 맞추는 등등의 상상이 대표적입니다. 이 모든 것은 상상이라는 안전한 놀이터에서 벌어지는 일입니다. 강간 판타지 또한 자유로운 상상 속에서 내가 감독이자 배우이자, 관객인 시나리오를 만드는 것에 불과합니다. 언제든 "컷!'을 외치고 중단할 수 있으며, 현실의 강간처럼 폭력과 피해자가 따르지 않습니다.
물론 강간 판타지에 끌리는 자신을 보며, 부끄러움이나 죄책감이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섹스는 언제나 예의 바르고 배려 깊은 방향으로만 진행되지 않습니다. 현대 사회가 강조하는 '상대를 존중하라' 라는 덕목은 훌륭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지나치면 본인의 욕망이 뒷전으로 밀려나기 마련입니다. 섹스라는 행위는 신체적, 정서적 충돌이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영역입니다. 그러므로 상대를 과도하게 신경쓰면, "내가 너무 세게 했나?", "방금 너무 찐따 같았다." 같은 고민으로 욕망이 위축될 수 있습니다. 여기서 판타지는 잠시나마 동의나 배려와 같은 부담을 내려놓고 본능에 집중할 수 있는 시나리오로 작용합니다.
발기부전이나 불감증을 겪는 분들 중에는 성욕이 부족해서가 아닌, 생각이 너무 많아 몸이 따라주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내가 너무 강압적으로 굴었나?", "이렇게 하면 마약탐지견 같겠지?" 같은 걱정이 긴장을 높이고, 신체 반응을 저해하는 것입니다. 반대로 강간 판타지는 내가 모든 것을 통제하고 상대는 수동적으로 받아들인다는 설정을 통해 이렇나 걱정을 내려놓도록 이끌어줍니다. 즉, 도덕과 미덕이라는 감옥에서 벗어나 진짜 나를 마주하게 해주는 탈출구 기능을 하는 셈입니다.
일부에서는 강간 판타지를 곧바로 범죄로 연결 짓기도 합니다. 하지만 잔혹한 살인 영화를 즐긴다고 해서 모두가 살인마가 아니듯, 강간 판타지를 품거나, 강간 플레이를 시도한다고 하여 강간을 옹호한다고 볼 수 없습니다. 특히 강간 플레이는 상호 합의 하에 안전장치를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고로 "그만" 이라는 말 한 마디에 즉시 중단될 수 있는 연극 같은 행위에 가깝습니다.
강간 플레이는?
강간 플레이는 일시작으로 과도한 배려심을 내려놓고 평소 다른 캐릭터로 변신해보는 역할극 정도로 보면 됩니다. 현실에서는 따뜻하고 배려심 많은 사람이어도, 합의된 시나리오 안에서는 냉혹하고 폭력적인 사람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물론 상대 역시 원치 않음에도 강제로 당하는 게 아닌, '그런 상황에 놓인 듯한 연기를 해주는 것입니다.
강간 플레이를 단순 폭력으로 볼 수 없는 이유는 상호 신뢰에 기반한 철저한 합의가 전제되기 때문입니다. "어디까지 가능하다." 라는 범위부터 긴급 중단을 알리기 위한 용어까지 구체적으로 사전에 결정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양념감자"나, "안논 에델렌, 에드로 히 암멘!" 처럼 평소 사용하지 않는 문장을 정해놓고, 이를 외치면 그 순간 바로 멈추는 것입니다. 이러한 약속된 각본과 안전장치가 없다면 자칫 진짜 폭력으로 변질될 위험이 큽니다. 그렇게 도덕과 미덕에 감춰져 있던 진짜 나를 찾기도 전에 경찰서를 먼저 찾아가게 될 것입니다.
강간 플레이를 조금 순화해서 표현하자면, '배려를 덜어낸 판타지를 일시적으로 연출하는 것' 정도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중요한 역설이 있습니다. 강간하듯 배려를 안 하는 척을 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안전'이라는 전제 위에서만 마음 놓고 폭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이 판타지를 시도하려면 사전에 서로의 의사와 한계를 묻고 충분한 대화를 한 뒤에, 서로가 당황스럽지 않을 때로 한정하여 실행할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강간 플레이가 실제 범죄와 전혀 상관 없다고 단언하기는 어렵습니다. 성폭력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낮은 분위기라면, "저 찡따맨 새키가 지금 말하는 게 적절한가?" 같은 따가운 시선이 따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는 격투기를 배우려는 모습을 보고 "폭력배가 되려고 저러는 건가?" 정도의 오해에 가깝습니다. 격투기도 정해진 규칙과 안전장치가 있는 상태에서 이루어지면 폭력죄가 아니듯, 강간 플레이 역시 명확한 합의와 규칙이 전제된다면 도덕이라는 영역에서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강간플레이는 배려를 덜어낸 판타지를 일시적으로 연출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물론 실제 배려가 없는 행위를 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더 꼼꼼하고 섬세한 대화와 규칙 설정, 안전 장치를 마련해야 합니다. 이는 관능적인 몰입을 끌어낼 수 있는 도구가 될 수 있으며, 자기 발견의 통로가 될 수도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모든 과정은 실제 범죄와 분명하게 구별되어야 하며, 모두가 만족하고 안전해야 한다는 대전제가 지켜질 때에야 가능합니다.
합의와 신뢰, 직스 멈출 수 있는 안전망이 있어야만 이런 극단적인 팥나지도 가능해진다고 생각합니다.
아니~ 그것보다 왜 벌써 8시인가~~~~
벌써 화요일을 준비해야 한다니~~~~
아~~ 조깅하려 했는데 왜 이리 추운가~~~
하늘도 무심하시지~~~
오늘은 계단 오르기나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