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와 권력 사이, 금기와 쾌락의 심리적 균형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끊임없이 역할을 부여받습니다. 아들, 학생, 친구, 연인 더 나아가 부모, 선생, 상사가 되기도 합니다. 이것이 세상의 질서일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인간은 질서를 순응하는 동시에 이를 넘어서고 싶어 하는 모순적인 존재입니다. 고로, 누군가에게 복종할 것을 강요받으면 반항하고 싶고, 절대적인 자유를 부여받으면 스스로 억제하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인간의 본능이 가장 반항적인 모양으로 깨어날 때는 격식을 갖춰야 하는 상황입니다. 도서관에서 속삭여야 한다고 하면 큰 소리로 웃고 싶어지고, 고급 레스토랑에서 단정한 태도를 요구받으면 테이블 위로 몸을 기울인 상태로 코를 골며 자고 싶어 집니다. 만약 비행기 안처럼 강력한 절제와 규율이 강조되는 환경이라면 비행기 화장실에서의 은밀한 일탈을 통해 사회적 위계를 전복시키는 짜릿한 행위를 꿈꾸게 됩니다.
누군가는 이를 단순한 성적인 판타지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는 특정한 규칙과 권력관계를 잠시나마 무너트리고 싶어 하는 인간의 본능적인 욕구일 지도 모릅니다. 금기가 존재하는 한, 그것을 깨뜨리고 싶은 충동을 느끼는 것입니다. 마치 에덴동산의 선악과를 먹지 말라는 걸 어긴 아담과 이브처럼 말입니다. 금지된 것에는 본능적인 매력이 있습니다. 선악과가 평범한 사과였다면 그것을 기억조차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절대 먹어선 안 되는 것'이었기에 가장 강렬한 유혹이 되었습니다. 이처럼 인간은 무언가를 금지당하면, 그 경계를 넘고 싶은 욕망이 커집니다. 그리고 그 금기의 영역을 살피다 보면, 자연스럽게 다소 야만적일 수 있는 섹스인 지배와 복종의 영역에 닿기도 합니다.
자취방에서 그녀의 제안. 때려달라는 것. 내 팬티를 자신의 입에 물려놓고 하고 싶다는 것. 처음엔 농담인 줄 알았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눈매에 은근한 긴장감, 살짝 젖은 듯한 입술을 꾹 다문 모습, 그리고 낮게 깔린 목소리가 나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긴 대화 끝내 내린 결론은 단순했다. 지금은 할 수 없다는 것.
그렇게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자, 그녀는 한숨을 쉬며 날 불렀다.
"하.. 너 이러고, 잠수 타는 거 아니지?"
그녀의 한숨은 인류가 최초로 문명을 만들던 순간부터, 지금까지 발달시켜 온 '여성의 인내심'이라는 자산을 가장 함축적으로 보여준 순간이었다.
그녀는 새침한 표정으로 내 눈을 빤히 바라보았다. 입술이 살짝 올라갔다가 내려갔고, 짧은 체크무늬 치마 아래로 길고 가는 다리가 우아하게 꼬였다. 아마 지금 심정도 베베 꼬였겠지?
"아니야."
"왜 그냥 가?"
"준비가 안 됐으니까."
"무슨 준비?"
"때릴 준비."
그녀는 내 대답에 눈썹을 치켜세우며 피식 웃었다.
"그냥 때리면 되잖아."
"아니. 차마 손으로는 떄릴 수 없어. 도구가 필요해. 그러니까 다음에 하자."
그녀는 황당하다는 듯 손을 들어 허공을 휘저었다.
"웃겨 진짜! 그냥 여기 있는 거 아무거나 집어서 때려. 여기 슬리퍼 어때?"
그녀가 한 손으로 슬리퍼를 집어 올렸다. 작은 손가락이 살짝 힘을 주며 가볍게 흔들었다. 하지만 나라는 찐따는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한 표정을 유지하며 고개를 저었다.
"아냐. 난 너에게 마지막까지 존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어. 이딴 슬리퍼로 때리는 건 그냥 화풀이에 불과하지."
그녀는 순간 멈칫했다. 그리고는 가늘고 긴 손가락 끝이 천천히 짧은 치마를 스치며 움직였다. 마치 생각을 정리하려는 듯한 작은 몸짓이었다.
"마지막이라니? 왜 말을 그렇게 해..?"
그녀의 목소리는 낮고 부드러웠다. 하지만 그 속에는 희미한 긴장감이 섞여 있었다. 눈빛은 반짝이며 미세하게 흔들렸고 입술 끝이 살짝 내려갔다. 내가 뭘 잘못한건가?
"아니, 내가 말하는 마지막은 너랑 결혼하고 나서 132살 정도가 되었을 때, 임종 직전을 말하는거야."
그녀는 작은 웃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그 웃음은 당황과 짜증, 어이없음이 묘하게 섞여 있었다. 그녀는 한 손으로 머리카락을 뒤로 넘기며 깊은 숨을 내쉬었다.
"하.. 웃음 나와서 짜증나."
그녀의 입꼬리가 한 번 더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왔다. 그리고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나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웃겨 진짜.."
말투는 투덜거리는 듯했지만, 그 속에는 알 수 없는 여운이 남아 있었다.
나는 태연한 척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무튼 다음 약속 때는 오늘이랑 똑같은 옷 입고 와야 해."
그녀는 조용히 한숨을 내쉬며 스마트폰을 꺼내들며 말했다.
"카톡 답이나 똑바로 해"
목소리는 화가 풀린듯 부드러웠지만, 미묘한 경고가 스며들어 있었다. 그녀는 스마트폰 화면을 바라보며, 살짝 눈썹을 찌푸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며칠 후, 나는 철저한 준비를 마치고 그녀를 호텔로 데려갔다.
"그냥 모텔에서 해도 되는데.."
그녀는 호텔 로비에서 팔짱을 긴 상태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그 시선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미안함과 작은 기대가 섞여 있는 것 같기도.
나는 부끄러운 나머지 고개를 푹 숙인 채, 최대한 조용히 속삭였다.
"솔직히 널 만족시킬 자신이 없어. 그래서 일단 공간이라도 예뻐야 네가 좋아할 것 같아서."
그녀의 부드럽게 올라간 입꼬리가 마치 초승달처럼 부드럽고 우아하게 휘어졌다. 눈동자는 살짝 가늘어졌고, 긴 속눈썹이 나른하게 내려앉았다. 말 한마디 없는 시선만으로 나를 가볍게 걱정함과 동시에 부드럽게 감싸 안아주는 듯했다.
그녀는 호텔방에 들어서자마자 공간을 살피다, 곧장 화장실 거울 앞으로 가더니 스마트폰을 들었다.
"뭐 해?"
"나 사진.."
그녀의 긴 머리카락이 자연스럽게 어깨를 감쌌고, 검은 스타킹에 감싸인 다리가 부드럽게 교차되었다. 그녀는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손가락으로 머리카락을 넘기며 포즈를 지었다. 니트 소매 끝이 손끝을 덮고 있어 더욱 우아해 보였다.
화장실에서 카메라 셔터 소리가 연달아 울렸다.
나는 침대에 앉아 셀카 삼매경에 빠진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일단 여기 앉아봐. 할 말이 있어."
그녀는 스마트폰을 들고 걸어왔다. 느릿하고 가벼운 걸음, 그러나 치마 자락이 살짝 흔들리는 각도까지 계산된 듯했다. 끼쟁이 수치 712,125,616,188
"뭔데?"
그녀는 의자에 앉으며 다리를 꼬았다. 매끄러운 스타킹이 스치는 소리가 아주 희미하게 들렸다. 나는 그녀의 눈을 바라보며 진지하게 말했다.
"나는 널 때리기로 했잖아? 그런데 내가 맨 정신으로 하기가 어려울 것 같아서."
그 순간, 그녀의 입꼬리가 천천히 올라갔다. 그러나 그 미소는 너무 선명하지 않았다. 마치 입술에 닿을 듯한 달빛처럼 흐릿하게 번졌다. 긴 속눈썹이 느리게 깜빡였고, 그녀는 눈을 가늘게 뜨며 나를 바라보았다.
"그럼 술 마실까?"
그녀의 목소리는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
"아니. 술은 조금 그렇고. 보다 납득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야 할 것 같아."
"…어떤 상황극인데?"
그녀는 손끝으로 치마 자락을 가볍게 쓸어 올렸다. 눈길은 내 쪽을 향한 채로 무언가를 시험하는 듯한, 또는 상황을 관찰하는 듯한 느낌. 움직임에는 여유가 있었다. 오랫동안 기다려온 순간을 맞이한 사람처럼, 너무 서두르지도, 너무 천천히 움직이지도 않았다. 끼쟁이 수치 861,681,681,161 랄까.
나는 잠시 심호흡을 한 뒤, 신중하게 설명했다.
"지금 생각나는 건, 너는 이웃나라의 공주야. 그리고 나는 그 나라를 침략한 오우거 장군이지."
그녀는 순간 말을 잃었다. 그리고 천천히 눈을 감았다가 떴다.
"… 야.. 장난해?"
"아니, 들어봐. 그래서 공주는 저기 침대에 팔, 다리가 묶인 상태로 오우거 장군에게 고문을 당하는 거야. 나중에는 완전 복종하는 거지. 어때?"
그녀는 어처구니없다는 듯 가볍게 웃었다. 하지만 내 노력이 가상했는지 눈빛은 다시 반짝이고 있었지만 끼쟁이 수치는 급격하게 하락한 것 같았다.
"어이없어 진짜…"
그녀는 머리에 열이 나기 시작했는지 한 손을 들어 머리카락을 넘겼다. 얇고 긴 손가락이 부드럽게 머리카락 사이를 지나갔다.
나는 그녀의 머리통 열기를 달래주고 싶어 다시 말을 걸었다.
"일단 여기 근처에 너 좋아하는 치즈 케이크 맛집 있거든. 음료랑 사 올 건데, 어떤 걸로 살까?"
그녀는 눈을 가늘게 뜨며 나를 바라보았다. 눈매가 부드럽게 휘어지며 어딘가 불편한 기색이 스며들었다. 긴 속눈썹이 천천히 떨리며 내려앉았다가 다시 올라갔다. 치즈케이크보다 내 반응을 지켜보는 듯했다.
"... 네가 좋아하는 걸로."
"치즈케이크는 네가 좋아하는 거잖아. 네가 먹고 싶은 걸 말해야지."
그녀는 한동안 나를 바라보았다. 눈빛에는 장난기가 묻어 있었다. 천천히 손가락을 뺨에 가져가며 생각하는 척했다. 가늘고 긴 손가락 끝이 피부를 스칠 때 즈음,
"몰라. 나는 네가 먹고 싶은 거 먹고 싶어."
나는 천천히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넌 말이 안 통하는구나? 그냥 지금부터 시작해야겠다. 먹고 싶은 메뉴 말할 때까지 때려야겠어."
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놀란 듯 웃었다. 그녀는 몸을 침대 쪽으로 살짝 기울이자, 머리카락은 어깨를 타고 미끄러지듯이 흘러내렸고, 검은 스타킹에 싸인 다리는 우아하게 교차되었다.
그날, 오우거 장군은 이웃 나라 공주를 완전히 지배했고, 이웃나라 공주는 오우거 장군에게 완전히 복종했다.
지배라는 유희
우리는 어린 시절부터 반복적인 가르침을 받습니다.
"예의를 지켜라.", "남을 존중해라.", "권력을 남용하지 마라."
그런데 세상이 어린 시절 받은 가르침처럼 단순했다면, 이 세상은 성인군자들로 가득 채워져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인간은 이성을 갖춘 동물이지만, 동시에 권력을 갈망하는 존재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런 교육을 받으면서도 속으로 다양한 생각을 합니다.
"쟤는 ~~ 하면 좋을 텐데."
물론 이런 말을 입 밖으로 내거나 행동으로 옮겼다간 무례한 사람으로 낙인 찍히기 딱 좋습니다. 하지만 인간은 교묘한 존재입니다. 명령하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면서도 그것을 실행할 방법을 찾아내기 때문입니다. 그 해법은 강압적인 폭력이 아닌, 관계 속에서 상호 합의된 권력 구조를 형성하는 것입니다. 고로, 섹스할 때 누군가를 지배를 원하는 건, 단순 힘의 과시가 아니라 신뢰를 바탕으로 한 심리적 균형을 되찾는 것입니다.
상대가 나에게 몸을 맡기고, 나의 결정에 온전히 따른다고 생각해보겠습니다. 이는 단순 폭력적인 충동으로만 설명할 수 없습니다. 상대가 나의 권위를 인정해주고, 스스로 그것을 받아들이는 데에서 따라오는 만족감에 가깝습니다. 이건 원시적인 힘의 과시가 아닙니다. 침대에서 독재자가 되는 게 아닌, 연극에 가깝습니다. 훌륭한 연출가는 배우가 자신의 역할에 몰입하도록 이끌어줌과 동시에, 능동적으로 무대 위에서 빛날 수 있또록 합니다. 지배도 다르지 않습니다. 상대를 수동적인 존재로 만드는 게 아니라, 능동적으로 관계 속에서 역할을 스스로 수행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입니다.
고로 침대에서 그리는 지배란 단순 복종을 강요하는 게 아닙니다. 두 사람 사이의 긴장감 그리고 신뢰를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것에 가깝습니다. 침대에서의 지배는 상대를 무력하게 만드는 게 아닌, 스스로가 그 역할을 즐길 수 있도록 조성하는 것에 가깝습니다. 상대가 수동적으로 따르는 게 아닌, 능동적으로 그 관계에 참여하도록 이끄는 힘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지배는 억압이 아닌 놀이가 되고, 관계는 더 깊고 강한 유대감을 형성하게 됩니다. 어쩌면 이는 고도의 심리적 예술에 가깝다고 표현할 수 있겠습니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지배하고 싶어 하면서도 동시에 이를 부정합니다. 하지만 이중적인 태도를 유지하며 기만적으로 관계를 맺을 바에야 차라리 정교한 심리 예술로 승화하려 노력하는 게 더 나을 지도 모릅니다.
복종은 또 다른 해방
여기서 말하는 복종은 단순히 무릎을 꿇고 굴욕을 감내하는 게 아닙니다. 약자의 비참한 숙명처럼 받아들이는 게 아닌, 강자가 의식적으로 선택하는 역설에 가깝습니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자유를 최고의 가치라 배웁니다. 독립적으로 살고, 주체적으로 결정하고, 삶의 주인이 되라는 것. 하지만 정작 우리는 자유를 떠안고 살아가는 일이 얼마나 피로하고 힘든 것인지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무한에 가까운 선택의 압박, 책임의 무게, 그리고 이로 인한 끝없는 불안이 그렇습니다. 그러다 문득 깨닫게 됩니다.
"누군가가 나 대신 모든 것을 결정해 준다면?"
그 순간 새로운 형태의 자유를 발견하게 됩니다. 이는 진정으로 원했단 자유 그 자체가 아니라, 자유의 짐을 내려놓을 권리에 가깝습니다.
복종의 쾌락은 단순 상대에게 자신을 맡기는 데서 오는 게 아닙니다. 자발적인 포기의 기쁨에 가깝습니다. 현대사회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 앞에서 방황하게 됩니다. 여기서 복종을 선택하는 순간, 자유를 포기하는 게 아니라 자유의 방식 자체를 새롭게 정의하게 됩니다. 선택해야 하는 부담에서 벗어나 또 다른 자유를 얻게 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선택의 짐을 내려놓음으로써 더 큰 통제력을 갖게 되는 역설적인 상황이 그려집니다.
물론 누군가는 여기서 질문을 던질 수 있습니다. '직장에서 상사의 부당한 지시를 따르는 것 또한 복종이지 않냐?' 그런데 부당한 지시의 본질을 들여다보면 생존에 가깝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복종은 사랑과 신뢰가 깃든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강요가 아닌 합의, 억압이 아닌 위탁에 가깝습니다.
"네가 뭘 해도 괜찮아."
상대가 뭘 해도 다 받아들이겠다는 허락은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에게 더 큰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여기서 복종은 수동적인 태도가 아닙니다. 관계 속에서 주도권을 새롭게 정의하는 것으로 봐야 합니다. 상대가 나를 책임질 수 있도록 내어주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복종하는 사람이 오히려 관계의 중심이 됩니다.
강자는 약점을 보이지 않는 존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반대에 가깝습니다. 진짜 강한 사람만이 자신의 나약함을 드러낼 수 있습니다. 신뢰할 수 있는 상대 앞에서만 인간은 솔직해질 수 있습니다. 그 솔직함이야 말로, 관계를 더욱 깊게 만들고 감각을 예민하게 하며, 경험을 보다 선명하게 각인시키는 힘이 됩니다.
복종은 단순한 굴종이 아니라는 게 여기서 드러납니다. 상대에게 자신을 내어주는 행위가 사실은 가장 용기 있는 선택이며, 가장 강력한 권력 행사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복종은 가장 연약한 순간이면서도 가장 강한 순간이기도 합니다. 침대에서의 복종이 개인의 자유를 위협하는 태도라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이는 정반대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침대에서의 가장 솔직한 복종이 그 사람에게는 가장 자유로운 순간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무례함 속에서 피어나는 친밀함
침대에서 지배와 복종 관계를 들여다보면 무례한 행위가 종종 그려지게 됩니다. 하지만 신뢰가 형성된 관계에서는 무례함 또한 강한 유대감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연인이 침대에서 서로에게 거친 욕설을 뱉거나, 뺨을 때리거나, 머리채를 잡아당기는 행위는 사회적으로 보면 죽창 맞을 행위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순간만큼은 어떠한 도덕적 잣대도 들이댈 틈이 없습니다. 두 사람만의 은밀하고 내밀한 세계에서는 서로가 합의한 규칙만이 존재할 뿐입니다.
사회의 시선으로 보기에 받아들이기 어려운 행위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행위가 연인 사이에서는 오히려 더 강력한 애착을 형성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누군가가 나에게 거칠게 대할 경우 이는 단순 공격이 아니라, '나는 너를 믿는다.' 정도의 메시지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상에서 결코 할 수 없는 행동들을 연인 앞에서 할 수 있다는 것. 더 나아가 그 묻는 것을 상대가 받아준다는 사실은 관계를 더 깊고 단단하게 만듭니다.
저는 친구가 없기 때문에 잘 모르겠지만 ㅠㅠ 가까운 친구 앞에서 격한 농담을 하고, 솔직한 비판을 던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연인 사이에서도 서로의 본성을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낼 때 오히려 더 강한 친밀감을 느끼기 마련입니다. 고로, 서로가 동의한 범위 내에서 이루어진 합의된 거친 행위는 신뢰와 애정의 또 다른 표현 방식으로 볼 수 있습니다.
기만적인 자유보다 솔직한 복종
섹스란, 사회가 만들어 놓은 이분법적 사고를 향한 묘한 반항에 가깝습니다. 평소에는 불결하다고 여겨지는 것들이, 섹스에서는 가장 친밀하면서도 아름다운 행위로 거듭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상대의 가장 은밀한 신체 부위에 입을 맞추고, 냄새를 맡고, 몸을 뒤섞으며 나누는 순간. 이때 우리는 상대의 모든 것을 받아들이게 됩니다. 이 과정은 단순한 육체적 쾌락을 넘어, 상대를 향한 깊은 애착과 헌신의 표현이기도 합니다.
사회가 부여하는 도덕과 질서는 침대의 근처에서는 한낱 그림자에 불과합니다. 인간이 가장 솔직해지는 공간, 가식이 없는 무대, 그곳에서는 오직 두 사람만의 법이 세워집니다. 그렇게 법률이 아니라 본능이, 사회적 가면이 아니라 진짜 욕망이 새로운 질서를 만듭니다. 고로, 침대 위에서 펼쳐지는 지배와 복종은 억압이 아닌 하나의 연극에 가까우며, 상대를 완전히 수용하는 의식이자, 가장 깊은 신뢰를 시험하는 장이기도 합니다.
사회는 우리가 누구인지를 규정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종종 그 규정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어 합니다. 우리가 벗어난 곳에서 진정한 자아를 발견하는 순간은 사회와 타인의 기대를 충족할 때가 아니라, 나 자신에게 솔직해질 때입니다. 그러니 지배든 복종이든 그것이 강요가 아니라 합의된 것이라면, 그 관계는 부끄러워할 것도 위험하다 치부할 것도 없습니다. 오히려 두 사람이 더 깊게 신뢰하고 더 강하게 애착을 형성하는 과정일 뿐입니다.
연인 관계에서 성장이란 단순히 더 나아지는 게 아니라, 더 깊이 이해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사회적 역할을 내려놓고, 배운 윤리는 침대 너머로 밀어둔 채, 진짜 본능과 마주할 수 있다면, 비로소 우리가 누구인지 마주하게 될 것입니다. 어쩌면 그 순간이야말로 인간이 가장 자유로워지는 순간일 지도 모릅니다.
근데 글이 왜캐 길어진거지? 오늘 겁나 심심했나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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