햔의 글쓰기
청소년 글쓰기 교실에서 학생들이 쓴 글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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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동안 방에서 움직이지도 않은 채 누워만 있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학교니까 모두가 가는 학교니까 등교하라고 하는 엄마가 너무 미웠다. 침묵시위를 벌이고 싶었던 걸까 아니면 이제는 그냥 나 자신을 봐달라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로 버텼던 걸까? 몇 분을 몇 시간을 며칠을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면서 나의 삶과 미래에 관해 곰곰이 생각해봤다. 고등학교를 중퇴한 학생들에게는 기회가 더 적다는 것을 안다. 며칠을 생각하면서 학교를 그만둔 내가 잃는 것도 포기해야 하는 것도 많다는 것을 알지만 더 이상은 학교에서 허무한 시간을 보내고 싶지 않다는 확신이 들었다.
나에게 있어서 학교란 전쟁터와 같았다. 강한 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학교는 약육강식의 세계이다. 쫄병같은 학생들은 서로를 짓밟고 죽여 갔다. 서로를 멸시하고 경멸하는 이유는 자신의 우월함을 확인하고 싶어서 그리고 고위 간부 같은 교사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라는 이유가 있었다. 총을 들고 전쟁터에 나가지 않으면 제일 먼저 타깃 된다. 그렇듯 아무런 힘도 능력도 없는 학생들은 제일 먼저 짓밟힌다. 교사들은 상시 교무실이라는 그들만의 공간에 있기 때문에 따돌림당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알지도 보지도 못한다. 학생들 사이에서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도 교사에게 안 좋은 모습으로 눈에 찍히면 학교를 다닐 수 없을 만큼 힘들어진다. 학교에서 막대한 권력을 가진 교사는 학생을 폭행하기도 하고 어떤 이에게만 불공평한 점수를 주기도 한다. 그렇지만 그 누구도 교사에게 따질 수 없다. 교사들은 언제나 “나는 어떤 학생도 편애하지 않고 다 똑같은 학생으로 대한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모든 아이들이 아무 말도 하지 않을 뿐이지 미묘한 차별 대우가 있다는 것을 안다. 이런 차별과 아이들의 약육강식 체계에서 살아남으려면 모든 이에게 사랑받아야 한다. 어떤 것도 흠집이 있으면 안 된다. 설령 있다고 해도 어느 누구에게도 들키면 안 된다. 오늘은 친구였어도 약점이 들켰다가 내일은 적이 될 수도 있다. 항상 나 자신을 숨기고 힘든 일이 있어도 슬픈 일이 있어도 혼자 감추는 법만 배우게 된 것이다.
학교가 공부를 제대로 가르치긴 할까? 월, 화, 수, 목, 금 하루 최대 10시간을 학교에 소비한다. 그럼에도 학교에서 공부하는 시간은 하루 평균 최대 30분조차 되지도 않는다. 아이들은 수업시간에 떠드는데 바쁘고 자는데 바쁘다. 교사들은 떠드는 아이들을 말리지도 않고 수업을 한다. 말리는 교사들도 있지만 5분이면 교실은 다시 초토화 상태가 되고 만다. 더 심한 경우 수업은 안 하고 학생들과 놀고 있는 교사들도 있다. 게다가 학생들의 장난에 말려 제압은커녕 놀림거리가 되어 더 시끄러워지기도 한다. 매 수업시간 아이들과 노는 선생님이 학교는 공부보다 사회화를 가르치는 곳이라고 하셨다. 이런 난장판에서 배울 수 있는 사회화가 도대체 무엇일까? 선생님 말씀을 거절하면 나쁜 아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친구에게 비밀 얘기를 해도 며칠이면 전교생이 알고 있다. 이런 시간 속에서 나는 거절하는 법조차 배우지 못해서 거절도 못 한다. 나 말고 다른 사람은 믿지도 못해서 힘든 일도 슬픈 일도 혼자 감당하려고 하는데 이런 것이 학교가 가르치려고 하던 사회화였을까?
공부도 사회화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하는 학교에서 1분 1초도 있기 아깝다. 내가 뭘 하고 싶은지 그리고 내가 하고 싶은 꿈들에 관한 프로그램이 많은 것도 아니다. 공부 잘하는 상위권 학생들만을 위한 학교에서 공부를 하여 상위권이 된 학생들을 위한 것이 아니다. 사교육 기관을 통해 시험 성적 상위권 학생이 된 아이들만을 위한 프로그램 밖에 없는 학교에 하루도 있기 아깝다.
이제 공부를 할 것이다. 배우고 싶었던 것들 궁금했던 것들을 알아가는 진짜 공부를 할 것이다. 옛날 학교에서 했던 국, 영, 수 와 같은 가짜 공부와는 다르다. 필요했지만 필요하지 않았던 공부들과는 달리 나에게 필요하고 효용 가치가 있는 공부를 할 것이다. 이젠 더 이상 남이 아닌 나를 위한 온전히 나만을 위한 시간을 가질 것이다. 누군가를 위한 언행 누군가를 위한 인생은 이제 지겹고 힘들다. 학교를 그만두고 한 가지 나에게 바뀐 게 있다면 웃을 수 있다. 이제는 누가 뭐라 하던 마음껏 실컷 웃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