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불고기의 글쓰기
청소년 글쓰기 교실에서 학생들이 쓴 글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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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6년 뒤쯤에 나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 아마도 외고에 붙은 후 졸업을 하고 대학교에 갔을 거야. 힘들게 힘들게 대학을 들어가서 또 힘들게 힘들게 일해가며 쪼들리는 돈을 채우고 있겠지. 그나마 고등학교 때 빡세게 해놓은 영어실력으로 과외 알바를 하며 돈을 벌 거야. 꽤 쏠쏠하다고 생각하며 “예전에 공부해두길 잘했어”라며 혼잣말을 하기도 할 거야. 어느 정도 경제적 여유가 생겼을 때 돈을 모으면서 친구와 놀러 갈 생각에 신나있겠지. 그리고 친구가 집주인인 빌라에 들어가서 살고 있을 거야. 그 편이 돈도 아끼고 재밌게 살 수 있는 방도일 테니까. 하루 종일 수업을 듣고, 과외를 하고 생기 하나 없이 말라빠진 몸을 이끌고 집으로 들어가. 들어가는 길에 날 본 친구가 날 반겨주겠지. 힘든 나를 보고 장난스럽게 위로를 건네며 자기 집으로 들어가 따뜻한 밥을 같이 먹자고 할 거야. 하얀 쌀밥에 매콤한 김치찌개를 밥상에 올려 단출한 한 끼를 먹으며 수다를 떨겠지. 힘들었던 것도 금방 잊은 채 열심히 떠들겠지. 그렇게 떠들고도 할 얘기가 남아서 “오늘 너네 집에서 잘까?”라는 말을 건네며 같이 잘 준비를 해. 내일 아침에 수업이 있는 것도 까먹고 계속 입이 춤을 출 거야. 내 영혼이 저기 저 꿈나라에 도착할 때까지.
그다음 날에는 알람시계를 보고 허겁지겁 달려 나가 수업을 듣겠지. 졸음을 이겨내며 수업을 듣다 뒤통수를 치는 한마디가 들려올 거야. “이번에 조별 과제를 내주겠어요.” 조가 정해지고 얼떨결에 조장을 맡게 되겠지. “조장? 알았어!”라고 말하면서도 사실 ‘에라 이 호구 같은 남유진아’라고 속으로 생각하고 있어. 조원들은 잠적하고, 자료는 복사해서 가져오겠지. ‘차라리 나 혼자 한다’라며 혼자 날밤을 새며 피피티를 만들어가겠지. 물론 내 이름만 써서 냈지. 당혹스러움에 젖어있는 조원들을 보며 킥킥 웃어댈걸. 그날은 수업이 한 개밖에 없는 날이라 친구와 만나서 일찍 집에 들어갈 거야. 낮 동안 미친 듯이 놀다가 해가 뉘엿뉘엿 질 때까지 등 따시게 잠도 자. 그러다 떡볶이를 사와 옥상에서 조원들에게 복수한 얘기를 신명 나게 떠들며 먹겠지. 술도 몇 잔 할걸. 그렇게 친구에게 하소연도 하고 옛날이야기도 나눌 거야.
그렇게 일상 속의 소소함을 느끼면서 하루하루 지내게 될 거야. 반복되는 듯 반복되지 않는 구멍 뚫린 쳇바퀴 속을 달리면서 말이야. 작은 행복이어도 괜찮아. 그 행복이 모여서 큰 산을 만들 거니까. 뭐, 몇 년 있으면 행복의 산에 파묻혀있을지 누가 알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