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나의 세월 - 종이배

햔의 글쓰기

by 기픈옹달
청소년 글쓰기 교실에서 학생들이 쓴 글을 소개합니다.
관련내용은 OZGZ.NET에서 볼수 있습니다.


밤새 한숨도 잘 수 없었다. 처음부터 가난했던 우리 집은 여행을 가본 적이 없다. 난생 처음 가는 여행을 위해 캐리어를 준비했다. 처음이자 마지막일지 모르는 나의 여행을 위해 나의 돼지저금통들을 깨고 새 옷들을 장만했다. 기대 반 걱정 반 내 마음은 저 하늘 위를 동동 떠다니고 있다.


“엄마, 다녀올게.”

“그래 잘 다녀와 선생님 말씀 잘 듣고 뭐 빼먹은 건 없지?”


새들은 지저귀고 하늘에는 구름 한 점이 나비처럼 예쁘게 떠있다.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다.


저 수평선 너머는 가본 적이 없다. 제주도라는 곳이 우리나라라고 하지만 마치 나에게는 외국처럼 느껴진다. 제주도 어떤 곳일까? 섬이니까 엄청 작지 않을까? 서울보다 크다는데... 티비에선 야자수도 있던데... 별의 별 생각이 나의 머릿속을 지나친다. 날씨가 좋지 않아서 배를 타려면 조금 기다려야 한다고 한다. 기다리느라 지쳤지만 앞으로의 일들이 너무 기대가 된다.



그렇게 우리 학교의 100배는 될법한 크기의 배를 탔다. 내가 묵는 방에 내 짐을 넣고 풍경을 보러 나갔다. 저 많은 양의 사람들과 차들이 배에 탈 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 시끌벅적한 지금 이 순간이 영원했으면 좋겠다.


배가 출항하기 시작했다. 엄청난 크기의 배가 저 넓은 바다를 헤쳐 나가는 모습에 나의 심장이 두근거린다. 지구의 끝에 해가 지는 모습이 아름답고 황홀하다. 새들은 정말 쉬도 없이 지저귄다. 목이 아프지도 않은가보다. 새들에게 과자를 주며 노을을 구경하니 어느 샌가 새들이 다 가버리고 없다.


숙소에 들어가 보니 모두 게임을 하고 있다.


“야 어디 갔다 왔어! 이제 점심시간인데 기다렸잖아”

“아, 미안ㅎㅎ 갈매기들한테 새우깡 주느라! 너무 해보고 싶었엉!”


우리는 밥을 먹으러 식당으로 내려갔다. 음식은 생각보다 별로였지만 살기 위해서 다 먹었다.


“밥 개 맛없어;; 이거 먹고 어떻게 버팀?”

“걍 살려면 먹어라”

“얘들아 나 핸드폰 놓고 왔나봐 같이 찾으러 갈사람?”“싫어” “없어” “혼자 가” “ 미안 아까 밖에서 돌아다니느라 피곤해서”

“걍 혼자 간다.”


밥을 먹고 다시 숙소로 올라오는 중 선아가 핸드폰을 식당에 두고 왔다고 해서 친구는 다시 식당으로 돌아갔다. 나머지 방 친구들은 나와 함께 숙소로 돌아가서 밥 먹기 전 했던 게임을 마저 했다. 게임을 하는 동안 선생님이 들어오셨다.


“얘들아 이번 여행은 어때? 선생님들 이번 여행 가려고 고생 엄청 했다.”

“쌤 급식 빼고 다 좋아요!”

“저도요!” “맞아요, 바다 완전 예뻐요.”


애들은 신난 듯 대답했다. “쌤, 너무 완전 행복해요” 나도 이어서 대답했다.


선생님이 나가시고 우리는 밥 먹기 전 하던 게임을 마저 했다. 침대 앞에 둘러 앉아 사회자를 가운데 세워두고 마피아를 새로 고르려던 참이었다.


어디선가 펑 하고 엄청난 괴음이 들려왔다. 기분이 싸해지고 모두들 표정이 안 좋아졌다. 갑자기 배가 심하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나는 너무 놀라서 주변 보이는 것을 재빨리 잡았다. 다른 친구들도 놀랐는지 침대도 잡고 문도 잡고 서로 손까지 꼭 쥐었다. 배는 몇 분이 지나서야 심한 요동이 멈췄다. 요동이 멈춘 뒤 정신을 차려보니 민지가 넘어져있다.


순간 방문이 열리고 선생님께서 달려오셨다.


“얘들아, 어디 다친데 는 없니? ... 선아는 어디 있니?” 하고 다급하게 물어보셨다.

“선생님, 선아 핸드폰 찾으러 식당에 갔어요..”나는 벌벌 떨며 대답했고 선생님은 표정이 굳은 채로 “방송 곧 나올 테니까 방송에서 하라는 데로만 따라해. 그리고 아무 일 없을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알았지?” 하면서 급하게 나가셨다.


선생님이 나가시자 결국 민지가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한명이 울자 방에 있던 아이들 모두 눈시울이 붉어지고 핸드폰을 찾아 가족들에게 연락을 하기 시작한다. 나도 빨리 핸드폰을 찾아 엄마 아빠한테 연락을 해야 하는데... 돈이 없어 고치지 못했던 나의 고물 폰이 이렇게 원망스러웠던 적이 없다. 배가 점점 더 기울기 시작한다. 배는 반은 기운 것 같은데 아직도 안내방송하나 없다. 빨리 엄마 아빠한테 문자 한통이라도 보내야하는데 울화통이 터지고 눈물이 난다. 결국 보내지 못했다. 아무 일도 없을 것이라고 하셨으니 엄마 아빠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방송이 나오기 시작했다. 구명조끼를 입고 방에서 기다리란다. 너무 무섭다. 배는 아까보다 훨씬 기울어져 있는데 이래선 진짜 죽을 것 같아서 무섭다. 어떤 아저씨가 방문을 열었다.


“얘들아, 빨리 나와.” 이제는 더 이상 무서워 할 시간이 없다. 무서워하는 마음보다 몸이 먼저 움직인다. 살아야한다는 생각에 몸이 먼저 움직인다. 다들 망설이다가 한 명씩 기어서 문을 나간다. 이제는 기어서 나가야 할 정도로 배가 기울어졌다.


“얘들아, 나 발목이 너무 아파... 아까 넘어졌을 때 다쳤나봐”


울먹이면서 민지가 말했다. 나는 바로 민지를 부축해주었다.


옥상으로 올라가야 한다는데 막막하다. 복도 끝 창문을 깨고 옥상으로 나가야 하는 데 뒤집힌 배를 민지까지 부축하며 가기 너무 힘들다. 아저씨가 창문을 깨고 올라간 뒤 로프를 내려주셨다. 애들이 무서워하자 아이들을 토닥여주고 한 명 한 명 잘 올라갈 수 있게 도와주었다. 이제 마지막으로 나와 민지가 남았다. 민지는 겁이 많아서 못 올라갈 것 같다. 아니나 다를까 민지는 올라가지 못했고 발이 다친 민지를 놔두고 먼저 올라갈 수 없던 나는 민지를 있는 힘을 다해 도와 올려주었다.


뒤에서 펑 하고 괴음이 또 들려왔다. 모든 장면이 한 순간에 느려졌고 빨라졌다. 아저씨는 고개를 저으시며 민지를 부축하며 나가셨고 아이들은 나를 보며 울면서 옥상에 구조하러 온 배를 타러 갔다.


뒤에 창문이 깨져버렸구나... 사람들이 나를 보는 모습이 느리게 보인다. 뒤에 엄청난 양의 물들이 해일처럼 나를 덮치는 것은 너무나도 빨랐다.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차갑고 빠른 폭풍우가 내 몸을 관통한다. 내 눈물도 같이 쓸어가 버린다.


저기 하늘이 보이기 시작한다. 새들이 나를 싣고 하늘을 난다. 새들도 나와 같이 슬퍼해주는 것 같다. 하늘 위에 도착하자 선생님도 저기 보인다. 선생님이 날 껴안고 우신다. 나도 여태 참았던 눈물을 감추지 못하겠다. 그렇게 우리는 아무 말 없이 눈물만을 흘렸다. 엄마 아빠에게도 아무 소식도 전하지 못했다. 나를 걱정하고 있을 엄마 아빠를 생각하자니 마음이 찢어 질 것 같다. “엄마, 아빠 하늘 위에서도 엄마 아빠를 지켜 줄께요”


keyword
작가의 이전글행복함이 두 배로